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자세는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척추 전문가들은 10초 정도 척추를 쭉 펴고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을 하루에 수십 번씩 반복하면 건강해진다고 조언한다. 특히 여성은 요가 혹은 바른 자세 교정으로 골반 건강에 힘쓰는 것이 생식능력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대구마리아 진료과장, 부천마리아 진료부장, 고대구로병원 외래교수를 역임하며 1만2000사례가 넘는 난임 시술을 해온 김명신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의 얘기를 들으면 여성에게 골반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더욱 느낄 수 있다.
난임과 요가
-장기의 모양과 위치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들었어요. 생식기도 그런가요.
그럼요. 해부학 교과서대로 자궁과 난소가 제 위치에 예쁘게 있는 여성보다는 그렇지 않은 여성이 더 많아요. 자궁내시경만 해도 알 수 있어요. 환자가 누워 있는 상태에서 자궁내시경 카메라를 넣어보면 교과서에 나온 모양과 위치에 제대로 있는 경우보다는 약간씩은 틀어져 있는 경우가 더 많아요. 자궁 자체가 원인인 근종이나 선근증이 때문이기도 하고, 과거 자궁에 대한 수술 이력 때문인 경우도 있고, 난소나 골반의 자궁내막증이나 골반염 등에 의한 자궁 밖 유착이 원인이어서 그렇기도 하죠. 간혹 응급상황에서 제왕절개를 했다든지 제왕절개를 할 때 과다출혈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경우 산욕기(출산 후 자궁의 모양과 크기가 원래로 복구되는 기간으로 약 6주) 이후에 자궁을 관찰해보면 임신 전과 다른 각도와 모양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골반 틀어짐으로 인한 생식기 위치 변형이 어느 정도로 심한가요.
질 초음파로 봤을 때 난소는 질에서 조금 멀어서 찾기 어렵다 하더라도 자궁은 어지간하면 교과서에 나온 각도여야 하는데, 심하게 뒤로 꺾여있거나 틀어져 있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난임 시술을 준비하면서 질 초음파로 자궁과 난소를 계속 관찰하면서 난포의 성장과 자궁내막 변화를 체크해야 하는데 너무 많이 틀어져 있어서 자궁 자체를 보기 위해 배를 눌러야 하는 환자도 많아요. 질 초음파로 자궁 안쪽을 보기 어려운 환자도 있고요. 이 경우 자궁 밖 유착이 의심되는데 자궁이 주변 장기와 심하게 유착되었다면 결국 나팔관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난소로 가는 혈류량도 걱정을 해야 합니다. 자궁 자체의 각도와 모양이 임신능력에 직접적인 문제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원인이 자궁 내 병변 때문이거나 자궁 밖 유착(골반 내 유착) 때문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거든요.
-생식기 위치와 모양이 비정상적이면 난임 시술을 할 때 힘들 수 있나요.
난자 채취는 난소를 직접 찔러서 난포액을 흡입하는 수술적 과정이죠. 근종이나 선근증 등 자궁질환으로 난소의 위치가 영향을 받는 경우, 또는 골반 내 유착으로 난소와 다른 장기와의 유착이 의심되는 경우 당연히 채취 도중 과다출혈, 다른 장기 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어요. 경험이 풍부한 난임 전문의라도 그런 경우는 긴장할 수밖에 없죠. 저는 전국에서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가장 많이 하기로 유명한 대구 마리아병원에서 시작했어요. 정말 행운이었죠. 다른 병원에 근무했다면 1년이 넘게 있어도 해볼 수 없는 시술들을 한 달 만에 다 해봤으니까요. 초음파를 보고 시술하는 걸 매일 끊임 없이 경험하면서 의사로서 부쩍 큰 것 같아요.
-요가를 하면 골반 틀어짐이 교정될까요.
제가 요가를 해요. 요가를 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해보니까 앉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다리 꼬아서 앉는 버릇, 걷는 습관으로 인해 골반의 근골격이 틀어질 수 있어요. 골반 근골격이 심하게 틀어진 분들은 질 초음파로 보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생식기 위치와 다르게 각도가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자궁의 병변이나 자궁 밖 유착(골반내 유착)으로 해부학적인 변화가 생긴 것과는 다른 경우이기 때문에 이런 틀어짐이 난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운동을 통해 자세를 교정하면 결국 내부장기의 압박감소와 혈류량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생식기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난임 부부의 자연임신 기적
-그동안 많은 난임 여성들에게 인공수정과 IVF를 많이 권했을 텐데요, 고도의 보조생식술을 동원해야만 임신할 수 있는 경우가 그토록 많은가요.
부부가 모두 정상인데, 타이밍을 못 맞춰서 임신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자연임신은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하거든요. 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자연임신이 될 수 있는 부부가 더 많아요. 다만 좀 더 빨리 임신하고 싶어서 난임 시술(인공수정, IVF)을 하는 거죠. 여성의 임신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생기는 데다가 임신의 유지와 건강한 아기의 분만 역시 나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임신을 결심했으면 서두르려고 하는 거죠.
-검사상 자연임신이 안 되는 부부라면 자연임신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긴 해도 모든 게 100% 된다, 안 된다는 없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어요. 자궁난관조영술 검사에서 양쪽 나팔관이 모두 막힌 것으로 결론이 나왔어요. 나팔관은 배란된 난자가 정자를 기다리는 곳이니까 이곳이 막혀 있으면 정자와 난자가 만날 길이 없어요. IVF라면 모를까 자연임신으로도, 인공수정 시술로도 임신을 기대할 수 없죠. 그런데 그분이 자연임신을 한 거예요. 그러니 나팔관 검사에서 막혔다고 해서 100% 막힌 거로 볼 수 없는 거죠. 모든 검사가 다 그래요.
-나팔관이 막혔는데 어떻게 자연임신이 되었나요.
그러게요. 그분은 IVF에서도 여러 차례 실패했고, 복강 내 수술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수술하면서 나팔관이 다 막혔다는 판명을 받았어요. 그런 분이 다시 IVF를 시작하려고 왔어요. 시술을 위해 주사제를 처방하면서 의례적으로 하는 임신테스트를 해보려는데 ‘나팔관이 양쪽 다 막혔는데 무슨 임신이 되었겠어요’라며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자연임신이 되어 있었던 거죠. 질 초음파로 보니까 자궁에 배아가 착상된 지 6주 정도 되어 보이더라고요.
-어떻게 자연임신을 한 건가요.
배란일 때 부부관계를 한 것이 임신이 되었더라고요. 제가 그분에게 자궁 내 유착을 확인하기 위해 자궁내시경을 했는데, 수술 후 유착방지제를 발라야 하니까 ‘잠자리는 하지 마세요’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때가 배란일 즈음이었나 봐요. 나팔관이 막혔으니까 임신이 될 리 없다고 생각하고 부부관계를 했나 보더라고요. 자궁나팔관 조영촬영에서 양측 나팔관이 막혔다는 결과가 나왔던 게 실제 막혀서가 아니라 나팔관의 일시적인 경련 수축 때문에 조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복강 내 수술을 할 때 나팔관이 막혔다는 판명을 받은 것 역시 수술로 인한 일시적인 손상이나 조직의 과도한 붓기 때문일 수 있고요. 그래서 모든 나쁜 검사 결과가 임신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