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 원장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 원장

 

“감기 걸리면 폐렴이 잘 생기는 것과 같아요.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부고환에 염증이 생기는 거죠. 우리 몸에서 부고환과 폐가 혈행이 가장 풍부해요. 정자가 고환에서 만들어져서 부고환의 아주 가는 관을 통과해서 정관으로, 또 정낭과 전립선 내에서 저장되어 숙성되고 사정관을 통해서 요도로 방출이 되어야 하거든요. 만약 부고환 쪽에 염증이 생기면 정자 가는 길에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고환에서 정자가 잘 생산이 되어도 배출이 안 되면 무정자증(폐쇄성)이 될 수 있어요.”

 

100명 중에 1명꼴로 확진되는 무정자증(폐쇄성·비폐쇄성) 남성의 경우 자연임신 혹은 인공수정 시술로는 도저히 임신에 성공할 수 없다. 자식을 낳고자 한다면 남성불임전문 비뇨기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들(남성불임)에게 정자를 찾아주는 역할을 해 주는 구세주는 절실하다.

천금보다 더 소중한 정자를 찾아주는 미다스(Midas touch) 손길. 국내에서 남성 불임치료에 관한 한 비뇨기과 전문의 서주태 원장을 최고의 명의(名醫)로 손꼽는 것에 이견(異見)이 없다. 서 원장은 30년째 정액에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폐쇄성·비폐쇄성) 판정을 받은 난임 부부들 사이에 생명잉태의 근원을 찾아주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서주태 원장에게서 남성 불임(난임) 치료와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난임의 원인 중 절반은 남성의 원인인 것 같아요.

“(통계적으로) 7쌍 중 1쌍이 난임 부부에요. 이들 중에 15%가 남성 불임이고, (남성 불임 중에) 1~2명이 무정자증이니까, 100명 중에 1명은 무정자증인 거죠.”

 

▼무정자증이라고 해서 남성불임 판정을 받는 건 아니지요.

“그럼요. 무정자증의 60%는 비폐쇄성무정자증(이하 비폐쇄성)이고, 40%는 폐쇄성 무정자증(이하 폐쇄성)이거든요. 폐쇄성은 고환에서 정자가 만들어지는데, 어떤 이유로 정액에 정자가 없는 거예요. 자연임신이 안 될 뿐이지, 고환에서 정자를 바로 채취해내서 체외수정을 하는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하면 임신할 수 있어요. 단, IVF로만 가능하지, 인공수정시술(자궁내정자주입술)로는 힘들어요.”

 

▼정자가 나오는 길인 정관이 잘 막히는 건가요.

“정관은 비교적 굵어요. 부고환관에 염증이 생겨서 막히는 거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몸에 들어오면 자체적으로 해결이 잘 안 되어서(면역력 저하) 문제가 되는 거죠. 정자가 생산이 되어도 부고환 염증으로 막히면 정자가 배출이 안 되니까 폐쇄성무정자증이 되는 거에요.”

 

▼폐쇄성이지만 무정자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 수 있나요.

“그럼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부고환 염증을 앓았다면 모를 수 있어요. 정자가 없어도 정액량이 같아서 알 길이 없어요. 결혼 후에 아내가 임신이 안 되어서 난임병원에 가서 정자검사를 해 보고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폐쇄성이 되는 다른 이유가 있나요.

“사정관이 막힐 수도 있어요. 사정관 뒤쪽이 막히거나 앞쪽이 막힐 수 있어요. 정액 속에 정자는 5%밖에 안 되거든요. 사정관으로 나오는 것이 정자와 정낭액과 전립선액인데, 80~90%가 정낭액 전립선액이에요. 사정이 되는 입구가 막히면 정자가 못 나오는 거죠.”

 

▼부고환, 사정관, 정관 등 어디라도 막혀서 폐쇄성이 되었다면 교정술을 해서 정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나요.

“교정술보다는 바로 IVF를 하라고 권해요. 요즘 의료보험이 되니까 교정수술의 의미가 퇴색이 되고 있어요. 사실 정관결찰수술(피임을 위한)을 한 것도 결과적으로 폐쇄성이거든요. 정관을 차단해서 정자를 못나오게 만들어놓은 건데, 정관복원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IVF로 임신에 성공하는 부부들이 많아요.”

 

▼폐쇄성은 고환에서 바로 정자를 찾아낼 수 있나요.

