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교과서적 처방과 진료보다는 도전을 좋아한다. 생식기 내 질환 등 임신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해봐야 고배의 잔을 마실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지금까지 내막 골수 이식술, 자궁내막종 및 난관수종의 알코올 시술 등 획기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을 선호해왔다.

 

 

―자궁내막은 어떤 조직인가요.

자궁은 수정란을 착상시키고 키워내는 ‘집’입니다. 자궁내막은 자궁내벽을 이루는 층으로 호르몬에 의해 여러 층으로 두터워져요. 임신이 되려면 자궁내막에 착상돼야 하는데, 결국 수정란이 자궁내막 표면에 잘 붙어야 하고 자궁내막 속으로 파고들어 혈류를 잘 받아야 합니다.

 

―자궁내막은 매달 생리혈에 의해 배출(생리)이 되는 조직으로 알고 있는데요.

자궁내막은 기본층과 기능층으로 나뉩니다. 기능층은 내막 전체 두께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호르몬에 의해 두꺼워졌다가 임신이 안 되면 혈과 함께 떨어져 나가서 몸 밖으로 배출(생리)되죠.

 

―자궁내막은 배아의 착상 순간에만 중요한가요.

아닙니다. 배아의 특수 세포들이 자궁내막 세포를 뚫고 들어가 엄마의 혈관과 연결이 돼 영양분을 얻을 수 있어야 임신이 완성됩니다. 배아가 커져 태낭이 되고 태아가 돼 혈관이 생기면 모체의 혈관 파이프라인과 스폰지형 플랫폼을 만드는데 이것이 태반이 되고요. 그제야 내막은 아주 얇아지고 모든 기능이 태반으로 옮겨갑니다.

 

―자궁내막 상태가 안 좋아지는 이유가 뭔가요.

운동 부족과 난소기능 저하 때문일 수 있어요. 균 감염으로도 안 좋아질 수 있고요. 여성은 대체로 30대 후반을 넘기면서 월경량이 줄어들어요. 자궁으로 가는 혈액, 자궁내막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또 외음부 쪽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행 감염도 자궁내막을 망가뜨릴 수 있고요. 질염·내막염·난관염·골반염 순으로 올라가는데 이런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균이 클라미디아균이거든요. 감염되면 자궁내막은 물론이고 나팔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정자에 묻어 올라올 수도 있고,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때나 생리 중 성관계에서도 감염될 수 있어요.

 

―착상이 잘되려면 자궁내막은 얼마나 두꺼워야 하나요.

자궁내막은 배란 직전에 가장 두껍습니다. 착상에 문제없는 두께를 7~8㎜로 봅니다. 10㎜ 이상이면 자궁 내 폴립(용종)이 있을 수 있고요. 문제는 배란 시 자궁내막 두께가 5mm 이하일 때입니다. 착상이 힘든 가련한(poor) 군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좋은 아기씨(배아)라도 밭(자궁내막)이 나쁘면 뿌리를 내리기 힘들어요.

 

-착상이 힘든 자궁내막일 경우 어떻게 치료하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노력해 왔지만 드라마틱한 치료방법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자궁내막은 아직 불모지입니다. 예전에 골수 내막 이식술을 연구하고 임상 실험했어요. 환자 엉덩이에서 골수세포를 추출한 뒤 자궁내막 근육 이행부에 주입해 이식하는 방법이었는데, 이렇게 성공한 15명 중 5명이 임신이 됐습니다. 골수줄기세포 내막 주입술을 계속 연구하고 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해 볼 계획입니다.

 

-혹시 특별한 치료법을 개발한 게 있나요.

그동안 임상하고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특수착상자궁경을 시작했어요. 자궁경은 자궁내시경을 말하는데, 특수착상자궁경은 단순히 3~5mm 두께의 내시경을 자궁 안으로 넣어서 자궁 내부를 들여다보는 검사가 아닙니다. 자궁 기형과 자궁 유착에 이르기까지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어요. 자궁경은 의사마다 경험과 스킬이 다를 수 있어요. 저만의 노하우가 있는 거죠.

