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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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수와 운동성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DNA 손상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미세수정을 해야 하나요?”

난임진료를 받는 부부라면 한 번쯤 고민할 만한 질문이다. 일반적인 정액검사에서는 정자의 수와 운동성, 정상 형태 비율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 수치가 괜찮다고 해서 정자 안에 들어 있는 DNA까지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정자 DNA 손상률’이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어떤 수정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출산 결과에 다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증 남성난임이 아닌 환자들을 분석했더니 일반 체외수정(IVF)에서는 정자 DNA 손상 정도가 높아질수록 누적 생아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 반면, 난자 안에 정자를 직접 주입하는 미세수정(ICSI)에서는 이런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정자 수만 보는 검사와 DFI는 다르다

 

DFI는 ‘DNA fragmentation index’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면 정자 DNA 분절지수다. 쉽게 말해 검사한 정자 가운데 DNA가 손상된 정자가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를 보는 지표다.

일반 정액검사에서 운동성이 좋고 모양이 정상으로 보이는 정자라도 내부의 DNA에는 손상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정자 수가 다소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모든 정자의 DNA가 손상돼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DFI 검사는 일반 정액검사와는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중국 샤먼대학 부속 청궁병원 생식의학센터 연구진 역시 기존 정액검사만으로는 남성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특히 ‘중증 남성난임이 아닌 경우에도 DFI를 이용해 IVF와 ICSI 가운데 어떤 방법이 더 적합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가’를 살폈다.

 

같은 조건으로 맞춰보니 IVF·ICSI 차이

 

연구진은 정자 염색질 구조검사(SCSA)를 이용해 DFI를 측정하고, IVF와 ICSI를 받은 환자들을 비교했다.

두 집단은 처음부터 환자 특성이 똑같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자 상태가 더 좋지 않은 환자에게 ICSI가 많이 시행됐다면 단순히 두 집단의 임신율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성향점수매칭이라는 통계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IVF 398건과 ICSI 398건을 서로 비슷한 조건으로 맞춰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IVF에서는 DFI가 높아질수록 누적 생아출산율이 내려가는 패턴이 나타났다. 반면 ICSI에서는 DFI와 누적 생아출산율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서 ‘누적 생아출산율’은 한 번의 배아이식 성공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난자채취에서 얻은 배아들을 신선·동결이식까지 이어 사용했을 때 결국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을 보는 지표다. 난임치료의 최종 목표에 보다 가까운 결과인 셈이다.

 

DFI 낮을 때는 오히려 IVF가 유리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DFI 수준에 따라 두 수정방법의 상대적인 결과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연구진의 통계모델에서는 DFI가 약 14.3%보다 낮은 구간에서 IVF의 누적 생아출산율이 ICSI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DFI가 높아지면서 IVF의 성적은 점차 떨어졌다. 연구에서 사용한 또 다른 분석모델에서도 약 14.2% 이하에서는 IVF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이를 넘어가면서 ICSI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패턴이 관찰됐다.

쉽게 말하면 정자 DNA 손상이 많지 않은 남성에게까지 처음부터 모두 ICSI를 하는 것이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정자 DNA 손상이 증가하면 일반 IVF에서는 자연적으로 난자에 들어갈 정자를 선별하는 과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ICSI에서는 배아연구실에서 정자를 골라 난자 안에 직접 주입하기 때문에 DFI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부분은 ‘ICSI가 손상된 정자 DNA를 고쳐준다’는 뜻은 아니다. ICSI 역시 DNA가 손상된 정자를 선택하면 그 영향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DFI 14% 넘으면 미세수정 해야 할까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숫자가 ‘14%’다.

이번 연구만 보면 마치 DFI가 14% 아래이면 IVF, 이를 넘으면 ICSI라는 간단한 공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에서 제시된 14.2~14.3%는 이번 환자집단을 여러 통계모델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곡점’에 가깝다. 모든 검사법과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임상 기준은 아니다.

DFI는 검사 방법에 따라 수치와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 같은 남성에서도 채취 시점이나 금욕기간, 발열·감염, 흡연과 생활습관 등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연구에서는 DFI 20% 등을 기준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2713쌍을 분석한 과거 연구에서도 DFI가 높은 환자는 IVF를 시행했을 때 누적 생아출산율이 낮았지만 ICSI에서는 DFI에 따른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DFI 몇 %부터 무조건 ICSI’라고 정하기보다는 정자 농도와 운동성, 형태, 이전 수정 실패 여부, 여성의 나이와 난자 수 등을 함께 봐야 한다.

 

무조건 미세수정이 답은 아니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오히려 ‘ICSI를 많이 하면 성공률이 올라간다’와는 거리가 있다.

ICSI는 심한 남성난임이나 과거 수정 실패 등에서는 매우 중요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중증 남성난임이 아닌 부부까지 일률적으로 ICSI를 시행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실제로 2026년 발표된 별도의 무작위임상시험 2차 분석에서는 비중증 남성난임 부부에서 DFI 검사가 ‘누가 IVF보다 ICSI에서 더 큰 이득을 볼 것인가’를 정확히 가려내는 데에는 제한적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이번 연구 역시 ICSI가 모든 고DFI 환자의 생아출산율을 높인다고 증명한 무작위대조시험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자 DNA가 손상됐으니 무조건 미세수정’이라는 공식이 아니라 일반 정액검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남성 요인이 있을 때 DFI를 하나의 추가 정보로 활용해 수정방법을 개인별로 결정하는 것이다.

정자검사 결과지에서 숫자 하나가 좋지 않다고 곧바로 수정방법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복적인 수정 실패나 원인불명의 난임이 있고 정자 DNA 손상까지 높다면, IVF와 ICSI 가운데 어느 방법이 더 적합할지를 다시 검토할 근거는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