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좋은 배아를 여러 차례 이식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반복착상실패(RIF) 환자에게 배아 두 개를 하루 간격으로 나눠 이식했더니 임상임신율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반포 두 개를 같은 날 한꺼번에 이식하는 대신 프로게스테론 투여 후 5일째 하나, 6일째 하나를 각각 이식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배아를 이식해 자궁내막의 ‘착상창’을 하루 차이로 두 번 두드리는 전략이다.
다만 전체 생아출산율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무작위대조시험이 아닌 단일기관 후향적 연구라는 점에서 새로운 표준치료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국 허베이 모자병원(Hebei Maternity Hospital) 연구진은 2018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냉동배아이식(FET)을 받은 반복착상실패 환자 639명을 분석했다.
기존 방식은 배반포 두 개를 같은 날 이식했다. 순차이식(sequential blastocyst transfer)에서는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뒤 5일째 배반포 하나를 이식하고 다음 날인 6일째 나머지 하나를 이식했다.
연구진은 두 집단의 조건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성향점수매칭(PSM)을 시행했다. 여성의 나이와 체질량지수, 난임 기간, 항뮐러관호르몬(AMH), 이전 이식 실패 횟수, 자궁내막 두께, 배반포의 질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기존 이식군 272명과 순차이식군 272명을 비교했다.
임상임신율 54.4%에서 65.4%로 상승
가장 눈에 띈 차이는 임상임신율이었다.
배반포 두 개를 같은 날 이식한 기존 이식군의 임상임신율은 54.4%였다. 반면 하루 간격으로 나눠 이식한 순차이식군은 65.4%였다. 약 11%포인트 높은 수치로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다태임신율은 오히려 낮았다. 임상임신 가운데 다태임신이 차지한 비율은 기존 이식군 45.9%, 순차이식군 30.9%였다.
그러나 임신 성공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인 생아출산율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전체 생아출산율은 기존 이식군 44.1%, 순차이식군 50.4%였다. 순차이식군이 수치상 6.3%포인트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착상률 역시 각각 39.5%와 43.0%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결과만으로 ‘배아를 하루 간격으로 이식하면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세 번 실패한 여성에서는 생아출산율 41.7%→58.4%
흥미로운 결과는 이전 이식 실패 횟수에 따라 환자를 나눠 분석했을 때 나타났다.
이전에 정확히 세 차례 배아이식에 실패한 여성에서는 생아출산율이 기존 이식군 41.7%에서 순차이식군 58.4%로 높아졌다.
세 차례를 초과해 실패한 환자에서도 임상임신율은 기존 방식 40.9%에서 순차이식 63.3%로 높았다.
40세 이상 여성에서도 차이가 컸다. 임상임신율은 기존 이식군 31.7%, 순차이식군 57.7%였다.
다만 이 같은 하위집단 분석은 대상자 수가 적어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연구진 역시 통계적 검정력이 충분하지 않은 ‘탐색적 결과’라며 더 큰 규모의 연구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착상창’을 하루 차이로 두 번 두드리는 셈
그렇다면 같은 배아 두 개를 하루 간격으로 넣는 것만으로 왜 차이가 나타났을까.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착상창(window of implantation·WOI)이다. 착상창은 자궁내막이 배아를 받아들이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대를 말한다.
모든 여성에게 이 시간이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특히 반복착상실패 환자 가운데 일부에서는 자궁내막이 배아를 받아들이는 시점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앞이나 뒤로 이동해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배반포 두 개를 같은 날 이식하면 두 배아가 비슷한 시간대의 자궁내막을 만나게 된다. 반면 하루 간격으로 이식하면 첫 번째 배아와 두 번째 배아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자궁내막을 만나게 된다.
쉽게 말해 한 번의 시점에 승부를 거는 대신 ‘착상창을 하루 차이로 두 번 두드리는’ 셈이다.
첫 번째 이식 자체가 자궁내막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켜 두 번째 배아가 들어올 때의 환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아직 가설 단계다. 이번 연구가 순차이식의 정확한 작동 원리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아직 반복착상실패의 표준치료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무작위대조시험(RCT)이 아니라 중국 한 병원의 과거 진료자료를 분석한 단일기관 후향적 연구다. 연구진이 성향점수매칭을 통해 두 집단의 차이를 최대한 줄였지만 연구에서 측정하지 못한 다른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 이식하려면 환자가 이식 시술을 두 번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른 비용과 불편뿐 아니라 두 차례 자궁경부를 통과하는 시술의 안전성 역시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임상임신율은 유의하게 높아졌지만 전체 환자의 생아출산율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반복착상실패 환자에게 순차 배아이식이 반드시 더 좋은 치료라는 결론보다는, 일부 환자에서 ‘이식 시점’을 달리하는 전략이 임신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한 연구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향후 대규모 전향적 무작위대조시험에서 임상임신율뿐 아니라 생아출산율까지 실제로 높아지는지가 확인돼야 순차이식의 임상적 가치도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 2026년 9월 24일 국제학술지 ‘내분비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Endocrinology)’에 발표된 중국 허베이 모자병원(Hebei Maternity Hospital) 연구진의 연구 ‘냉동·해동 배아이식 주기에서 순차 배반포 이식이 임신 결과를 개선했다: 누가 최종적으로 혜택을 받을 것인가(Sequential blastocyst transfer improved pregnancy outcomes in patients undergoing frozen-thawed embryo transfer cycles: who will be the ultimate beneficiary)’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DOI: 10.3389/fendo.2026.1782118. 이번 연구는 단일기관 후향적 연구로, 순차 배반포 이식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정하려면 대규모 전향적 무작위대조시험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