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유산이나 반복착상실패을 경험한 여성들이 한 번쯤 듣게 되는 검사가 있다. 바로 만성자궁내막염(Chronic Endometritis·CE) 검사다.
검사에서 ‘CD138 양성’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같은 항생제를 복용하고, 이후 다시 조직검사를 받아 CD138이 사라졌는지 확인하는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CD138 양성인 반복유산 여성이 항생제를 먹으면 정말 다음 임신에서 유산이 줄고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질까?"
이 질문을 독시사이클린과 가짜약을 직접 비교해 검증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독시사이클린을 복용한 여성과 위약을 복용한 여성의 생아출산 또는 임신 유지 결과에 의미 있는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CD138’
CD는 ‘분화항원(Cluster of Differentiation)’의 약자로 세포의 종류나 상태를 구별하는 데 사용하는 일종의 세포 표지자다. 그중 CD138은 형질세포(plasma cell)를 확인하는 면역조직화학 표지자로 사용된다.
만성자궁내막염은 자궁내막에 만성적인 염증이 지속되는 상태로,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조직학적으로는 자궁내막 기질에 형질세포가 침윤해 있는 것이 중요한 특징으로 여겨져 왔고 이를 보다 잘 찾아내기 위해 CD138 면역염색을 이용한다.
쉽게 말하면 CD138 자체가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도, 세균도 아니다. 자궁내막 조직 속에서 형질세포와 관련된 세포를 찾아내기 위한 일종의 ‘표지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CD138 양성이 곧 ‘자궁 안에 특정 세균이 있다’는 뜻도 아니다.
만성자궁내막염의 원인으로 자궁내막 미생물군의 불균형이나 특정 미생물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CD138 양성 세포가 몇 개 있어야 만성자궁내막염으로 진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연구마다 기준이 다르다.
그럼에도 만성자궁내막염과 반복유산·반복착상실패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되면서 임상에서는 CD138 양성이 확인된 여성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치료가 사용돼 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치료 후 만성자궁내막염이 사라진 여성의 임신 결과가 좋아졌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그러나 상당수가 관찰연구였고 제대로 된 위약대조 무작위시험이 부족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복유산 여성 2178명 검사…CD138 양성 438명 무작위 배정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등의 연구진은 18세 이상 42세 미만이면서 임신 초기 유산을 2회 이상 연속 경험한 여성을 모집했다.
영국 27개 의료기관에서 모두 2178명을 선별검사했고 이 가운데 505명이 CD138 양성으로 확인됐다. 최종적으로 438명이 임상시험에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진은 황체기에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CD138 면역조직화학염색으로 만성자궁내막염 여부를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자궁내막 조직 10㎟당 CD138 양성 세포가 5개 이상이면 만성자궁내막염이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다만 CD138이 몇 개 이상이어야 만성자궁내막염인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통일돼 있지 않다. 이번 연구도 전형적인 형질세포만 센 것이 아니라 CD138 양성 세포를 좀 더 폭넓게 포함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 같은 진단 기준의 차이를 결과 해석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438명 가운데 219명은 독시사이클린 100mg을 하루 두 번씩 14일간 복용했다. 나머지 219명은 독시사이클린과 똑같이 생긴 위약을 같은 방법으로 복용했다.
단, 약은 임신한 뒤 먹은 것이 아니라 임신을 시도하기 전 월경주기 첫날부터 투여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자는 물론 의료진과 결과 평가자까지 누가 독시사이클린을 먹었고 누가 가짜약을 먹었는지 몰랐다는 점이다. 여러 병원이 참여한 데다 치료군을 무작위로 나누고 가짜약과 비교하는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대조시험’으로 진행돼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
독시사이클린 52%·위약 50%…거의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이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단순히 임신에 성공했느냐가 아니었다. 실제 아이를 출산했거나 연구 종료 시점까지 임신이 24주 이상 유지됐는지를 따졌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독시사이클린군은 219명 가운데 113명(52%), 위약군은 219명 가운데 109명(50%)이 생아출산 또는 임신 24주 이상 유지에 도달했다. 독시사이클린군이 2%포인트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보정 상대위험도(aRR)는 1.02, 베이지안 신용구간(CrI)은 0.85~1.21이었다.
연구 기간 첫 임신에 성공한 여성은 전체 438명 가운데 299명(68%)이었다. 이후 반복된 임신까지 합하면 총 374건이었고, 이 가운데 316건(84%)은 자연임신이었다.
