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난자가 두세 개밖에 안 나왔는데 일반수정을 했다가 하나라도 수정이 안 되면 어떡하죠. 차라리 전부 미세수정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시험관아기시술(IVF)을 할 때 난자가 적을수록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ICSI가 낫지 않을까’라는 고민은 더 커진다. 특히 난소예비력이 떨어져 채취되는 난자 수가 적거나 나이가 많은 여성에게 난자 한 개의 의미는 크다. 어렵게 얻은 난자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정자를 직접 난자 안에 넣는 난자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이 일반적인 체외수정(IVF)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자연스럽다.

최근 미국생식의학회(ASRM)가 2026년 발표한 위원회 의견은 이러한 통념에 선을 그었다.

남성요인이 없는 환자에게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난소예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 채취된 난자가 적다는 이유로 모든 난자에 ICSI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더라도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정자를 직접 넣으면 더 잘 될까

 

ICSI는 하나의 정자를 골라 미세한 주입용 바늘을 이용해 난자 세포질 안에 직접 넣는 수정 방법이다. 일반 IVF가 난자 주변에 정자를 두고 정자가 스스로 난자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ICSI는 본래 정자 수가 매우 적거나 운동성이 크게 떨어지는 등 남성난임 환자의 수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심한 남성요인이 있거나 과거 일반수정에서 수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경우, 완전 수정 실패를 경험한 경우에는 중요한 치료 방법이다.

문제는 ICSI의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졌다는 데 있다. 최근에는 뚜렷한 남성요인이 없어도 여성의 고령, 난소예비력 저하, 적은 난자 수, 원인불명 난임, 착상전유전검사(PGT) 등을 이유로 ICSI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혹시 모를 수정 실패’를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수정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ASRM이 강조한 것은 ‘수정률’과 ‘출산율’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ICSI가 일부 상황에서 수정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임신이나 출산 가능성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난자 적어도 ICSI가 출산율 높인다는 근거 없어

 

특히 주목할 부분은 채취되는 난자가 적은 환자다. 난자가 10개 이상 나온 환자와 두세 개밖에 얻지 못한 환자가 느끼는 수정 실패의 부담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난자가 적을수록 ‘하나라도 확실하게 수정시키자’는 생각으로 ICSI를 선택하기 쉽다.

그러나 ASRM이 검토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직관을 뒷받침할 만한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남성난임이 없으면서 채취 난자가 6개 미만인 환자를 대상으로 ICSI와 일반수정을 비교한 무작위 연구에서는 수정률과 완전 수정 실패율, 배아의 질, 임상적 임신율 등에서 ICSI의 뚜렷한 우위가 나타나지 않았다.

유럽 15개 병원에서 첫 IVF 주기를 시행한 4800여 명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채취 난자의 개수에 따라 환자를 나눠 비교했지만 ICSI와 일반 IVF 사이에서 평균 수정률과 배아 이용률, 신선주기 및 누적 출산율의 유의한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난자가 적다→수정 실패가 두렵다→ICSI를 하면 출산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공식이 연구를 통해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나이가 많으니까 ICSI”도 마찬가지

 

고령이나 난소예비력 저하 역시 ICSI를 일률적으로 선택해야 할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ASRM의 판단이다.

여성의 나이가 들면서 난자의 투명대나 세포질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정자가 스스로 난자에 들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가설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고령 환자에게 ICSI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ASRM이 검토한 연구에서는 고령 환자에게 ICSI를 시행한다고 일반 IVF보다 출산 결과가 개선된다는 일관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난소예비력이 떨어지거나 채취 난자가 적은 환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SRM은 이에 따라 남성요인이 없는 경우 고령, 난소예비력 저하, 적은 난자 수 자체를 이유로 ICSI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임신이나 출산 결과를 개선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정리했다.

 

PGT-A 한다고 무조건 ICSI?…검사기술 발전으로 달라져

 

착상전유전검사(PGT)를 시행하는 환자에게도 중요한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배아의 유전검사를 시행할 경우 난자 주변에 남아 있는 정자나 세포의 DNA가 검사 과정에 섞이는 것을 줄이기 위해 ICSI가 선호됐다. 정자를 난자 안에 직접 주입함으로써 외부 정자가 난자 주변에 남는 상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 유전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PGT-A를 시행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ICSI를 해야 한다는 근거도 약해졌다.

ASRM은 남성요인이 없는 PGT-A 주기에서 ICSI가 일반 IVF보다 정상염색체 배아 비율이나 확보되는 배아 수, 출산율을 높인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단일유전자질환을 검사하는 PGT-M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난자 주변의 정자나 세포로 인한 DNA 오염이 검사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사 방법과 검사실의 프로토콜에 따라 ICSI가 적절할 수 있다.

 

핵심은 ‘ICSI가 필요한 이유가 있는가’

 

이번 ASRM 의견을 ‘ICSI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핵심은 ICSI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적응증 없이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관행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데 있다.

정자 수나 운동성 등에서 뚜렷한 남성요인이 있거나 이전 IVF에서 예상보다 낮은 수정률 또는 완전 수정 실패를 경험했다면 ICSI를 고려할 이유가 있다. 동결 난자를 해동해 수정하는 경우에도 ICSI가 널리 사용된다.

반대로 남성요인이 없고 이전 수정 실패도 없다면 단순히 ‘난자가 몇 개 안 나왔다’, ‘나이가 많다’, ‘난소기능이 떨어졌다’, ‘PGT-A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난자에 ICSI를 적용한다고 출산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난임환자에게 난자 한 개는 단순한 숫자 ‘1’이 아니다. 특히 여러 차례 과배란에도 난자가 몇 개 나오지 않는 환자에게는 한 개의 난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난자가 적을수록 더 적극적인 수정 방법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하지만 더 많은 의료적 개입이 반드시 더 높은 출산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26년 ASRM 위원회 의견이 던지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난자가 귀하니까 무조건 ICSI’가 아니라 정자 상태와 이전 수정 결과, 난자의 상태와 수, 시행하려는 유전검사의 종류 등을 종합해 이번 주기에 ICSI가 실제로 필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