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를 보던 의사가 “난소에 뭐가 하나 보이네요”라고 말하면 많은 여성들이 먼저 암을 떠올린다. 하지만 난소에서 발견되는 병변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이번 달 배란 과정에서 생겼다가 다음 달 사라지는 물혹이 있는가 하면, 오래된 피가 차 있는 자궁내막종, 지방이나 머리카락 성분이 들어 있는 기형종, 배란과 관계없이 자라는 양성 종양, 드물게는 악성 종양도 있다. 겉으로는 모두 ‘난소에 생긴 혹’처럼 보이지만 생기는 이유와 치료법은 전혀 다르다.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기능성 난소낭종
가장 흔한 것은 기능성 난소낭종이다.
난소에서는 매달 난포가 자라 난자를 내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난포가 터지지 않고 계속 커지면 난포낭종이 생길 수 있다. 배란 후 만들어지는 황체에 액체나 피가 고이면 황체낭종이 된다.
이런 기능성 낭종은 대부분 양성이며 특별한 치료 없이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자연스럽게 줄어들기도 한다. 초음파에서 작은 물혹이 발견됐다고 바로 수술하지 않고 다음 생리 이후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오래된 피가 고인다…자궁내막종
난임 여성에게 특히 중요한 병변은 난소 자궁내막종이다. 흔히 ‘초콜릿낭종’이라고 부른다.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과 비슷한 조직이 난소에 자리 잡아 반복적으로 출혈하면서 오래된 피가 고이는데, 내용물이 진한 갈색을 띠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자궁내막종은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는 혹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변에 만성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일으켜 난소 기능과 난자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난임과도 관련된다.
그러나 수술 역시 정상 난소조직을 일부 손상시켜 AMH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는 크기와 통증, 난소예비력, IVF 계획 등을 함께 고려해 치료 방향을 정해야 한다.
▼피가 찬 혹…출혈성 낭종
출혈성 낭종도 흔하다. 배란 과정에서 생긴 낭종 안으로 출혈이 일어나면서 피가 차는 형태다. 초음파에서는 내부가 복잡해 보여 처음 접한 환자가 걱정하기 쉽지만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혈액이 흡수돼 자연히 사라진다.
다만 낭종이 터지면서 복강 안으로 출혈이 많아지면 갑작스럽고 심한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매우 심하거나 어지럼증, 식은땀 등이 동반되면 응급 평가가 필요하다.
▼ 머리카락·지방도 들어갈 수 있다…성숙낭성기형종
이름만 들으면 가장 놀라운 것은 성숙낭성기형종, 이른바 유피낭종이다. 난자를 만드는 생식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지방과 피부, 머리카락, 드물게 뼈나 치아 같은 조직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듣기에는 무섭지만 대부분은 양성이다.
문제는 크기가 커졌을 때다. 무거워진 난소가 꼬이는 난소염전이 생기면 혈류가 차단될 수 있어 한쪽 아랫배에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 물혹처럼 보여도 진짜 종양…장액성·점액성 낭선종
배란과 관계없이 자라는 양성 난소종양도 있다. 장액성 낭선종과 점액성 낭선종이 대표적이다. 특히 점액성 낭선종은 상당히 크게 자라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복부 팽만감이나 묵직한 압박감 때문에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종양은 단순한 기능성 낭종과 달리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크기와 초음파 모양, 증상, 연령에 따라 추적 관찰하거나 수술을 고려한다.
▼난포가 이렇게 많을수가…다낭성난소증후군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이름 때문에 난소낭종과 자주 혼동된다. 그러나 다낭성난소증후군에서 초음파에 보이는 여러 개의 작은 동그라미는 대부분 위험한 낭종이 아니라 성장이 멈춘 작은 난포들이다.
핵심 문제도 종양이 아니다. 배란장애와 남성호르몬 증가 등 내분비 이상이 중심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난소낭종과는 전혀 다른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가장 조심해서 봐야 하는 병변…난소암
난소에 생긴 병변 가운데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은 악성 종양이다. 다만 초음파에서 ‘난소에 혹이 있다’는 말이 곧 난소암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의사는 환자의 나이와 폐경 여부, 종괴의 크기와 내부 구조, 단순한 물혹인지 고형 성분이 섞여 있는지, 격벽이나 돌기가 있는지, 혈류가 증가했는지, 복수가 동반됐는지 등을 종합해 위험도를 판단한다. 필요하면 종양표지자 검사나 CT·MRI 같은 추가검사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난소암의 기원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고 있다.
흔히 난소암이라고 부르는 암 가운데 대표적인 고등급 장액성 암 상당수가 난소 자체보다 나팔관 끝부분에서 시작한다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예방과 진단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결국 ‘난소에 혹이 있다’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다.
물이 찬 것인지, 피가 고인 것인지, 자궁내막 조직인지, 지방 성분이 있는 기형종인지, 실제 종양인지부터 구별해야 한다. 난소는 매달 난포가 자라고 터지고 다시 회복되는 매우 역동적인 장기다.
그래서 어제 없던 병변이 오늘 생기기도 하고, 오늘 보이던 낭종이 다음 생리 뒤 사라지기도 한다. 초음파 결과지의 ‘난소낭종’이라는 단어 하나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병변이 무엇이고,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특히 임신을 준비하거나 난임 치료 중이라면 난소 병변의 크기만 보고 치료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같은 크기의 병변이라도 종류와 위치, 난소예비력, 향후 난자채취 계획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난소를 지키면서 임신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난임 치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과 판단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