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를 기준으로 에그 퀄리티(난자 품질)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수정률이 감소하고 염색체 이상 난자도 증가한다.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난소가 빨리 노화되는 여성이라면 가임 능력 보존의 시간은 더 짧아진다. 자궁은 외부에서 호르몬주사 투입으로 기능을 되돌릴 수 있지만 난소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초경(15세 기준)으로부터 35년째쯤 되면 서서히 폐경을 맞이한다. 폐경은 그야말로 난소 노화와 난자 고갈을 의미한다. 산부인과 통계상 10대의 조기폐경은 0.01%, 20대는 0.1%, 30대는 1%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더 젊은 나이에 폐경을 맞는 여성이 적지 않다.

김미경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에게 조기폐경 원인과 극복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조기폐경이 되는 원인이 뭔가요.

조기폐경의 원인으로는 방사선 치료, 자가면역질환, 갑상선질환, 항암치료, 난소 수술, 염색체 이상, 골반염 등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무리한 다이어트, 흡연,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데 40세 이전에 난소 기능이 떨어져서 무월경이 될 경우 초기에 성장호르몬이나 DHEA 처방 같은 치료를 받으면 임신의 기회를 살릴 수 있어요. 이런 경우 폐경이라기보다는 ‘조기 난소부전’이라고 해야죠.

 

-왜 옛날 여성에 비해 요즘 여성들이 더 빨리 난소가 노화되는 건가요.

아이를 안 낳아서 더 그럴 거예요. 임신하고 출산하면 난소 입장에서는 방학이거든요. 난자도 세이브가 되고요. 할머니 세대는 다산을 하니까 난소가 그만큼 젊고 건강했던 거죠. 예를 들어서 아이 여럿 낳은 마흔 살의 여성과 한 명도 안 낳은 마흔 살 여성의 난소는 달라요. 임신율도 다르고요. 수태력이 같을 수가 없어요. 요즘은 초경을 시작으로 첫 임신이 늦어지니까 줄기차게 매달 배란이 돼요. 난소가 쉴 틈이 없는 거죠.

 

-30대 중반에 난소 기능 저하가 심했으면 유전인 거네요.

그런 것 같아요. 난소와 유방암 등은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엄마나 이모, 언니가 조기폐경이 되었거나 난소에 문제가 있었다면 자신도 의심해봐야 해요.

 

-외국에서는 조기폐경 가족력이 있을 때 미혼인데도 피임약 처방을 한다고 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그럴 수 있어요. 피임약이 결국 호르몬제거든요. 호르몬제 복용을 통해 몸 밖에서 배란 때처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식이에요. 난소는 쉬게 하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시기에 맞게 공급해서 마치 배란이 된 것 같은 환경을 만들고, 임신이 안 되면 자궁내막을 피와 함께 배출시키는 거예요. 피임약을 먹게 되면 난자 배란을 아낄 수 있어요. 하지만 난소 기능 저하가 시작되면 난자도 함께 소멸되기 때문에 피임약은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고 봐요. 차라리 젊을 때 난자 은행에 가서 난자를 냉동해두는 게 좋아요.

 

-고령이거나 난소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여성이 임신을 기다릴 때 중요한 점이 뭘까요.

환자에게 제 얘기를 해주면서 ‘같이 임신합시다’라고 권했어요. 저도 저 같은 케이스 환자가 임신에 성공하는 걸 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고요. 자연임신이 된 적이 있었다고 해서 넋 놓고 기다리면 안 됩니다. 저도 결혼하자 바로 임신했지만 유산이 되었어요. 자연임신이 가능하다는 게 증명돼서 기쁘긴 했지만, 그때부터가 중요해요. 헛된 희망을 걸고 시간을 끌면 큰일 나요. 제 환자 중에는 민간요법을 하다가 거의 폐경이 되어서 오는 경우가 꽤 있어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IVF를 시도해봐야 해요. 시간이 없으니까요.

 

난소기능 저하 전조증상

 

-난소 기능 저하의 전조 증상이 있나요.

