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난임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25만2천 명으로 2017년 대비 20.9%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성 난임 환자 수는 35.4%로 약 9만 명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대비 43% 급증한 수치로 11.4% 증가한 여성 난임 환자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남성 난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여성 중심으로 난임 시술 지원 정책이 짜여진 탓에 남성 환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서 발행하는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성균관대 문은미, 김민아 연구팀의 논문 ‘난임 시술을 받은 남성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이 그것이다.

연구팀은 난임 시술을 받은 33~43세 기혼 남성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결과, 남성들은 ▲난임 진단 직후 복합적 감정 경험 ▲가족들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 ▲배우자와의 관계 악화 ▲난임 시술 공개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 ▲사회적 지지체계 부족 등을 지적했다.

 

비정상이라는 생각에 수치심…

 

인터뷰에 참여한 대부분의 남성들은 처음 난임 진단을 받은 후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두려움, 막막함과 함께 수치심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성성을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여성 난임과 비교해 남성 난임에 대한 타인의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남성으로서 가치를 낮게 느꼈다고 대답했다.

참여자들은 난임 사실을 공개한 후 가족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도 했다. A씨는 “부모님이 손주를 많이 원하는데 못 해 드리니까 압박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늙은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놓았다. “애는 빨리 낳아서 빨리 키워서 뒷바라지를 해야 되는데 내가 과연 그 나이가 돼서도 경제적 활동이 왕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첫 번째였다”며 “두 번째는 아이와 나의 나이 차이가 벌어질수록 공감대가 많이 형성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난임 시술 과정에서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낀 참여자도 많았다. 정상 정자 부족으로 난임 진단을 받은 C씨는 “와이프가 이런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나로 인해서) 받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고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난임 시술을 위한 잦은 병원 방문으로 직장에 난임 사실을 공개할 수밖에 없어 스트레스와 부담을 느꼈다는 경우도 있었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인 D씨는 “병가를 6일 이상 쓰려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해 본의 아니게 난임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E씨는 “난임 시술 결과에 대해 과도한 호기심을 가진 지인들이 반복적으로 질문을 할 때마다 부담감을 느꼈다”며 “내가 원해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건데 동정을 할 때마다 왜 동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동정받을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난임 치료 지원 정책에 남성도 포함해야

 

참여자 대다수는 난임 시술을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험관아기 시술 일정은 보통 시술 직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휴가 일정을 회사에 미리 알리기 어렵고, 중요한 업무와 시술 일정이 겹치면 휴가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F씨는 “근무하는 직장에서는 난임 휴가에 대한 내규가 마련되지 않아 난임 시술 목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대신 개인 연차를 사용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난임 휴가 규정이 잘 마련돼 있는 직장을 다니는 경우도 난임 치료 휴가 체계가 여성을 중심으로 마련돼 있어 남성들은 시술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고환채취술을 받으면 일주일가량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난임 치료 시술 휴가는 단 하루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난임 시술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난임 시술 급여 중 남성을 대상으로 한 급여가 제한적인 데다, 이마저도 여성의 보조생식술이 진행되는 동안에만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자 생성을 위해 진행하는 호르몬 치료에 들어가는 약제비도 여성 약제비의 몇 배에 달한다. 염색제 전좌(한 염색체의 일부가 다른 염색체로 옮겨지는 현상)로 난임 진단을 받은 G씨는 “PGT(염색체 구조적 이상을 보는 착상 전 유전학 검사)에 2000만 원 정도를 썼다”고 했다. H씨는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지원이 안 되는 약도 있어서 한 달에 80만 원씩 나간다”며 “그마저도 정부 지원이 끝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공포감이 든다. 지원이 끝나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남성에게 주어지는 난임 시술 치료 휴가는 남성이 건강을 회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직장 상황에 따라 사용하기 어려워 난임 남성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난임 시술에 드는 경제적 부담은 참여자들의 고통을 키우기 때문에 여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난임 치료 지원 정책에 남성을 포괄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한 “사회적 차원에서 난임 남성에 대해 남성성의 위협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해 난임 남성들이 부정적인 자기상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남성이 겪는 난임 스트레스에 대한 지원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난임 부부 및 임산부를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고, 일부 가족 관련 기관에서도 난임 여성이나 난임 부부를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실적이 저조하거나 단발적인 기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마저도 대부분 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담 프로그램이므로 난임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화된 상담이 제공돼야 한다”며 “개인적인 차원에서 난임 남성들이 자신의 복합적인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부정적인 정서에 대해 건강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개별화된 심리 상담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리 상담 외에도 국외에서 난임 환자의 난임 관련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효과성이 보고된 인지행동치료, 수용전념치료를 활용한 적극적인 심리치료의 개입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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