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가 해동은 잘 됐고 다시 부풀고 있습니다.”
동결배아이식을 앞둔 난임 환자라면 배양실이나 의료진으로부터 한 번쯤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반대로 “배아가 아직 덜 부풀었다”는 설명을 들으면 걱정이 앞선다. 냉동배아를 녹였는데 왜 배아가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커지는 것일까. 그리고 이식 직전 배아가 다시 부풀어 오르는 모습은 실제 임신 가능성과 관계가 있을까.
최근 연구에서는 냉동했던 배반포를 해동한 뒤 이식 시점까지 배반포강이 다시 팽창했는지가 임상임신율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재팽창하지 않은 배아에서도 실제 임신이 확인됐다며, 이를 배아의 성공 여부를 단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냉동할 때 배아는 왜 ‘쪼그라들까’
5일이나 6일까지 배양된 배반포의 모습을 보면 가운데 커다란 공간이 있다. 이를 ‘배반포강(blastocoele)’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배아 안에 물이 차면서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배반포가 성장할수록 이 공간에는 액체가 차고 배아 전체가 풍선처럼 팽창한다. 그 바깥에는 장차 태반을 만드는 영양막세포가 자리하고, 한쪽에는 태아로 발달하게 될 내부세포덩어리가 모여 있다.
하지만 배아를 그대로 얼릴 수는 없다. 현재 널리 사용하는 유리화 동결 과정에서는 세포 안팎의 수분 이동이 일어나면서 배반포강이 줄어들고 배아가 일시적으로 수축할 수 있다.
따라서 해동 직후 배아가 냉동 전처럼 통통하게 부풀어 있지 않다고 해서 곧바로 배아가 손상됐다는 뜻은 아니다.
해동된 배아는 다시 배양액 속에서 회복 과정을 거친다. 세포 기능이 되살아나면서 배반포강에 다시 액체가 차고 배아가 원래 크기에 가까워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재팽창(re-expansion)’이다.
쉽게 표현하면 냉동과 해동 과정에서 잠시 쪼그라들었던 배아가 다시 물을 채우며 몸집을 회복하는 과정인 셈이다.
다시 부푼 배아 임상임신율 28.5%…그대로인 배아 15.8%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와 ONE Fertility 연구진은 동결배아이식에서 이 같은 재팽창 여부가 실제 임신 결과와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에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동결배아이식을 받은 환자 자료가 사용됐다. 전체 5996명 가운데 이식 당시에도 수축된 상태였던 배반포를 이식받은 환자는 165명으로 약 2.8%였다.
연구진은 이 환자들과 나이를 맞춘 뒤 재팽창한 배반포를 이식받은 330명을 비교했다.
결과는 눈에 띄었다.
해동 후 다시 팽창한 배반포를 이식한 그룹의 임상임신율은 28.5%였지만, 이식 시점까지 수축된 상태였던 배반포 그룹은 15.8%였다.
통계적으로 재팽창한 배아를 이식했을 때 임상임신 가능성은 수축된 배아보다 높았고, 연구에서 산출된 오즈비는 2.145였다. 배반포 재팽창 상태와 임상임신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된 것이다.
단순히 ‘살아있다’보다 ‘얼마나 회복했나’ 보는 지표
이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동결배아를 평가하는 기준에 하나의 ‘움직이는 정보’를 더하기 때문이다.
배아는 보통 냉동 전 내부세포덩어리와 영양막세포의 상태, 배반포 팽창 정도 등을 이용해 등급을 매긴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는 특정 순간의 배아 모습을 촬영한 일종의 ‘사진’에 가깝다.
반면 해동 후 재팽창은 냉동과 해동이라는 스트레스를 받은 배아가 다시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제로 앞선 연구에서도 해동 직후 빠르게 재팽창한 배반포에서 임신과 출산 결과가 좋은 경향이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2025년 발표된 742건의 단일 동결배반포 이식 연구에서는 해동 직후 이미 재팽창을 보인 그룹의 임상임신율이 69.83%, 생아출산율이 55.75%였고, 즉시 재팽창하지 않았던 그룹은 각각 54.82%, 45.43%였다.
과거 연구에서도 재팽창 속도가 빠른 배아가 포함된 이식에서 임상임신율과 착상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등 비슷한 경향이 관찰돼 왔다.
그렇다고 ‘안 부풀면 나쁜 배아’는 아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이식 시점까지 재팽창하지 않았던 배아의 임상임신율도 15.8%였다. 다시 말해 수축된 상태였던 배아에서도 임신은 실제로 일어났다.
연구진 역시 “수축된 배반포 이식에서도 생존 가능한 임신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의 나이가 젊고 냉동 당시 배아의 형태학적 등급이 좋았던 경우에는 재팽창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신 가능성을 낮게 단정할 수 없었다.
임신 결과에는 재팽창 여부만 작용한 것도 아니었다. 이번 분석에서는 냉동 당시 배아의 질과 여성의 나이 역시 임상임신율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다.
실제로 모든 연구가 재팽창의 예측력을 동일하게 보고한 것은 아니다. 과거 일부 연구에서는 해동 후 배아의 팽창 정도 자체가 지속 임신 여부와 유의한 관련을 보이지 않았다는 결과도 있었다.
따라서 재팽창은 배아의 회복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일 뿐, 정상염색체 여부나 배아등급, 여성의 나이, 자궁내막 상태 등 다른 요인을 모두 뛰어넘는 ‘합격·불합격 판정표’는 아니다.
“해동 잘 됐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난임 환자 입장에서 가장 헷갈리는 말 중 하나가 “배아가 해동 후 잘 살아났습니다”라는 설명이다.
배아의 해동 상태를 볼 때 배양실에서는 단순히 모양만 보는 것이 아니다. 세포가 살아 있는지, 손상된 세포가 얼마나 되는지, 배아가 다시 팽창하는지, 배반포를 둘러싼 세포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등을 함께 관찰한다.
따라서 ‘생존했다’와 ‘재팽창했다’는 완전히 같은 표현은 아니다.
해동 후 세포가 생존했지만 아직 충분히 재팽창하지 않은 배아도 있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뒤늦게 다시 팽창하기도 한다.
반대로 빠르게 팽창한 배아는 냉동과 해동이라는 환경 변화에서 비교적 빠른 회복력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동결배아는 냉동 전 붙어 있던 등급표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해동된 뒤 다시 깨어나는 과정 자체에도 배아의 발달 능력을 보여주는 정보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닌 후향적 관찰연구이고 분석 대상 역시 2005~2012년의 이식 자료라는 한계가 있다. 이후 배아 동결·해동 기술과 배양 환경이 크게 발전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재팽창 여부 하나만으로 이식 여부를 결정하거나 개별 환자의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