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가 몇 개 나오지도 않았는데 배아를 전부 얼려야 하나요?”
시험관아기시술(IVF)을 받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갖게 되는 의문이다. 난임 커뮤니티에서는 흔히 ‘신선배아이식보다 동결배아이식이 성공률이 높다’, ‘난자채취 후에는 자궁을 한두 달 쉬게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난임 시술에서도 난자채취 주기에 배아를 바로 이식하지 않고 모두 동결한 뒤 다음 주기 이후 해동해 이식하는 ‘프리즈 올(freeze-all·전배아 동결)’ 전략이 널리 사용된다.
그런데 난자가 많이 나오는 여성과 어렵게 몇 개를 얻은 여성을 똑같이 ‘전부 동결’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최근 연구들은 난자가 적거나 난소예비력이 낮은 ‘저예후(low-prognosis)’ 여성에게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저예후 여성에서 ‘전부 동결’ 다시 따져봤다
국제학술지 ‘리프로덕티브 바이오메디신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RBMO)’에 9월 3일 공개된 연구는 저예후 여성에서 전배아 동결과 신선배아이식 전략을 비교했다. 실제 진료자료를 이용하되 무작위대조시험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 분석하는 ‘표적시험 모방(target trial emulation)’ 방식이다.
연구의 출발점은 간단하다. 전배아 동결 전략의 장점이 모든 난임환자에게 똑같이 나타나는지를 다시 따져본 것이다. 특히 난자가 적게 나오거나 난소예비력이 낮아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는 배아가 많지 않은 여성에게도 배아를 모두 얼렸다가 다음 주기에 이식하는 것이 유리한지가 관심사였다.
전배아 동결이 널리 사용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난소자극 과정에서 여러 난포가 동시에 자라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호르몬 수치가 자연주기보다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배아가 착상해야 하는 자궁내막 환경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난포가 매우 많이 자란 여성에서는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배아를 모두 동결하고 이식을 미루는 것이 중요한 안전 전략이다.
하지만 난자가 몇 개 나오지 않는 저반응 여성은 상황이 다르다. 난소자극에 대한 반응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어렵게 얻은 난자와 배아 수도 제한적이다. 이런 환자까지 일률적으로 이식을 미루는 것이 실제 출산율을 높이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838명 무작위 배정했더니…동결 32%, 신선 40%
이를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가 앞서 발표된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이다. 중국 9개 난임센터 연구진은 시험관 시술 예후가 좋지 않은 여성 838명을 전배아 동결군과 신선배아이식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연구 대상은 채취 난자가 9개 이하이거나 난포 수가 5개 미만, 또는 AMH가 낮은 여성들이었다.
419명은 배아를 모두 동결했다가 이후 이식했고, 나머지 419명은 난자채취 주기에 신선배아이식을 시행했다.
결과는 흔히 알려진 ‘동결이 더 좋다’는 인식과 달랐다. 생아출산율은 전배아 동결군 32%, 신선배아이식군 40%였다. 임상적 임신율 역시 각각 39%와 47%로 신선배아이식군이 높았다.
첫 번째 이식만의 차이도 아니었다. 난자를 채취한 뒤 1년 동안 그때 만들어진 배아를 이용한 이식 결과를 모두 합친 누적 생아출산율도 동결군 44%, 신선군 51%로 신선배아이식 전략이 앞섰다.
즉 저예후 여성에서는 ‘일단 전부 얼렸다가 자궁을 쉬게 한 뒤 이식하는 것이 더 좋다’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왜 난자가 적으면 결과가 달라질까
그렇다고 ‘냉동 과정에서 배아가 나빠졌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사용되는 유리화 동결기술은 크게 발전했고 동결배아이식은 이미 시험관 시술의 핵심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난소반응이다. 난포가 많이 자라는 여성은 난소자극 과정에서 호르몬이 크게 상승할 수 있고 OHSS 위험도 커진다. 이들에게는 배아를 모두 동결하고 몸이 안정된 뒤 이식하는 것이 충분한 장점을 가질 수 있다.
반면 난자가 몇 개 나오지 않는 여성은 난소자극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배아도 한두 개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선이식이 가능한데도 모든 배아를 일단 얼리고 다음 주기로 이식을 미루는 것이 반드시 이득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동결배아가 좋은가, 신선배아가 좋은가’라는 단순 비교보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난자 적으면 무조건 신선’도 아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난자가 적은 여성은 모두 신선배아이식을 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자궁내막 상태가 좋지 않거나 프로게스테론이 예상보다 일찍 상승한 경우, 난소나 자궁 상태 때문에 바로 이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동결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난소과자극증후군 위험이 높다면 안전을 위해 전배아 동결을 선택해야 한다.
PGT-A나 PGT-SR 등 착상 전 유전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도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배아 동결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연구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동결이 나쁘다’거나 ‘신선이 더 좋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시험관 시술에서 ‘동결이식이 신선이식보다 무조건 성공률이 높다’는 생각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난소예비력과 나이, 채취 난자 수, 배아 수, 자궁내막 상태, 호르몬 수치, OHSS 위험, 착상 전 유전검사 여부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이식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난자가 몇 개 나오지 않는 저예후 여성이라면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동결이식이 더 좋은가요?’가 아니라 ‘내 경우에는 왜 지금 배아를 모두 얼려야 하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어렵게 얻은 한두 개의 배아를 언제 이식할 것인지는 단순히 한 달을 기다리는 문제가 아니라, 한 번의 난자채취로 얻은 기회를 어떻게 출산까지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