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난임 진단을 받은 남성 환자는 8만여 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6만3598명 대비 25% 정도 증가했다. 남성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무정자증이다. 무정자증은 정액을 검사했을 때 정자가 보이지 않는 경우다.

박정원 원탑비뇨기과 원장은 ‘없다’는 정자를 기어이 찾아내는 헌터로 유명하다. 무정자증 남성이라고 해도 고환을 열어 끝내 정자를 찾아내는 게 그의 재주이자 사명이다. 없는 정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설령 정자를 찾았다고 해도 임신까지 어떠한 노력을 더 해야 할까.

 

다양한 무정자증 원인

 

-무정자증은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나요.

예전엔 무정자증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어요. 폐쇄성 무정자증과 비폐쇄성 무정자증으로. 말 그대로 폐쇄성은 정자가 나오는 통로가 막혀서 정자가 못 나온다는 것이고, 비폐쇄성은 정자를 만드는 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정자가 없다는 겁니다.

 

-폐쇄성 무정자증인지 비폐쇄성 무정자증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대부분의 비뇨기과와 난임 전문의료기관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봅니다. 1차적인 검사죠. 하지만 단순히 생식호르몬 수치만 가지고 무정자증의 원인을 폐쇄성와 비폐쇄성으로 나눌 순 없어요. 이를테면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고 성선자극호르몬(FSH)이 높으면 비폐쇄성이라고 단정하기 쉬운데, 이게 다 맞지는 않아요. 무정자증의 원인을 단순히 무 자르듯 단정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2009년도에 세계적인 생식의학 전문 학술지인 <Fertility and Sterility>에 실린 내용을 보면 7백92명의 비폐쇄성 무정자 환자 중 FSH가 정상 범위인 환자가 무려 2백45명이나 되었어요. 호르몬검사 결과로 속단할 수가 없는 거죠.

 

박 원장은 폐쇄성 무정자증과 비폐쇄성 무정자증을 나눌 때 모호한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정자를 만들어내는 부고환에 심한 염증이 생겨서 아예 정자 생산이 안 되는 경우다. 이 경우 정자 배출 통로를 열어준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무정자증의 원인이 폐쇄성인지, 비폐쇄성인지를 호르몬검사 등으로 속단해선 안 되는 이유인 셈이다.

 

-폐쇄성 무정자증과 비폐쇄성 무정자증을 나누는 정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폐쇄성 무정자증 원인 중에 부고환에서 정관으로 넘어가는 길이 막힌 케이스가 있어요. 그야말로 폐쇄성 무정자증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이유가 더 많아요. 전립선 쪽 출구가 막혔을 수도 있고, 부고환에 염증이 있어서 막혔을 수도 있어요.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으로 막히기도 합니다. 이 경우 단순히 막혀서 정자가 안 나오는 폐쇄성 무정자증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요. 공장(정자 생산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공장이 왜 안 돌아가는지 조직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어요. 어떤 분이 폐쇄성 진단을 받고 제게 왔는데 조직검사를 해보니 정자형성저하증이었어요. 정자형성저하증과 정자성숙멈춤증으로 고환내 문제가 있어서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통로가 막혀서 정액에 정자가 보이지 않는 폐쇄성 무정자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정자가 나오는 통로가 막혀서 정자 배출이 안 되는 것이면 해결책이 있나요.

그것도 케이스마다 달라요. 부고환과 정관을 연결하는 경우를 ‘부고환정관문합술’, 정관과 정관을 연결하는 경우를 ‘정관정관 문합술’, 그리고 피임을 목적으로 잘라버린 정관을 다시 연결하는 경우를 ‘정관복원수술’이라고 하는데, 수술 성공률과 개통 유지율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다시 막힐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전립선 쪽이 막힌 거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요. 문제는 전립선 뒤 정낭 가까이에 있는 사정관이 막힌 경우죠. 전립선암 환자 수술할 때 하복부를 통해서 방광 뒤쪽으로 접근하거든요. 배를 열어야 하는 거죠. 전립선에 오기 전까지의 통로가 막혀서 정자가 안 나오는 폐쇄성 무정자증이라면 어느 지점에서 막혔는지가 관건이며, 아예 고환에서 바로 정자를 채취해 IVF를 받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어떻게 정자를 찾을 수 있나요. 특히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인 경우도 정자를 찾는 것이 가능한가요.

앞에서 말했듯이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성염색체 Y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X에도 있고 1번과 9번에도 있으니까요. 희망을 갖고 정자가 만들어지는 고환을 샅샅이 검사해보는 거죠. 제가 하는 미세다중수술은 정자를 만드는 공장에 문제가 있든,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든 고환을 조사해보면 정자를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정자를 찾아 임신에 성공한다고 해도 자식에게 무정자증이 대물림되지 않을까요.

