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T-A 정상배아입니다.”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받는 환자에게 이 말만큼 반가운 결과도 드물다.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한 뒤 배반포까지 키워 착상 전 유전검사(PGT-A)까지 통과했다면 큰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정상배아를 이식해 임신까지 확인한 뒤에도 유산은 발생한다. 염색체가 정상이라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답은 ‘PGT-A 정상’의 의미에 있다.
PGT-A 정상배아는 유전적으로 모든 것이 완벽한 배아라는 뜻이 아니다. 현재 검사법과 판정 기준 안에서 생검한 세포에서 주요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PGT-A는 배아 전체를 검사하지 않는다. 보통 5~6일 배반포의 바깥쪽 영양외배엽에서 소수의 세포를 떼어 DNA를 분석한다. 이 세포는 훗날 주로 태반을 형성한다. 태아가 될 내부세포덩어리를 포함한 모든 세포를 하나하나 검사하는 방식은 아니다.
이 때문에 모자이크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나의 배아 안에 정상 염색체를 가진 세포와 비정상 세포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데, 생검한 몇 개 세포가 배아 전체를 완벽하게 대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생식의학회(ASRM)도 모자이크 판정은 NGS 장비와 분석 프로그램, 검사실별 기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간 수준의 이상 신호 역시 실제 모자이크뿐 아니라 검사 과정의 기술적 요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2026년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리프로덕티브 헬스’에는 PGT-A에서 정상으로 판정된 배아를 각각 한 개씩 이식한 두 여성이 1삼분기에 유산한 뒤 유산 조직에서 모자이크 염색체 이상이 확인된 사례가 보고됐다.
한 사례에서는 최초 PGT-A 검사 당시 8번 염색체에서 약 10% 수준의 이상 신호가 있었지만 검사기관 기준상 정상으로 분류됐다. 이후 유산 조직에서는 8번 염색체 모자이크 이상이 더 높은 비율로 확인됐다.
다만 두 건의 증례만으로 정상배아 유산의 일반적인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 사례의 의미는 PGT-A의 ‘정상’ 판정이 배아 전체를 완벽하게 보증하는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데 있다.
PGT-A가 모든 유전적 이상을 찾는 검사도 아니다.
주된 목적은 염색체가 하나 많거나 부족한 비정상배수성을 선별하는 것이다. 최근 검사에서는 일정 크기 이상의 분절성 이상이나 모자이크 신호도 확인할 수 있지만 작은 유전자 돌연변이나 일부 미세결실·미세중복 등 모든 유전적 이상을 찾아내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네이처’에 발표된 전장유전체 연구에서는 초기 유산 검체에서 정상 성인보다 병적인 소규모 유전자 변이가 더 많이 발견됐다.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염색체 수가 정상인 자연유산 가운데 일부에서 복제수변이(CNV)가 확인됐다.
이 연구들이 PGT-A 정상배아 유산만을 분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염색체 수가 정상’이라는 사실만으로 유산의 모든 유전적 원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염색체가 정상이어도 배아의 발달능력이 모두 같은 것도 아니다. 같은 정상배아라도 배반포가 만들어진 시점이나 내부세포덩어리, 영양외배엽의 형태 등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에 자궁과 태반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배아는 착상한 뒤 자궁내막과 상호작용하고 태반과 혈관을 만들어야 한다. 자궁 구조 이상과 일부 내분비·대사 질환, 모체 상태 등이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정상배아를 이식해도 임신손실 위험은 남는다. 2023년 8672개의 착상된 정상배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자연유산률이 8.9%였다. 모자이크 배아보다 낮았지만 0%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PGT-A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산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인 염색체 이상 가능성을 미리 걸러내고, 여러 배아 가운데 이식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요한 도구다.
다만 PGT-A를 ‘유산하지 않을 배아를 찾아주는 검사’로 이해하면 기대와 현실 사이에 큰 간극이 생긴다. ASRM 역시 모든 IVF 환자에게 PGT-A를 시행한다고 누적 생아출산율이 반드시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배아 이식 후 유산이 발생했다고 곧바로 PGT-A가 틀렸다고 단정해서도, 배아는 정상이니 무조건 자궁 문제라고 결론 내려서도 안 된다.
생검한 세포와 배아 전체의 차이일 수도 있고, 검사 범위 밖의 유전적 이상이나 배아의 발달능력, 태반 형성, 자궁과 모체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끝내 원인을 찾지 못하는 유산도 있다.
결국 PGT-A 정상배아의 의미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유산하지 않는 배아”가 아니라 “현재 검사 가능한 범위에서 주요 염색체 이상 위험을 상당 부분 걸러낸 배아”다.
PGT-A가 염색체 이상이라는 큰 원인을 걷어내면서 생식의학은 이제 그 뒤에 숨어 있던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염색체가 정상인데도 끝까지 자라지 못한 배아에서는 무엇이 달랐을까.
정상배아 유산 연구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