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AI 생성 (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시험관아기시술(IVF) 배아이식을 앞두고 자궁의 움직임을 잠시 억제하면 착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

냉동배아이식(FET) 30분 전 자궁수축을 억제하는 아토시반(atosiban)​을 투여한 여성의 임상적 임신율이 58%로, 투여하지 않은 여성의 38%보다 20%포인트 높았다는 무작위시험 결과가 나왔다. 얼핏 보면 이식 직전 주사 한 번으로 임신 가능성이 크게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그렇게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

이번 연구는 2026년 7월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보충호에 초록 형태로 공개됐다.

인도 뉴델리의 한 난임센터 연구진이 2025년 2월부터 9월까지 냉동배아이식을 받은 여성 100명을 무작위로 두 군으로 나눠 비교했다. 아토시반군 50명에게는 이식 30분 전 아토시반 6.75㎎을 정맥 투여했고, 대조군 50명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식을 진행했다.

 

20%p 벌어진 임신율

 

결과는 눈에 띄었다.

아토시반군에서는 50명 가운데 29명, 즉 58%가 초음파로 임신이 확인되는 임상적 임신에 도달했다. 대조군은 50명 가운데 19명으로 38%였다. 절대 차이는 20%포인트였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아토시반은 옥시토신 수용체 길항제(oxytocin receptor antagonist)​다. 자궁근육의 수축을 촉진하는 옥시토신의 작용을 차단해 자궁수축을 줄이는 약이다.

배아이식 과정에서 카테터가 자궁경부와 자궁강을 통과하면 자궁 연동운동이 증가할 수 있는데, 수축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빈번하면 이식된 배아가 안정적으로 자궁내막에 자리 잡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 과도한 자궁수축과 낮은 임신율 사이의 연관성은 이전 연구에서도 관찰돼 왔다.

이번 연구가 겨냥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배아의 질이나 자궁내막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배아를 넣는 순간의 자궁을 조금 더 ‘조용하게’ 만들어주면 착상에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58%라는 숫자를 모든 IVF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은 23~35세, 체질량지수(BMI) 30 미만, 정상적인 자궁강, 자궁내막 두께 7㎜ 이상인 여성으로 제한됐다. 더구나 모든 환자에게 A등급 배반포 두 개를 이식했다. 고령 여성이나 반복 착상 실패 환자, 저등급 배아를 이식하는 환자, 단일 배반포 이식 환자까지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착상률은 유의차 없었다

 

더 중요한 대목도 있다. 실제 배아 한 개당 얼마나 착상했는지를 계산한 착상률은 아토시반군 33.3%, 대조군 23.8%로 역시 아토시반군이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12).

임신 초기 유산율도 17.2% 대 21.1%로 아토시반군이 낮았지만 유의한 차이가 아니었다. 생화학적 임신율 역시 20% 대 14%였지만 유의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연구에서 명확한 통계적 차이가 확인된 핵심 결과는 ‘임상적 임신율 58% 대 38%’뿐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생아출산율(live birth rate) 결과가 없다. 난임 연구에서 임상적 임신은 중요한 중간 지표지만 최종 목표는 아기가 실제로 태어나는 것이다. 임신낭이 확인됐다고 해서 모두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가 50명씩 모두 100명에 불과한 단일기관 시험이라는 점도 한계다. 두 개의 배반포를 이식한 연구임에도 공개된 초록에는 다태임신 결과도 제시돼 있지 않다. 연구진 스스로도 더 큰 규모의 다기관 무작위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100명 시험의 ‘반전’

 

아토시반을 더욱 신중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앞서 실시된 훨씬 큰 무작위시험에서는 결정적인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5년 휴먼 리프로덕션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한 차례 착상 실패를 경험한 여성 1100명이 참여했다. 이번에는 냉동 단일 배반포 이식 30분 전 아토시반 37.5㎎을 투여한 군 549명과 위약군 551명을 비교했다. 연구진과 환자, 배아연구원까지 투여 여부를 모르게 한 이중맹검 위약대조시험이었다.

최종 결과인 생아출산율은 아토시반군 49.5%, 위약군 44.7%였다. 아토시반군이 4.8%포인트 높기는 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10).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냉동배아이식 환자에게 아토시반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2021년 코크란 리뷰의 결론도 비슷하다. 기존 무작위시험들을 종합하면 정맥주사 아토시반이 임상적 임신율을 높일 가능성은 있었지만 생아출산을 늘리는지는 불확실했다.

그렇다고 이번 연구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다음 질문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어떤 환자에게 쓸 것인가”

 

실제로 1100명 연구에서도 이식 전 자궁수축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여성에서는 아토시반군의 생아출산율이 51.9%, 위약군은 39.3%로 차이가 벌어졌다. 다만 이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효과를 확정할 수 없었다.

2026년 같은 휴먼 리프로덕션 보충호에 공개된 또 다른 연구도 자궁수축이 많은 환자일수록 아토시반의 효과가 커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무작위시험이 아니라 과거 자료를 이용한 후향적 분석이어서 역시 확인 연구가 필요하다.

결국 현재 근거만 놓고 보면 “배아이식 30분 전 아토시반을 맞으면 임신률이 38%에서 58%로 올라간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지나치다. 정확한 해석은 이렇다.

엄격하게 선별된 젊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한 작은 무작위시험에서 임상적 임신율이 크게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지만, 착상률과 유산율에서는 통계적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고 생아출산 효과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가 던지는 방향은 흥미롭다. 좋은 배아와 충분한 자궁내막만큼이나 ‘이식 순간 자궁이 얼마나 수축하고 있는가’가 새로운 환자 선별 지표가 될 수 있는지​다.

향후 자궁수축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수축이 과도한 환자만 선별해 아토시반을 투여하는 대규모 연구에서 생아출산 증가가 확인된다면, 배아이식 전략에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