정자를 찾으면서도 저는 신의 뜻에 맡깁니다. 과연 이 정자로 임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저도 선뜻 답을 낼 수가 없어요. 유전되기 때문이죠. Y염색체에 문제가 있어서 무정자증이 된 경우 ‘딸을 낳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과연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서 임신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정자를 찾았다고 해서 기뻐할 일은 아니다 싶어요. 그저 ‘신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고환 조직검사와 미세다중수술

 

-흔히 정자가 없으면 고환 조직검사부터 한다고 하는데, 고환 조직검사와 미세다중수술은 어떻게 다른가요.

조직검사는 고환 한 군데를 절개해서 고환 일부 조직을 채취해내는 시술입니다. 그 조직에 정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는 1차적인 방법이죠. 고환 조직검사에서 정자를 찾을 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미세다중수술에 도전해 볼 수 있어요. 고환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게 아니라 고배율 현미경으로 고환에 있는 세정관을 모두 뒤져보며 찾습니다. 정자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거든요. 정자가 나올 만한 큰 조직을 현미경으로 찾아서 떼어냅니다. 이를 통해 꽤 많은 분이 정자를 찾았어요. 이 경우 IVF만으로도 임신할 수 있죠.

 

-함부로 고환 조직검사를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고환 조직검사를 너도나도 하는데, 고환에서 조직을 떼어내는 정도가 다 다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포클레인으로 조직을 팍 뜰 수도 있고, 아주 조금만 뜰 수도 있습니다. 조직을 너무 많이 떼어내면 자칫 고환조직이 다칠 수 있어요. 저는 1mm 정도 떼어냅니다. 고환 같은 생식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 되기 때문이죠. 아무리 무정자증으로 판명이 났어도 폐쇄성·비폐쇄성 무정자증 여부를 먼저 추적해봐야 하고, 고환에 직접 메스를 대는 조직검사까지 해야 한다면 반드시 남성 난임 전문의를 찾아가서 하기를 권합니다.

 

-조직검사, 미세다중수술 등을 통해 고환에서 미성숙정자를 채취한 후 체외에서 성숙시켜서 IVF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던데요.

아주 민감한 문제입니다. 일부 난임 전문의료기관에서 원형정세포 즉, 미성숙정자 중에서도 초기 단계를 채취해서 체외배양을 통해 임신을 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세계적인 학회에서 ‘원형정세포로 아기를 갖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발표했어요.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거죠. 몇몇 국가에서는 불법으로 금하고 있기도 합니다. 원형정세포로 시험관시술을 하는 것은 안 될 일이에요.

 

-왜 그렇죠.

자, 보세요. 고환에는 세르톨리 세포와 생식세포가 있어요. 세르톨리 세포는 생식세포(애기씨)를 보호하고 키워주고 먹여 살리는 세포로, 유모세포라고 하지요. 이 유모세포가 정자를 보듬어 주고 영양분도 공급해주고 키워주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유모세포 없이 덜렁 원형정세포를 채취해서 배양하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이런 건 있어요. 세르톨리 세포가 머리를 잡고 있는 정자들이 있어요. 그 이유가 미성숙정자여서인지, 정자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꼬리까지 형성되어 있는 정자라면 체외에서 조금만 배양하면 완전한 정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거죠. 마지막 단계의 정자니까요. 이런 정도의 정자를 찾아내서 체외수정을 진행하는 건 도전할만하다고 봐요. 하지만 미세다중수술로 그런 정자를 찾는 것도 엄청난 배양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고환에서 정자를 찾아내면 반드시 IVF를 해야 하나요.

고환에서 채취된 정자는 정상적인 사정에 의한 정액 속에 있는 정자와는 달라요. 심지어 아주 어린 정자(성숙이 안 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정자의 경우 스스로 수정할 능력이 없어요. 미세수정(ICSI, 난자세포질 내 정자주입술)으로 강제 수정시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고환에서 채취한 정자의 미세수정은 특히 난임 산부인과 전문의와 경험 많은 연구진에 맡겨야 성공률이 높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고환 상태를 개선할 수는 없나요.

중추신경세포(CNS)와 생식세포는 일정 연령이 지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는데 호르몬 치료로 고환 조직상태가 개선되는 환자분들이 계세요. 미세다중수술로 힘들게 고환에서 찾은 정자로 IVF를 통해 아이를 가진 무정자증 환자의 고환 조직검사 결과 말기퇴화 상태에 해당하신 분이 호르몬 치료 후 진행한 두 번째 미세다중수술 조직검사에서 원래의 말기상태에서 중기 또는 초기 상태까지 호전된 분은 물론 정액에서 정자가 보이는 분들도 계세요.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