 

―자궁내막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거죠?

자궁내막은 혈류와 관계가 있어요. 임신(착상과 착상 유지)이 되는 과정이 혈류와의 싸움입니다. 내막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거든요. 그래서 IVF를 할 때 자궁내막에 있는 혈액이 뭉쳐서 혈관을 막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피를 묽게 하고, 혈액 내 세포 중 수정란을 공격할 만한 세포들을 잠재우는 약재들을 선택합니다.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잘 붙게 하는 보조제를 이식액에 첨가하기도 하고요.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난임 시술 의료보험이 되고 나서부터는 제한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자궁내막 치료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임의 비급여(불법 및 환수 대상)에 해당돼요.

 

―자궁내막이 건강하고 정자와 난자도 문제가 없는데 착상이 안 되는 이유는 뭘까요.

임신 메커니즘이란 게 참 복잡합니다. 타이밍과 배아에 문제가 없어도 착상 무렵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배아와 자궁내막 간 상호 물질 교환이 잘 이뤄져야 합니다. 면역세포도 거부반응이 없어야 하고요. 마치 퍼즐 맞추기와 같아요. 한 조각만 안 맞아도 실패할 수 있는 거죠. 젊고 건강한 부부가 배란일에 맞춰 부부생활을 해도 임신할 확률이 8%밖에 안 되거든요. 그나마 IVF가 있어 난임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수 있게 된 거죠.

 

-자궁내막증이 10년 전 대비 2.6배 증가했다고 해요. 특히 40대는 50% 이상이 자궁내막증이 있다는 통계도 있고요.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벽에 있어야 할 조직이 다른 곳에 위치하는 상태를 말해요. 의학적으로 ‘이소성(異所性) 자궁내막’인 거죠. 주로 골반 안쪽 혹은 골반강 내 장기들에 붙어 있거나 둥지를 틀어 조그만 혹처럼 보여요. 난소뿐 아니라 골반과 자궁 뒤, 직장 근처에까지 퍼져 있을 수 있고요. 자궁 근육 속으로 파고든 자궁선근종도 자궁내막증에 속하죠. 가장 빈번하게 생기는 곳은 난소예요. 난소 안에서 낭종이 파열되기도 하고 크기가 커지면 심한 통증을 유발하죠. 난소는 아기씨(난자)가 담겨 있는 곳간인데, 자궁내막증이 생기면 난포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해 유산율을 높일 수 있어요.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골반통, 월경통, 성교통, 심지어 배변통까지 생길 수 있어요.

 

-난소에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낭종이 생기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난소를 포기하는 방법은 권하고 싶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은 낭종 크기가 6cm 이상이면 낭종을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임여성들은 선택을 잘해야 해요. 복강경도 그렇고 로봇 수술도 그렇고 낭종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데에만 집중할 경우 자칫 난소기능을 잃어 난포(난자와 그것을 둘러싼 난포 상피세포의 복합체)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거든요. 난소낭종을 일일이 제거하려다 소중한 원시난포(primordial follicle)까지 소실할 수 있어요. 자궁내막증 치료를 위해 난소를 일부 제거한다면, 이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어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면 안 되잖아요.

 

 

-특별히 선호하는 치료법이 있나요.

알콜 시술이에요. 긴 바늘을 이용해서 난소낭종 안에 있는 초콜릿색 액체를 뽑아내고 생리식염수로 세척한 뒤 알콜을 발라 낭종 안에 있는 자궁내막 낭종 세포를 딱딱하게 경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생체조직을 탈수시켜 경화시키는 알콜의 작용을 최대한 이용한 거죠. 지난 10년간 수많은 난임 여성이 알콜 경화술을 통해 임신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자궁내막증의 크기를 줄이고 난소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더군요. 빈대를 잡기 위해 꼭 집을 태울 필요는 없어요. 집에 있는 가재도구를 햇볕에 잘 말리고 또 방 안의 빈틈을 창호지로 깨끗하게 발라 빈대가 더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인 거죠. 난소의 낭종은 줄이고, 임신 또한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윈윈 작전’이라고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