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전문의이기 전에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난임만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오로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IVF) 같은 인공적인 시술로 이끄는 데 급급할 수 있어요. 난임 여성의 상당수가 생식기 내 질환을 갖고 있는데, 이를 먼저 해결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난임 시술보다 임신이 안 되는 방해요인을 파악해 제거하는 시술을 권하는 것도 산부인과 의사로서 중요한 일이에요.”

 

조재동 엘르메디산부인과의원(경남 창원) 원장은 난임 전문의지만 1980년대 경남 창원 삼성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일반 대학병원에선 접할 수 없었던 온갖 고난도 외과수술을 많이 경험했다. 전쟁터 같은 응급실은 물론, 산과 및 각종 부인과 질환과 암 수술 등 다양한 임상경험을 몸소 체험했다는 그는 난임 치료 분야의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요약하면 생식기 내 질환이 있는 난임 여성에게 임신을 서두르기 위해 무조건 난임 시술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외과수술을 한 것이 난임 치료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요.

의사에게 응급수술은 각종 변수 속에서 빠르고 적절한 판단 능력을 키워주는 등 그야말로 배움의 현장입니다. 다양한 수술을 통해 의사로서 인체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어요. 제가 수술과 복강경(복강내시경) 시술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때 경험이 밑거름된 것 같습니다.

 

자궁내막증 수술

 

조 원장의 임상경험에 의하면 난임 여성의 상당수는 자궁내막증을 안고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이 자궁 밖에 있는 경우다. 자궁내막은 매달 난자가 자람으로써 분비되는 에스트로겐 영향으로 두꺼워졌다가 임신이 안 되면 생리혈과 함께 박탈되는 조직이다. 만약 자궁내막이 복강 내로 역류해서 엉뚱한 곳에 달라붙어 세포증식을 한다면? 주로 난소, 자궁 뒤, 직장 근처, 나팔관 등에 부착해서 그곳이 자궁인 줄 알고 버젓이 증식하며 생리통과 골반통, 성교통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고질적 질환이 자궁내막증이다. 심할 경우 골반 내 장기와 조직들이 들러붙는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궁내막증 발병율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해요.

자궁내막증은 원래 서구인들이 심했어요.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 여성에게도 많이 발견되더라고요.

 

-자궁내막증은 확진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더군요.

자궁내막증은 1기, 2기, 3기, 4기로 나누는데, 초음파로 확인이 되려면 3~4기에 이르러서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복강경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어요.

 

-자궁내막증이 있어도 환자들이 걱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워낙 흔한 생식적 질환이라서 그래요. 대다수 여성이 생리적 현상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데, 그러면 안 돼요. 자궁내막증이 있더라도 IVF를 해서 임신하면 된다며 치료를 포기하기도 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생리통이 심해지고 자궁 외에 퍼진 내막 덩어리가 커진다면 임신을 방해할 수 있거든요. 선수술도 고려해봐야 해요.

 

-자궁내막증은 배란이 되고 생리를 하는 이상 재발이 잘 된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수술해도 재발이 잘 돼요. 하지만 수술하고 나서 투약을 하면 통증을 덜 수 있고, 재발하더라도 수술 후 1년 내 자연임신율이 높아져요. 실제로 자궁내막증 수술 5년 후에 조사해보면 자연임신이 꽤 많이 되었더라고요. 수술하지 않고 자꾸 IVF만 계속 도전하면 수술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거든요.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2~3회 체외수정술에 도전해보고 계속 실패하면 복강경을 권합니다. 복강경 시술로 대부분 제거하면 임신율이 훨씬 높아질 수 있거든요. IVF 성공률도 높아지고요. 만약 자궁내막증이 너무 심해서 난소 양쪽에 쫙 퍼진 경우, 난소 근처에 퍼진 부위를 모두 제거하다가 난소 기능 저하로 폐경이 될 수도 있어요. 이 경우는 임신이 우선순위겠죠. 폐경이 되면 임신할 수 없으니까요. 너무 심하면 수술보다 빨리 체외수정이라도 해서 임신을 하라고 합니다.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누구에게나 수술을 권하진 않겠지요.

그럼요.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수술이 꼭 필요할 수도 있어요. 의사가 판단해야 해요. 상황에 따라서 임신 전에 수술할지, 나중에 수술할지 정해야 해요. 임신을 원하는 여성일수록 신중하게 결정을 해줘야 합니다.

 

-수술은 어떤가요.

미국에서는 마치 암 수술을 하듯이 해요. 실제로 배 속을 보면 자궁내막증이 너무 심해서 암처럼 퍼져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 경우 개복수술로 제거하는 정말 대수술이 되는데, 한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잘 안 해요. 장 쪽까지 퍼진 걸 잘못 건드리면 장이 터질 수 있거든요. 임상 결과를 보니 개복수술을 할 경우 1%가 장이 터질 수 있고, 장이 터지면 30%가 사망한다고 되어 있더군요.