“그럼요. 테세(TESE)라는 시술로 간단하게 채취할 수 있어요. 고환표면을 조금만 절개해서 정자를 확보하는 거죠. 어떤 난임의사는 고환에 주사바늘을 찔러서 정자를 채취하던데, 바늘로는 정세관 320가닥에서 몇 가닥 안 나오니까 테세(TESE)로 하는 것이 편해요. 고환에 데미지가 거의 없어요. 정자 채취만 되면 IVF로 얼마든지 임신할 수 있어요. 정자를 냉동해놓고 둘째 셋째까지 IVF를 할 수 있어요.”

 

▼정세관에서 정자를 찾는 건가요.

“네. 정세관은 세정관(細精管)이라고도 해요. 정소에서 정자를 생산하는, 가느다랗고 꼬불꼬불한 긴 관이에요. 그 안에 세르톨리 세포(기저세포)에서부터 정모세포가 있고 정자가 만들어지는 곳이지요. 폐쇄성의 경우 정자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니까 테세(TESE)로 충분히 채취해낼 수 있는 거죠.”

 

▼문제는 고환에서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비폐쇄성인 것 같아요. 비폐쇄성은 정자찾기를 포기해야 하나요.

“포기하면 안 되죠. 비폐쇄성의 5%정도는 생식세포는 있는데 정자를 못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또 정세관에서 성숙정자를 만드는데 60일 걸리는데, 정자를 만들다가 성숙이 멈춰져 있는 경우도 있고요. 이럴 경우에 호르몬 검사로는 정상으로 나와요.”

 

▼비폐쇄성일 경우에 정자를 어디에서 찾는다는 건가요.

“(비폐쇄성이라도) 20%는 고환 정세관에서 정자를 찾아낼 수 있어요. (비폐쇄성인데 정자를 찾기 위해서는) 고배율 현미경을 이용해서 미세다중수술(Microsurgical multiple TESE/(현미경적 고환조직정채채취술)을 해 봐야 해요. 수술현미경을 사용해서 양쪽 고환을 절개한 후 찾는 거죠. 생식세포가 있는 정세관과 없는 정세관을 현미경으로 보면 굵기 차이가 있어요. 고환 뒤쪽까지 다 살펴서 가능성이 있는 정세관을 떼내서 찾는 거예요.”

 

▼고환 조직검사나 미세다중수술의 경우 고환에 데미지가 있지 않나요. 특히 미세다중수술은 고환 절개를 하니까 데미지가 클 것 같아요.

“설명을 하자면, 폐쇄성에서 하는 테세(TESE)는 절개 부위가 작아서 데미지가 거의 없어요. 다만, 혈관이 터져서 멍이 좀 들 수 있어요. 고환을 절개하면 피하층이 있고 고환을 싸고 있는 정세관이 있어요. 여기서 혈관 중 하나가 터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안 되어요. 또한 미세다중수술도 요즘은 수술 현미경을 이용하니까 개복과 달리 절개부위가 작아요. 고환은 몸 밖에 있어서 데미지가 작아요. 회복도 빠르고…”

 

▼비폐쇄성일 때 미세다중수술로 정자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은?

“염색체 이상 없는 비폐쇄성무정자증은 30%, 비폐쇄성이라도 47XXY인 경우에는 10~15%, Y염색체 a에 이상이 있으면 찾을 확률은 제로(0)에요.”

 

▼현미경적 미세다중수술의 성공 여부가 의사의 스킬과 최신 기술(현미경) 중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큰가요.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내는 스킬은 의사의 몫이지만 고배율 현미경(수술현미경)이 좋아야 해요. 최신 고배율 현미경을 어느 병원이 갖추고 있냐를 봐야겠지요. 국내에서 가장 비싸고 최신시설 갖추느라 고생 좀 했어요.”

 

▼흔히 난임시술은 전문병원으로 가라고 합니다. 남성난임(불임) 치료도 일반 비뇨기과 의사보다는 전문의사에게 가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은가요.

“수술 테크닉이 어렵다기보다는 대학병원은 오히려 경험이 부족해요. 관련 시술을 계속해봐야 경험이 쌓이고 피드백으로 실력이 느는데, 대학병원에서는 시술을 거의 하지 않아서 델리케이트(delicate/정교한 시술) 한 케이스를 잘 못해요.”

 

▼폐쇄성인지, 비폐쇄성인지 어떤 검사로 알 수 있나요.