최근 1년간 생리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거나 생리 주기가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등 불규칙해졌다면 난소 기능 저하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여성에게 생리 주기는 아주 중요해요. 폐경이 임박하면 생리 주기가 짧아지거든요. 생리 주기가 긴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자꾸 짧아진다면, 또 짧아졌다 길어졌다를 반복한다면, 그러다가 간혹 생리가 중단되기도 한다면 조기폐경이 아닌지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하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생리가 몇 달씩 끊기기도 하잖아요.

큰 충격을 받으면 그럴 수 있어요. 여성의 경우 시상하부가 감정의 영향을 받아요. 아무래도 충격의 강도가 높으면 시상하부의 정상적인 조절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거죠. 정상적인 생리를 위해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에서 호르몬 자극과 반응이 유기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시상하부의 정상적인 조절능력이 저하되고 뇌하수체에서의 호르몬 분비가 교란되면 부정출혈이 생기거나 생리가 끊기거나 배란 장애가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뇌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주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기능을 도맡은 중요한 부위다. 특히 매달 생리를 하게끔 생식 관련 호르몬을 분비시켜 배란이 되고 생리를 하는 것이기에 지나친 스트레스가 무월경 혹은 생리 불규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서 시상하부 뇌신경중추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과 세로토닌 시스템 간에 교란이 생기면 성선자극호르몬이 감소하게 되면서 무월경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것이 정신과 처방에서 우울증 치료제(SSRI)로 무월경을 치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폐경이 가까워진다고 반드시 생리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자궁선근증이나 점막하 근종, 자궁내막 폴립 등이 있으면 생리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질환 없이 생리혈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면 난소 기능에 대한 문제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생리가 불규칙하면 배란일 디데이(D-day) 잡기가 힘든데, 난소 기능 저하 여성이 임신하려면 힘들 수 있겠어요.

난소 기능 저하라면 생리 주기가 짧아지니까, 생리가 끝나자마자 배란이 된다고 봐야 해요. 교과서대로 생리로부터 14일째 배란이 아니랍니다. 보통 배란이 되면 14일 후에는 생리가 나와요. 생리가 늦어졌다면 배란이 늦게 된 것이고, 생리가 빨라졌다면 배란도 빨라진 거예요. 여성의 경우 나이와 컨디션에 따라 배란이 공식에서 벗어날 때가 많아요. 생리 주기가 너무 길면 배란공식을 적용할 수 없어요. 의사 도움(초음파)을 받아야 해요.

 

-산부인과에 안 가더라도 스스로 배란일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배란테스트기가 있어요. 배란 하루 혹은 이틀 전에 LH(황체형성호르몬)가 최대로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 변화를 배란테스트기가 감지를 해요. 또 질 분비물로도 알 수 있어요. 배란기가 되면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점액이 많아져요. 마치 달걀흰자처럼 묽으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거죠. 그런데 미혼 땐 잘 느낄 수 없어요. 결혼해서 부부관계를 해보면 훨씬 덜 아프고 빡빡하지 않다는 느낌이 오는 날이 있어요. 그때가 배란 최적기라고 보면 됩니다. 배란 이후에는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으로 질이 다소 건조해거든요. 기초체온은 불규칙해요. 배란이 되어야 기초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타이밍이 늦는 거죠.

 

배란 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일반적으로 ‘배란일은 생리 예정일로부터 14일 전이며, 정자의 경우 3~5일 자궁 속에서 생존할 수 있고, 난자의 경우 적어도 1~2일 생존한다’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임신을 기다리는 부부들은 교과서에 적힌 배란공식을 참고하고 난자 생존 기간과 정자 생존 기간까지 계산해서 가임 가능성의 날을 6~7일로 잡는다. 산부인과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난자는 배란이 되고 8시간 경과하면 노화되기 시작하며, 늦어도 12시간 이내에 정자와 난자가 만나지 못하면 난자의 수정 능력이 상실된다.’ 결론적으로 배란이 된 난자가 정자를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봐야 평균 12~15시간이라는 것. 계산상 한 여성이 1년에 12~13회 정도 난자를 배란시키고, 1년 8천7백60시간 중에 겨우 1백80여 시간 동안 정자를 기다리는 셈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난자는 정자를 만나야 하고, 만나더라도 건강한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야 출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