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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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해둔 배아를 자신의 자연배란체계에서 이식하는 이른바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FET)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순간 중 하나는 ‘배란일을 정확하게 잡는 것’이다.

특히 배란 직전 급격히 상승하는 황체형성호르몬(LH)의 피크, 이른바 ‘LH surge’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며칠씩 병원을 찾아 채혈과 초음파 검사를 반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배란이 되면 그 LH에 의해 그 자리에서 황체(프로게스테론호르몬)가 형성되고, 프로게스테론이 분비가 되면 자궁벽이 더 두꺼워져서 수정란이 착상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진다. 황체호르몬이 분비되어야만이 자궁은 배아를 받아들일 수 있기에 자연주기 냉동이식에서는 배란 확인이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고도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나왓다.

자연주기 동결이식에서 LH 피크를 정확히 포착하지 않더라도 혈중 프로게스테론(P4)의 상승을 기준으로 배아이식 날짜를 정하는 방법이 비슷한 출산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이 지난 7월 15일 온라인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진짜 자연주기(true natural cycle) 동결배아이식 490주기를 분석한 결과 프로게스테론 상승을 기준으로 이식 시점을 결정한 군과 기존의 LH 상승을 기준으로 결정한 군 사이에서 생아출산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터키의 한 대학병원 난임센터에서 자연주기 동결이식을 시행한 환자들을 전향적으로 추적했다. 배란유도 주사나 외부 호르몬으로 배란 시점을 인위적으로 정한 주기가 아니라 여성 자신의 자연 배란을 이용하는 ‘진짜 자연주기’가 대상이었다.

총 490주기 가운데 286주기는 프로게스테론 상승을 기준으로, 204주기는 LH 상승을 기준으로 배아이식 날짜를 결정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프로게스테론을 기준으로 이식 날짜를 정한 286주기에서는 162건의 생아출산이 발생해 생아출산율이 56.6%였다.

LH 상승을 기준으로 한 204주기에서는 106건이 출산으로 이어져 52.0%였다.

다시 말해서 단순 수치로는 프로게스테론군이 4.6%포인트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여러 임상적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프로게스테론 기준군과 LH 기준군 사이에서 출산 가능성의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정 상대위험도는 1.09였으며 95% 신뢰구간은 0.93~1.30이었다. 임상적 임신율과 hCG 양성률, 유산율 역시 두 방법 사이에서 비슷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프로게스테론을 이용한 이식 시점 결정이 LH 상승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의 실용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왜 굳이 LH 피크를 찾았을까

자연주기 동결이식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배란이 됐느냐’가 아니다. 배아의 발달 단계와 자궁내막이 착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를 최대한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는 배란 직전에 급격히 상승하는 LH를 일종의 ‘출발 신호’로 삼아 이식 날짜를 계산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돼 왔다. 문제는 LH 상승이 모든 여성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LH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상승했다 떨어지는 여성도 있고, 비교적 오래 높은 상태가 유지되거나 두 차례에 걸쳐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어떤 수치를 LH surge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연구마다 기준이 다르다. 실제 문헌에서는 10, 15, 17, 20 IU/L 등 서로 다른 기준이 사용돼 왔다.

검사 시점에 따라 짧은 LH 피크를 잡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자연주기 이식을 준비하는 환자는 배란 시기가 가까워지면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것이 바로 프로게스테론이다.

LH가 배란을 일으키는 신호에 가깝다면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이후 황체기가 시작되고 자궁내막이 착상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호르몬이다.

프로게스테론은 배란을 전후해 상승하기 시작한 뒤 초기 황체기에 비교적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변하는 LH보다 황체기로의 전환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LH가 처음 15 IU/L 이상이면서 프로게스테론이 1.0ng/mL 미만인 경우를 LH 기준군으로 분류했고, LH 수치와 관계없이 프로게스테론이 1.0ng/mL 이상으로 상승한 경우에는 프로게스테론 기준으로 배란 시점을 판단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초음파 검사 때 이미 배란이 일어나 우세난포가 보이지 않았던 일부 주기도 무조건 취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이용해 황체기의 날짜를 추정하고 그에 맞춰 배아이식을 진행했다.

즉 “LH 피크를 놓쳤다=자연주기 이식 시점을 잡을 방법이 없다”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환자 입장에서 병원 방문 부담 줄어들 가능성

 

프로게스테론을 이용한 방법이 향후 검증된다면 환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자연주기 동결이식은 약물을 비교적 적게 사용하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한 배란 시점을 찾기 위해 반복적인 초음파와 호르몬 검사가 필요하다는 불편이 있었다.

연구진 역시 프로게스테론 모니터링이 LH 검사와 잦은 초음파 검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LH surge를 포착하지 못해 이식 일정 결정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LH의 상승 폭이나 지속시간이 전형적이지 않은 여성에서 활용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프로게스테론 방식이 LH 방식보다 우월하다”거나 “LH 검사는 이제 필요 없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

56.6%와 52.0%라는 숫자만 보면 프로게스테론군의 출산율이 높아 보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아니었다.

연구 자체도 두 방법의 비열등성을 증명하도록 설계된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결과가 프로게스테론 기준법의 ‘비열등성’을 확정했다고 볼 수도 없다.

더욱이 한 곳의 난임센터에서 시행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이며 환자들이 무작위로 두 군에 배정된 것도 아니다.

프로게스테론 측정값은 검사 장비와 분석법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어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수치 기준을 다른 병원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진 역시 충분한 규모의 다기관 연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연주기 동결이식의 핵심은 ‘LH라는 숫자 하나를 반드시 잡는 것’ 자체가 아니라 배란과 황체기의 진행을 정확하게 파악해 배아와 자궁내막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라는 점이다.

배란의 절묘한 타이밍이 애매하거나 검사 사이에 피크를 놓쳤다고 해서 곧바로 이식 기회를 잃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으며, 프로게스테론의 변화를 이용해 황체기의 진행을 판단하는 방법이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이번 연구를 통해 제시되었다는 것이 주목받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