첫 임신의 결과나 임신까지 걸린 시간 등을 따로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독시사이클린을 먹은 여성에게서 뚜렷하게 더 좋은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더 흥미로운 결과…CD138도 위약군에서 비슷하게 변했다
이번 연구에서 임신 결과만큼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항생제를 먹으면 CD138이 실제로 줄어드는가’라는 문제다.
연구진은 참가자 202명에게 치료 후 다시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CD138의 양과 분포는 독시사이클린군뿐 아니라 항생제가 들어 있지 않은 위약군에서도 비슷하게 변했다.
즉 ‘항생제를 먹고 다음 검사에서 CD138이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항생제 효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CD138 자체가 월경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주기 간 변동(inter-cycle variation)’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결과는 꽤 중요하다. 지금까지 치료 후 CD138이 음성으로 바뀌면 ‘항생제로 만성자궁내막염이 치료됐다’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아무 치료를 하지 않은 위약군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CD138 양성→세균 감염→항생제’는 같은 말이 아니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은 ‘CD138 양성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다.
CD138 검사는 세균을 찾는 검사가 아니다. 자궁내막에서 염증과 관련된 형질세포를 확인하는 조직검사다. 따라서 ‘CD138 양성’이 곧 ‘세균 감염’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진단 기준도 아직 통일돼 있지 않다. 연구마다 검사 방법과 CD138 양성 세포의 기준이 다르고, 몇 개부터 만성자궁내막염으로 볼 것인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번 연구에서는 CD138 기준을 더 엄격하게 높여 다시 분석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독시사이클린이 임신 결과를 개선한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CD138 양성→만성자궁내막염→세균 감염→항생제’라는 공식처럼 단순하게 연결하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존 연구들은 왜 항생제가 좋다고 했을까
그동안 만성자궁내막염을 치료하면 임신 결과가 좋아질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들은 있었다.
특히 항생제 치료 뒤 조직검사에서 만성자궁내막염이 사라진 여성의 생아출산율이 높았다는 보고들이 나오면서 독시사이클린을 비롯한 항생제 치료가 임상에서 사용돼 왔다.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ASRM)의 2026년 반복유산 위원회 의견에서도 과거 12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치료 후 조직검사를 시행해 만성자궁내막염 소실이 확인된 경우 생아출산율 개선이 보고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SRM은 동시에 기존 근거에는 연구대상과 만성자궁내막염 정의가 제각각이고 무작위 임상시험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438명 규모 무작위시험에서는 독시사이클린이 유산이나 생아출산 결과를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관찰연구와 무작위 위약대조시험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항생제를 복용하고 CD138이 사라진 여성의 출산율이 높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항생제 때문에 출산율이 높아졌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예후가 좋은 여성에서 염증 소견이 사라졌을 가능성, CD138 자체가 주기에 따라 변했을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이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독시사이클린과 위약을 무작위로 배정해 비교했다.
‘만성자궁내막염에 항생제는 필요 없다’는 뜻은 아냐
연구 결과를 반대로 너무 크게 확대해석해서도 안 된다.
이번 연구는 모든 만성자궁내막염 환자에게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CD138 양성 세포를 기준으로 만성자궁내막염이 있다고 분류된 반복유산 여성에게 임신 전 독시사이클린 100mg을 하루 두 차례 14일 투여했을 때 위약보다 생아출산 또는 24주 이상 임신 유지 가능성을 높이지 못했다’는 연구다.
특정 병원체가 확인된 감염이나 자궁 내 다른 병변이 있는 경우까지 이번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또 이번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적응형 베이지안 연구설계에 따라 중간분석에서 시험이 종료됐으며 연구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CD138 양성 비율이 높았다.
치료 후 두 번째 조직검사도 같은 치료 월경주기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다음 월경 이후까지 CD138 변화가 지속되는지는 이 연구만으로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검사 수치’가 아니라 결국 ‘아이를 낳았느냐’
이번 연구가 반복유산이나 난임 치료를 받는 여성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검사 결과가 좋아졌는지와 실제 임신·출산 결과가 좋아졌는지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CD138이 양성에서 음성으로 바뀌는 것은 중간 지표다. 반복유산 치료에서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결과는 결국 유산이 줄고 임신이 유지돼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가다.
이번 연구에서 독시사이클린은 바로 그 최종 결과를 위약보다 개선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항생제는 소용없다’고 단순화하기보다 ‘CD138 양성이라는 검사 결과 하나만을 근거로 반복유산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하는 것이 실제 생아출산율을 높인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난임과 반복유산 진료에서 흔히 만나는 ‘검사 양성→치료→재검사 음성’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치료→출산 가능성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연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