 

-고난도 수술이군요.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어도 암 수술처럼 깊고 광범위하게 조직을 제거할 필요까지는 없을 수 있어요. 그래도 수술 경험이 풍부해야 할 수 있어요. 자궁적출술이나 자궁근종 제거술과는 달라요. 퍼진 부위 대부분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제거해야 하는, 고난도 테크닉이 필요한 부인과 수술인 거죠. 수술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찾아주면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이 완화될 수 있고 임신율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어요.

 

복강경과 자궁경 시술 테크닉

 

-수술은 복강경으로 하나요.

네.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증이 파악되면 바로 해결을 위한 시술에 들어갈 수 있어요. 복강경 시술은 간단합니다. 양측 하복부 2~3곳을 0.5~1cm 정도 작게 째고 특수한 골반경 수술용 기구나 레이저를 삽입하면 돼요.

 

-내시경을 통해 복부 안을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요.

복강경 시술은 정확해요. 복강경 덕분에 훨씬 더 몸속을 잘 들여다볼 수 있어요.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해요. 더 넓은 부위와 확대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궁내막증일 경우 복강경으로 360도 회전시킬 수 있어서 넓게 퍼진 자궁내막증 부위까지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부인과 질환에서 복강경은 인기 있는 검사와 수술 수단이 되었다. 활용범위도 넓다. 난소에 생긴 낭종을 제거하거나, 자궁외임신에서 자궁 밖에 착상된 태아를 제거하거나, 자궁 밖에 자궁내막조직이 붙어서 증식하는 자궁내막증 제거에 모두 복강경이 동원된다. 그밖에도 자궁근종 제거술, 난관 복원술, 자궁경부 초기암 수술까지도 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복강경 시술이 자칫 소장, 대장, 위, 자궁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복강경 전에 환자의 지난 수술병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복강 내 기관을 수술했거나 골반 감염이 있거나 비만이나 너무 말랐을 경우에는 복강경 시술을 더 세심하게 고려하려면서 진행해야 한다.

 

-장 유착을 제거하는 복강경은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그럼요. 수술하는 의사에 따라 결과가 많이 차이가 나요. 저는 복강경학회만 10년 이상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었어요. 또 실전을 많이 뛰었고요. 복강경을 할 때 자궁내막증이 암처럼 퍼져 있고 유착이 되어 있을 때 시술을 자칫 잘못하면 큰일이 나요. 장이 터지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암 수술처럼 하지 않고 장 쪽을 놔두고 거의 제거를 하려고 하죠.

 

조 원장은 자궁경(자궁내시경) 분야에서도 독특한 테크닉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자궁경은 대장내시경, 위내시경과 비슷한 일종의 내시경이다. 3~5mm 두께의 내시경을 자궁 내에 넣어서 자궁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며 검사와 폴립 등의 제거 시술을 병행할 수 있다. 조 원장의 자궁경은 일반 자궁경과 조금 다르다. 자궁내시경을 통해 자궁내막에 약간의 자극을 주는 자극요법이 있다.

 

-자궁경 테크닉과 기술은 다 비슷한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의사마다 경험 노하우가 달라요. 한번은 자궁 속이 T자인 여성이 왔어요. 자궁은 역삼각형 모양이 정상인데, 중간에 벽이 있어서 T자 모양의 선천적 기형이었던 거죠. 제가 자궁내막에 가위질을 해서 역삼각형으로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그렇게 안 되던 임신이 바로 되더라고요. 최근 난임 전문의들이 착상률을 높이기 위해 자궁내막 자극술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자궁내막 자극술은 이스라엘 난임 의사에 의해 시작된 것인데, 플라스틱 관을 자궁 속에 넣어서 자궁 내벽을 살짝 긁어주는 겁니다. 논문에는 내막을 자극하면 자궁에서 여러 물질이 나오고, 그 물질이 착상을 높인다고 되어 있는데, 제가 해보니까 큰 효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자궁내막에 좀 더 강렬한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변형시킨 것이지요.

 

-보통 난임 전문의들은 수술보다는 IVF를 통한 임신 시도를 더 권하는 편이죠.

환자의 나이와 난소 기능에 따라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생식기에 질환이 있으면 근본적으로 해소해주는 것도 중요해요. 문제를 안고 시작하면 걱정이 되어서 임신이 잘 안 되거든요. 여성들은 걱정하고 한숨 쉬면 임신이 잘 안되는 몸이 되더라고요. 뭔가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을 하고 자신감이 생기면 IVF로도 임신 안 되던 부부가 자연임신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