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AI 생성 (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시험관아기시술(IVF)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가장 익숙한 숫자는 AMH다. 난포 개수와 난자 개수, 자궁내막 두께에도 민감하다. 그런데 건강검진표에서 흔히 보는 ‘콜레스테롤’은 어떨까. 총콜레스테롤이나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으면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최근 연구는 이 질문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제학술지 ‘생식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RBMO)‘’은 지난 9월 9일 ‘시험관아기 치료를 받는 여성에서 이상지질혈증은 가임력과 임신, 신생아 결과에 부정적으로 연관된다(Dyslipidemia is negatively associated with fertility, pregnancy, and neonatal outcomes in women undergoing IVF treatment)’는 연구를 온라인 공개했다.

베이징대 제3병원 생식의학센터 연구진이 참여했고, 생식의학 분야의 대표 연구자인 Jie Qiao 교수와 Ben W. Mol 교수 등이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 제목 자체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흔히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만 생각했던 ‘혈중 지방 상태’가 시험관 시술에서도 난자와 임신, 출산 이후 신생아 결과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왜 ‘난자’와 관련될까

 

여기서 말하는 이상지질혈증은 단순히 ‘콜레스테롤 수치 하나가 높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총콜레스테롤이나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거나,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를 포함한다.

문제는 지방이 혈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난자가 자라는 난포 안에도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여러 대사물질이 존재한다.

난자는 주변의 과립막세포와 난구세포로부터 영양과 신호를 받아 성숙하는데, 이 대사 환경이 지나치게 흐트러지면 산화스트레스나 세포 내 소포체 스트레스 등이 증가해 난자의 정상적인 성숙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즉 ‘콜레스테롤이 난자를 막는다’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혈중 지질이 높다는 사실이 몸 전체의 대사환경이 달라졌다는 신호일 수 있고, 그 변화가 난자가 자라는 미세환경과 배아 발달, 자궁내막 환경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선 연구에서도 지방이 많은 난포 환경이 난구-난자 복합체의 산화스트레스와 난자 핵 성숙 장애에 관여할 가능성이 보고됐다.

 

5030명 추적했더니…총콜레스테롤 200㎎/㎗ 이상에서 눈에 띈 차이

 

이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았던 연구가 있다.

앞서 RBMO에 발표된 대규모 실제 진료자료 연구에서는 첫 IVF 또는 ICSI 치료를 받은 난임여성 5030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이상지질혈증이 있었던 여성은 1903명, 정상 지질군은 3127명이었다. 연구진은 연령과 체질량지수(BMI) 등 두 집단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통계적 보정을 거친 뒤 임신 결과를 다시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이상지질혈증 여성에서는 만삭 출산율과 생아출산율이 정상군보다 낮았다. 특히 연구진이 여러 요인을 함께 보정한 뒤에도 이상지질혈증 자체와 높은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생아출산 가능성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눈여겨볼 기준은 총콜레스테롤 5.20mmol/L 이상,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환산하면 약 200㎎/㎗ 이상​이었다. 연구에서는 이 기준 이상의 총콜레스테롤을 가진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생아출산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질 수치가 정상→경계치→높은 수준으로 올라갈수록 후기 유산과 만삭 출산, 생아출산 결과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결국 건강검진에서 흔히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네요’라고 지나치던 숫자가 IVF에서는 전혀 무관한 숫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임신만 되는지가 아니라 ‘끝까지 출산하는가’가 중요했다

 

이 연구들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임신테스트기 두 줄이나 임상적 임신만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IVF에서는 ‘임신이 됐느냐’와 ‘아기를 출산했느냐’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존재한다. 수정이 되고 배아가 생겨도 착상하지 않을 수 있고, 착상한 뒤에도 유산할 수 있다. 따라서 시술 효과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최종 지표 가운데 하나가 ‘생아출산율’이다.

2021년 연구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여성에서 후기 유산이 더 많고 만삭 출산과 생아출산이 줄어드는 양상이 확인됐다. 특히 여러 혼란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총콜레스테롤 상승이 생아출산과 독립적으로 연결됐다.

올해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됐다.

209쌍의 부부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여성에게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경우 누적 유산 위험이 높고 누적 생아출산 가능성은 낮았다.

