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 대구마리아 원장은 국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IVF)에 관한 한 최다(最多)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IVF를 통해 3만 쌍 이상의 난임 부부에게 출산의 기적을 안겨준 그에게 세포질 이식과 단일 배아 이식술 등에 대해 들었다.

 

-나이도 임신과 상관관계가 큰가요.

부부 두 사람 다 30대 중반이 넘었다면 난임 상태를 1년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난자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여성은 평생 쓸 난자를 갖고 태어나요. 약 20만 개 돼요.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를 배양하기 위해 수백 개의 난자가 경쟁합니다. 그중 제일 우수한 게 배란이 되거든요. 어릴수록 배란되는 난자의 질이 좋아요. 이런 난자는 정자를 쉽게 받아들이고 착상이 잘 되고 세포분열이 잘 되죠.

 

-나이든 난자는 임신이 잘 안 된다는 얘기인가요.

쉽지 않다는 거죠. 30대 중반이 넘으면 호르몬에 쉽게 반응하지 않는 난자만 남아 있어요. 35세를 넘긴 여자의 경우 기형아 검사를 반드시 해보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씨앗이 좋으면 흙에 돌이 있어도 싹을 틔우잖아요. 종자가 중요하죠.

 

이 원장은 “정자는 난자를 만나기 위해 자궁 속에서 2~3일 버티지만 난자는 절대로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난자의 배란시간은 그 순간이거든요. 늦어도 12시간 안에 정자를 만나야 해요. 정자가 사정되어 난소까지 가는 데 8시간이 걸립니다. 늦게 도착하면 난자가 퇴화해 딱딱해져서 정자가 뚫고 들어가질 못해요. 건강한 20대라도 임신율이 25%밖에 안 되는 것은 배란시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은 발정기가 있어 임신율이 높지만,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성교가 가능한 대신 배란시간이 짧아 확률이 낮은 거죠.

 

나이가 들어도 질 좋은 난자는

 

-난임의 가장 큰 원인 중에 운동 부족도 무시할 수 없겠죠?

그렇죠. 여성이 운동하면 대사가 활발해지고 혈액순환이 잘 되므로 임신이 잘 돼요. 웨이트 트레이닝, 걷기, 뛰기, 수영 등 모든 운동이 다 좋아요. 반신욕이나 족욕도 도움이 되고요. 게으르면 임신이 잘 안 될 수밖에 없어요. 간혹 ‘절에 가서 열심히 기도했더니 임신이 됐다’고 하는 분이 있는데, 일리가 있어요. 108배(拜)가 엄청나게 운동이 되거든요. 매일 108배를 100일간 하면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혈액순환, 특히 아래쪽 혈액순환이 최고조에 이를 겁니다.

 

-비만도 난임과 연관이 있나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남성만 있는 게 아니라 여성에게도 있어요. 몸에 지방이 많으면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으로 바뀌어버려요. 남자가 뚱뚱해지면 여자처럼 유방이 나오고 고환이 위축될 수 있는 거죠. 여성도 뚱뚱하면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으로 바뀌어 여성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져요. 여성이 배란하려면 주기를 타야 하는데, 여성호르몬이 너무 많으면 배란 장애가 일어나요.

 

-나이가 들어도 질 좋은 난자를 보유하는 여성의 특징이 있다면요.

운동을 많이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요. 몸의 대사가 활발한 여성일수록 난자의 질이 좋아요. 난자의 질이 좋으면 피부에 윤기가 흘러요. 난자는 스트레스 같은 외부환경에 큰 영향을 받거든요. 하지만 난자의 질이 좋았던 여성이라도 몇 달 동안 정신적·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난자의 질이 안 좋아집니다. 임신하고 싶으면 몸·건강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수밖에 없어요.

 

단일 배아 이식

 

단일 배아 이식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술 건수(1만5000례/2008년~2013년)를 보유하고 있는 이 원장은 2015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에 국내 난임 전문의 최초로 등재되기도 했다.

단일 배아 이식은 말 그대로 1개 배아만을 자궁 내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다배아 이식(배아를 두 개 이상 이식)을 지양하고 단일 배아 이식을 선호할 뿐 아니라 법률적으로 배아 이식 개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추세다.

다배아 이식은 자칫 자궁 내에 다배아 착상으로 이어져 다태아(쌍둥이나 세쌍둥이 등)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다태아 임신은 유산이나 조산, 태아 기형 등 합병증을 가질 확률이 단태아 임신보다 최고 7배에 달한다. 자궁 내 임신과 자궁 외 임신이 공존하는 병합 임신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다배아 이식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고려해 단일 배아 이식을 정책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식 가능한 배아 개수가 스웨덴은 1개, 프랑스는 2개, 독일은 38세 이하의 경우 2개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3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35세 미만은 3일 배양 배아일 경우 2개, 5일 배양 배아일 경우 1개로 35세 이상은 3일 배양 배아는 3개, 5일 배양 배아는 2개로 제한하고 있기는 하다.