“순서가 있어요. 호르몬 검사와 염색체 검사부터 해 봐야 해요. FSH수치 12까지는 정상이라고 봐요. 고환 조직검사는 FSH도 고환크기도 정상일 때 해요. 고환 크기가 비슷하면 한쪽만 하고, 고환 사이즈가 양쪽이 다르면 양쪽 다 해 보는 거죠. FSH가 높으면 조직검사 해 볼 필요가 없어요. 비폐로 의심해봐야 해요. FSH수치가 높으면 비폐로 의심해야 해요. 비뇨기과 교과서에도 나와 있어요. FSH수치가 높고 고환이 작으면 조직검사 하지 말라고.”

 

FSH호르몬은 여성에게는 난포자극호르몬, 남성에게 정자생산자극호르몬이다. 뇌하수체에서 FSH호르몬이 분비되면 여성의 난소에서는 난포를 키워내고, 남성의 고환에서는 정자를 생산해내는 것. 난자가 자라면서 E2(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분비된다면, 정자가 생산이 됨으로써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 것이다. 즉 FSH호르몬 수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난자가, 혹은 정자가 잘 생산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호르몬분비는 피드백체제이므로 정자가(혹은 난자가) 잘 자라지 않아서 수치(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가 낮으면 더 많은 FSH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이다.

 

▼비폐쇄성의 원인이 있나요.

“유전적인 요인 外 호르몬분비 이상, 염증과 감염, 생식기 구조적 이상 등으로 비폐쇄성이 된다고 봐요. 드물게는 환경적 요인(음주, 약물남용, 방사선 등)도 있고요.”

 

▼예로부터 몇대 독자 집에 자손이 귀하고, 고자도 유전이라고 하잖아요. 남성 불임도 결국 유전이 되는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지요.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정자생산에 문제가 생긴다면 아들을 낳으면 대물림이 되어요. 남성이 Y염색체로만 되는 게 아니고, Y염색체가 존재하는 SRY(sex-determining region Y)에 의해서 결정이 되거든요. 만약 SRY Gene의 돌연변이가 생기면 46XX인데 남성으로 태어날 수 있어요. 또 Y염색체에 이상이 있어도 무정자증으로 태어날 수 있고요.

 

▼비폐쇄성일 때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가요.

“안 됩니다. 흔히 hCG(LH)를 주면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 시킵니다. hCG는 LH 제재와 동일해요. 하지만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환자 가지고 시간 벌기 하는 거죠. 논문 찾아보았는데 없습니다. hCG 호르몬을 주입한다고 해서 FSH(정자생산자극호르몬)가 더 분비되지 않습니다. FSH는 고환에서 정자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인데, FSH, LH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거든요. 비폐쇄성의 경우 FSH가 내거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으로 오히려 올라갑니다. 그리고 LH는 보통 정상이거나 약간 상승이 됩니다. 일반 비뇨기과 의사들이 공부와 고민 없이 처방하는 거죠.”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무정자증도 있지 않나요.

“그럼요. 성선기능저하증(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LH와 FSH 분비가 떨어지는 질환)이라면 호르몬(hCG)치료를 해 볼 수 있어요. 정자를 만들게 하는 FSH 호르몬 분비가 잘 안되어서 정자생산에 문제가 생기는 거니까요.”

 

▼지금까지 무정자증 남성에게 미세다중수술을 통해 몇 명의 임신(출산)을 성공시키셨나요.

“지난 4년간 테세(TESE)와 미세다중수술을 총 800사례 했는데, 현재까지 태어난 아기 수가 1천 명 넘었어요. 폐쇄성은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할 확률이 90%이상이지만, 비폐쇄성의 경우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내는 것이 기적이거든요. 이런 시술(미세다중수술)이 아니고는 자식을 만날 수 없는 남성들이었는데, 다행히 시술로 정자를 찾아서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통해 기적처럼 임신(출산)을 하게 된 거죠.”

 

▼고환에 있는 미성숙정자가 체외에서 배양이 될 수 있나요.

“힘들어요. 시도야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아직도 안 됩니다. 성염색체가 반으로 줄어들어야 수정이 가능한데, 체외에서 성숙되는 건 힘들어요. 꼬리가 안 달리거나 핵이 두 개거나…”

 

▼남성불임 사례가 매년 늘고 있는데, 한국에서 정자은행이 대중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애초에 과학적 접근보다는 윤리적 해석과 접근을 해 버렸어요. 정자기증자에게도 보상이 안 되고, 무엇보다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사고 팔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힘드니까 국내에서는 정자은행 운영이 그토록 힘든 거에요. 또 미국의 경우 군인, 소방관 등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직업군인 남성의 정자를 냉동해 놓았다가 사후(死後)에 배우자가 원하면 IVF를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마저도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