통계적으로 보정한 결과 여성 이상지질혈증은 누적 유산 오즈가 약 4.5배 높았고, 누적 생아출산 오즈는 정상 지질 여성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다만 연구 규모가 작고 후향적 관찰연구여서 숫자 자체를 그대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흥미로운 점은 남성의 혈중 지방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연구에서 남성 이상지질혈증 역시 수정된 난자 수와 이식 가능한 배아 수, 수정률 등에 불리한 방향의 연관성을 보였고, 누적 생아출산 가능성도 낮았다. 부부 모두 이상지질혈증이 있을 경우 결과는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났다.

 

LDL인가, 중성지방인가…‘어느 지방이 문제냐’는 아직 정리 중

 

그렇다면 총콜레스테롤과 LDL, 중성지방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현재 연구들을 보면 한 가지 지표만 ‘범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 다만 총콜레스테롤은 비교적 일관되게 좋지 않은 생아출산 결과와 연결돼 왔고, LDL 역시 배아 형성과 관련된 지표와 연관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2026년 부부 연구에서는 여성의 LDL 수치가 올라갈수록 이식 가능한 배아 수가 감소하는 관계가 관찰됐다. 연구진이 계산한 모형에서는 LDL이 1mmol/L 올라갈 때 이식 가능한 배아 수가 약 0.57개 감소하는 방향이었다. 그렇다고 LDL만 낮추면 배아가 늘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령·BMI·인슐린 저항성·생활습관 등 여러 대사요인이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중성지방도 중요하다. 특히 복부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 당대사 이상이 함께 있는 여성에서는 중성지방 증가가 하나의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신 대사 이상을 보여주는 표시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난임진료에서는 숫자 하나보다는 총콜레스테롤·LDL·HDL·중성지방 전체를 함께 보는 ‘지질 프로필’​이 더 의미가 있다.

‘콜레스테롤 높으면 IVF 실패’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연구들을 근거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여성은 시험관 시술에 실패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대부분은 관찰연구다. 이상지질혈증이 IVF 실패를 직접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무작위대조시험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여성은 평균적으로 BMI가 높거나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다른 대사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요인들이 난자와 자궁내막에 동시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209쌍 연구에서도 이상지질혈증 여성은 정상군보다 체중과 BMI가 높은 특징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통계적으로 보정했지만 모든 생활습관이나 대사상태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연구의 의미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반드시 IVF 성공률이 올라간다’가 아니다. 오히려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혈압·혈당·체중과 함께 지질 상태까지 살펴볼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쪽에 가깝다.

난소자극 자체도 중성지방을 올릴 수 있다. 또 하나 의사가 주목할 부분은 난소자극 과정 자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보조생식술과 심혈관 위험을 다룬 과학성명에서 난소자극 후 약 2주 동안 중성지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총콜레스테롤과 LDL 변화는 연구와 치료 프로토콜에 따라 일정하지 않았지만, 지단백(a) 역시 난소자극 뒤 증가했다가 임신하지 않은 경우 다시 기저 수준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보고됐다.

이는 원래 중성지방이 매우 높은 환자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여성에서는 시술 전 평가가 특히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난임치료가 이제 단순히 ‘난자를 몇 개 채취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임신을 견딜 수 있는 여성의 전신 건강을 함께 관리하는 치료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IVF 준비하면서 AMH만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

 

시험관아기 시술을 앞두고 AMH가 조금 낮으면 환자는 크게 걱정한다. 난포가 한두 개 적게 보이는 날에도 불안해한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검사지는 “내과에서 나중에 관리하면 되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연구들은 그 두 영역이 생각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난자는 여성의 몸과 분리돼 자라는 세포가 아니다. 난소 안에서 혈액을 통해 공급되는 영양과 호르몬, 대사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착상이 일어나는 자궁내막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IVF를 준비하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좋은 난자를 많이 만드는 것’만이 아닐 수 있다. 혈당, 혈압, 체중, 흡연 여부와 함께 총콜레스테롤·LDL·HDL·중성지방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다면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임의로 약을 시작하거나 이미 복용 중인 약을 중단해서도 안 된다. 임신을 준비하거나 난임치료 중인 여성의 지질강하제 사용은 약제 종류와 심혈관 위험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난임 전문의와 내과 의료진이 함께 결정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시험관 시술의 결과는 난소와 자궁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검진표 한쪽에 적혀 있던 ‘콜레스테롤’ 숫자도 이제 난임치료 과정에서 한번쯤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