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의 등급도 괜찮고 자궁내막 두께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임신이 반복해서 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더 살펴봐야 할까.

최근 생식의학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궁 안에 별다른 증상 없이 지속되는 ‘만성 자궁내막염(CE)’이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 만성 자궁내막염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시험관아기시술(IVF)이나 배아이식 후 임상적 임신 가능성이 낮고 유산 위험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별도의 2026년 전향적 연구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한 난임 여성 가운데 40% 이상에서 만성 자궁내막염을 시사하는 형질세포 침윤이 발견됐다.

두 연구를 종합하면 ‘배아’에 집중됐던 난임 원인 탐색에서 배아가 착상해야 할 ‘자궁내막의 미세한 염증 환경’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임상임신 60.1%→54.3%…유산은 11.9%→16.4%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유럽 산부인과·생식생물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and Reproductive Biology)’에 발표된 연구진은 데이터베이스 구축 시점부터 2026년 2월까지 나온 연구를 검색해 모두 39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결과는 눈길을 끈다. 만성 자궁내막염이 없는 여성의 임상임신율은 60.1%였지만 만성 자궁내막염이 있는 여성에서는 54.3%였다. 통합 분석에서 만성 자궁내막염이 있는 여성의 임상임신 오즈는 대조군보다 낮았다(OR 0.55, 95% CI 0.42~0.74).

반대로 유산은 늘었다. 만성 자궁내막염이 없는 여성의 유산율은 11.9%였지만 만성 자궁내막염이 있는 여성에서는 16.4%로 높아졌다. 유산 오즈비는 1.43(95% CI 1.13~1.82)이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지표인 생아출산 또는 지속임신에서는 44.0% 대 50.6%로 만성 자궁내막염군이 낮은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명확한 차이에는 도달하지 못했다(OR 0.77, 95% CI 0.53~1.11).

즉 현재 근거로는 만성 자궁내막염과 낮은 임신율·높은 유산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만, 이것만으로 만성 자궁내막염이 임신 실패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프지도 않은데 염증?…‘조용한 자궁내막염’

 

만성 자궁내막염이 까다로운 이유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급성 자궁내막염처럼 심한 통증이나 발열이 나타나는 질환을 떠올리기 쉽지만 만성 자궁내막염은 별다른 증상 없이 지속될 수 있다.

진단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궁내막 조직에서 발견되는 ‘형질세포(plasma cell)’다. 일반적인 조직검사와 함께 CD138이라는 표지자를 이용한 면역조직화학검사를 통해 형질세포를 확인하는 방법이 널리 연구되고 있다.

자궁경검사에서는 미세용종(micropolyps), 자궁내막 부종이나 국소적인 충혈 등이 관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메타분석에서 자궁경검사의 민감도는 연구에 따라 22~86%로 차이가 컸다. 연구진도 자궁경만으로 만성 자궁내막염을 확진하기보다는 조직병리검사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인 못 찾은 난임 여성 10명 중 4명에서 형질세포

 

더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2026년 ‘최소침습부인과학저널(Journal of Minimally Invasive Gynecology)’에 발표된 브라질 연구진의 전향적 관찰연구다.

연구진은 원인불명 난임 여성과 건강한 대조군의 착상기 자궁내막을 비교했다. 자궁내막 조직을 채취한 뒤 CD138 면역조직화학검사를 이용해 형질세포 침윤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원인불명 난임 여성에서는 40.63%에서 형질세포 침윤이 확인됐다. 건강한 대조군에서는 23.08%였다.

자궁경에서 만성 자궁내막염이 의심되는 소견은 난임 여성의 53.12%에서 관찰됐다. 그러나 자궁경검사의 민감도는 68.75%였으며 자궁경과 면역조직화학검사 결과의 일치도는 71.1%였다.

다만 이 연구의 규모는 작다. 원인불명 난임 여성 35명이 연구에 포함됐고 실제 면역조직화학 분석까지 이뤄진 대상은 32명이었다. 대조군 역시 15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원인불명 난임 여성의 40%가 만성 자궁내막염 때문에 임신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 역시 이번 결과를 원인불명 난임에서 만성 자궁내막염이 더 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탐색적 결과로 평가했다.

 

항생제로 치료하면 임신 잘 될까…여기서부터는 신중해야

 

그렇다면 만성 자궁내막염을 찾아 치료하면 IVF 성공률도 올라갈까.

이번 메타분석에서는 만성 자궁내막염이 지속된 여성과 비교했을 때 치료 후 염증이 소실된 여성에서 생아출산 또는 지속임신과 임상임신 성적이 더 좋고 유산 위험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포함된 연구 대부분이 관찰연구이고 환자 구성부터 만성 자궁내막염의 진단 기준, CD138 양성 형질세포의 기준, 항생제 종류와 치료법, 배아이식 방법까지 연구마다 상당히 달랐다. 연구진이 주요 생식 결과에 대한 근거 수준을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평가한 이유다.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하면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인과관계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특히 첫 IVF를 시작하는 모든 여성에게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만성 자궁내막염을 일률적으로 찾아 치료해야 한다는 근거도 현재로서는 부족하다.

연구진은 오히려 반복착상실패, 반복유산 또는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난임 여성 등 선별된 환자에서 검사를 고려하는 ‘표적 접근’이 더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배아’만큼 중요한 착상 환경…자궁내막 연구 확대

 

난임 치료에서는 오랫동안 난자와 정자, 배아의 질이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여겨졌다. 그러나 좋은 배아가 있어도 이를 받아들일 자궁내막 환경이 적절하지 않다면 착상과 임신 유지 과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만성 자궁내막염 연구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아직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어느 정도의 형질세포가 발견돼야 실제 치료가 필요한 만성 자궁내막염으로 볼 것인지, 누구를 검사해야 하는지, 치료 후 다시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치료가 실제 생아출산율을 높이는지에 대한 표준화된 근거가 부족하다.

이번 연구들이 보여준 것은 ‘원인불명 난임의 숨은 원인을 찾았다’는 결론이라기보다, 임신이 잘되지 않는 이유를 찾을 때 배아뿐 아니라 배아가 자리 잡는 자궁내막의 만성적인 염증 상태도 연구해야 한다는 근거가 한층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 2026년 국제학술지 ‘유럽 산부인과·생식생물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and Reproductive Biology)’에 게재된 만성 자궁내막염과 IVF 결과에 관한 39개 연구 메타분석(PMID 42753562, DOI 10.1016/j.ejogrb.2026.115417)과 ‘최소침습부인과학저널(Journal of Minimally Invasive Gynecology)’에 게재된 원인불명 난임 여성의 만성 자궁내막염 전향적 연구(PMID 41690456, DOI 10.1016/j.jmig.2026.02.024)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