피임하지 않고 임신을 기다렸는데도 1년 이상 아기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 임신이 안 되지?’일 것이다.

난임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난자가 충분히 남아 있는지, 배란은 제대로 되는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나팔관은 열려 있는지, 수정란이 자리 잡을 자궁에 문제가 없는지, 정자의 수와 운동성은 괜찮은지 등을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

난임병원에 처음 방문하면 모든 검사를 한꺼번에 하는 것도 아니다. 여성의 나이와 생리주기, 임신 시도 기간, 과거 임신·유산 경험, 수술이나 질환 병력 등을 확인한 뒤 필요한 검사를 순서대로 진행한다.

난임병원 첫 방문은 생리 2~3일째에 가면 된다. 되도록이면 남편과 함께 방문해서 같이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

 

① 난자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AMH와 동난포수

대표적인 검사가 AMH(항뮐러관호르몬) 검사다. 혈액을 채취해 난소에 난자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즉 ‘난소예비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한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있다. AMH가 낮다고 곧바로 ‘난자의 질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AMH는 주로 남아 있는 난자의 양을 가늠하는 지표다. 난자의 염색체 정상 가능성 등 난자의 질에는 여성의 나이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질초음파로 양쪽 난소에 보이는 작은 난포의 개수를 세는 동난포수(AFC) 검사도 함께 활용된다.

 

② 배란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FSH·LH·E2와 프로게스테론

생리를 한다고 반드시 매달 정상적으로 배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생리 초기에는 FSH(난포자극호르몬), LH(황체형성호르몬), E2(에스트라디올) 등의 혈액검사를 통해 난소와 배란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필요하면 초음파로 난포가 자라는 과정을 추적하거나 배란 후 프로게스테론을 측정해 배란 여부를 확인한다.

생리가 매우 불규칙하거나 오랫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다면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등 배란장애의 원인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프로락틴 검사도 상황에 따라 시행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높은 프로락틴 수치는 월경과 배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③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길은 열려 있을까…난관조영술

배란이 잘 되어도 정자와 난자가 만나지 못하면 자연임신은 어렵다.

이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검사가 난관조영술(HSG)이다. 자궁 안으로 조영제를 넣고 영상으로 관찰하면서 양쪽 나팔관이 열려 있는지 살펴본다. 나팔관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미팅장소로, 막혔거나 문제가 있다면 자연임신은 물론이고 인공수정 시술에서도 임신이 힘들다. 시험관아기시술(IVF)을 해야 한다.

난관이 막혀 있거나 난관수종이 발견된다면 위치와 정도, 나이와 난소예비력 등을 종합해 이후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또한 과거 골반염이나 자궁외임신을 경험했거나 복부·골반 수술을 받은 여성이라면 난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특히 중요할 수 있다.

 

④ 수정란이 자리 잡을 자궁은 괜찮을까

초음파에서는 자궁근종, 선근증, 자궁내막 상태 등을 확인한다. 난소에 자궁내막종이나 낭종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질초음파만으로 자궁 안쪽의 작은 병변을 모두 확인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필요하면 자궁 안에 식염수를 넣어 초음파로 관찰하는 식염수주입초음파(SIS)나 자궁 안을 직접 들여다보는 자궁경 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자궁내막용종, 점막하근종, 자궁내유착 등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질·자궁경부 감염검사(질분비물검사, 질이나 자궁경부의 분비물을 채취해 질염 및 세균·감염 여부를 확인한다)나 클라미디아·임질 등 성매개감염 검사도 시행한다.

 

⑤ 남편도 검사해야 한다…정액검사는 난임검사의 기본

임신이 되지 않으면 여성부터 여러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난임 원인은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초기부터 남성도 함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정액검사다.

정액량과 정자 농도, 총정자수, 운동성, 정상 형태 등을 살펴본다. 한 번의 정액검사 결과만으로 남성의 생식능력을 단정하기는 어렵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일정 기간 뒤 재검하거나 비뇨의학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정자 수가 매우 적거나 정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무정자증이라면 검사가 더 깊어진다. FSH·LH·테스토스테론 등 호르몬검사와 진찰, 필요한 경우 음낭초음파 등을 시행하고 상황에 따라 염색체 핵형검사나 Y염색체 미세결실 검사 등 유전검사를 고려한다.

정자 DNA의 손상 정도를 살펴보는 정자 DNA 분절검사(DFI)도 있지만 모든 난임 남성에게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기본검사로 볼 수는 없다. 환자의 상황에 따라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난임병원 간다고 ‘특수검사’부터 받을 필요는 없다

 

처음 난임병원을 찾은 환자는 인터넷에서 접한 각종 검사 이름 때문에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다.

NK세포검사나 여러 면역검사, 혈전성향검사, 자궁내막 수용성 관련 검사 등은 일반적인 난임환자 모두에게 처음부터 시행하는 기본검사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복유산이나 특정 질환, 반복적인 치료 실패 등 개인의 상황에 따라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의료진이 판단해야 한다.

검사가 많다고 반드시 임신이 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난임검사를 모두 했는데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원인불명 난임’도 있다.

 

‘왜 임신이 안 되지?’ 다섯 가지부터 확인한다

 

복잡해 보이는 난임검사를 환자 입장에서 정리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난자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 배란은 제대로 되는가, 나팔관은 열려 있는가, 자궁은 임신하기에 괜찮은가, 정자는 괜찮은가.’

난임병원의 첫 검사는 결국 이 다섯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다.

또 모든 검사를 끝낼 때까지 치료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여성의 나이와 임신을 시도한 기간, 난소예비력과 정액검사 결과 등에 따라 검사를 진행하면서 자연임신 시도를 이어가거나 배란유도, 인공수정(IUI), 시험관아기 시술(IVF) 등 다음 단계를 함께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나이가 높거나 월경이 불규칙한 경우, 난소·난관 질환이나 자궁내막증이 의심되는 경우, 남성에게 고환이나 성기능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1년을 채워야 난임병원에 간다’고 기다리기보다 일찍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 난임검사의 종류와 시행 시기는 나이, 병력, 월경주기, 임신 시도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검사 결과와 치료 방향은 난임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