이 원장은 배아를 하나만 이식해 합병증 위험이 높은 다태아 임신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에 남다른 열정과 철학을 갖고 있다. 쌍둥이나 세쌍둥이 임신이 축복이 아니라 의학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임신으로 분류된다는 것. 단순 착상률을 올리기 위해서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하는 것은 최종 목표(출산)와 더 멀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배아 하나만 자궁 내 이식해도 여러 개 넣은 것과 비교해 임신율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여러 개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단일 배아 이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다태아(태아가 두 개 이상)에게 생길 수 있는 여러 합병증 때문이죠. 다태아를 임신한 여성은 유산이나 조산, 태아 기형 등 다양한 합병증을 가질 확률이 42%로 보고돼 있어요. 이는 단태아 임신의 최고 7배에 달하는 수치예요. 2009년 미국의 한 난임 전문의의 면허가 취소되는 일이 있었어요. 여덟 쌍둥이를 낳게 했다는 이유에서였어요. IVF를 할 때 여성의 몸에 필요 이상의 많은 배아를 이식하는 의사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태아가 생길 수 있어요. 임신 가능성은 높일 수는 있겠지만 아이와 산모의 합병증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해당 의사는 환자 건강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면허를 취소당한 것이죠.

 

-IVF를 할 때 두 개 배아를 이식해서 한 번에 쌍둥이를 임신하는 것을 소원하는 여성들이 많아요.

여러 가지 불행의 변수를 안고 가야 해요. 신생아 두 명 이상이 자궁에 자리 잡으면 결국 임신 말기로 갈수록 공간이 부족할 수 있어요. 임신 주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조기 출산하면 저체중아(미숙아 등)를 낳게 됩니다. 한 달 먼저 나오는데 무슨 탈이 있겠나 싶겠지만, 아니에요. 제가 2008년부터 단일 배아 이식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전에는 저도 다배아 이식을 했어요. 그때에는 다태아가 너무 많이 태어나 신생아집중치료실이 거의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특히 심장·폐 이상이 많아 위험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었어요. 처음엔 임신에 성공했다고 기뻐한 산모들이 건강한 아기를 안고 찾아오는 게 아니라 조산이나 유산을 하고 찾아와 절규하는 일이 생겼어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미칠 것 같았습니다. 임신에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출산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때 결심을 했어요. 단일 배아 이식을 해야겠다고.

 

-다배아 이식이 착상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태아와 산모에게는 위험하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다태아를 임신하면 저체중아, 미숙아를 낳는 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선택유산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난임 부부들은 단일 배아 이식의 임신율이 다배아 이식에 비해 떨어진다고 우려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다태아를 임신하면 중간에 유산이 될 수 있어서 결국 출산 성공률을 따지면 단일 배아 이식이 더 높거나 비슷해요. 임신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출산을 무사히 해야 하잖아요.

 

-단일 배아 이식을 위해 여러 배아 중에서 단 1개 배아만을 선택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텐데요.

IVF 건수가 많을수록 배양 경험이 풍부해지거든요. 한달에 IVF 300케이스를 한다면 3천 개 배아를 다뤄보는 건데, 그걸 20년 이상 해왔으니 얼마나 많은 경험이 축적되고 피드백이 되었겠습니까. 배양하면서 온갖 변수를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여러 배아 중에서 1개를 잘 선발하려면 수정으로부터 5일까지 체외에서 무사히 배양이 되어야 선발하기가 좋아요. 배아 입장에서 체외지만 체내처럼 환경이 잘 조성이 되어야 컨디션을 잘 유지하면서 포배기까지 배양이 되거든요. 포배기 배아(5일째)에서 착상 확률이 높은 단 1개 배아를 선발하는 것이 3일째 배아보다 훨씬 수월해요. 이처럼 착상률 높고 출산까지 갈 수 있을만한 배아를 잘 선발할 수만 있다면 단일 배아 이식에 승부수를 걸어볼만 합니다.

 

공배양을 고집하는 이유

 

-포배기 배아까지 무사히 배양해내려면 배양기술력이 받쳐줘야겠어요.

배양법에서 공배양을 고집하고 있어요. 공배양은 난자의 자체 난포 액과 난구 세포를 그대로 이용하는 배양법입니다. 난자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자체 액에는 정자를 유인하는 것에서부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자연의 무언가가 있다는 거죠. 아무리 최신 합성배양액이 좋아도 난자를 둘러싼 자체 액보다 좋을 리가 없다는 기대에서 시작된 겁니다. 자연의 순리(난자든 정자든 자연 그대로)를 그대로 재현하자는 거죠. 실제로 자기 난포 액으로 배양을 해보니까 난자 상태 유지율, 수정율, 세포분열의 자체 에너지 등이 훨씬 좋더라고요. 특히 난소기능 저하가 있다든가 고령이어서 난자가 안 좋은 경우에는 공배양으로 하는 게 큰 효과를 봤어요.

 

-수없이 많은 IVF를 하시면서 느낀 착상의 키워드는 무엇이던가요.

IVF에서는 배아를 잘 체외배양하고 이식할 배아를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아무리 배양기술이 좋아도 수정란(배아)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 난자와 정자가 나와야 해요. 정자와 난자가 당사자의 몸에서 나오는 건데, 난임 당사자가 마음이 편하고 강박관념(임신에 대한)에 너무 사로잡혀서는 안 됩니다. 난임이지만 낙천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시술에 임해야 해요. 저는 난임 전문의로 살아오면서 늘 걱정이 있어요. 내가 태어나게 한 아기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을까라는. 제가 생각하는 난임 전문의는 이러합니다. 단순히 ‘태어나게 함’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건강하게 살며, 그 자식이 자식을 낳아도 문제가 없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난임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건강한 배아 선발과 이식에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