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AI 생성 (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난자채취 날은 숫자 하나하나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다.

“난자 8개 채취했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안도했는데 곧이어 “성숙난자는 4개이고 나머지는 미성숙입니다”라는 설명을 들으면 기쁨은 금세 걱정으로 바뀐다. 수정에 사용할 수 있는 난자는 일반적으로 성숙이 끝난 MII 난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취 당시 아직 덜 익은 난자는 정말 그날로 끝일까?

최근 연구는 여기에 흥미로운 답을 내놨다.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스페인 IVI 발렌시아와 이탈리아 연구진은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예상보다 성숙난자가 적게 나온 여성들의 미성숙 난자를 버리지 않고 최대 24시간 더 배양했다.

그 결과 일부 난자는 성숙난자가 됐고, 수정과 배반포 발달을 거쳐 정상염색체 배아가 됐으며 실제 출산으로까지 이어졌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2026년 7월 13일 발표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GV 난자’다. GV는 ‘배포소포기(germinal vesicle)’를 뜻한다.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말하면 아직 수정할 준비를 마치지 못한 가장 어린 단계의 난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상적인 IVF에서는 난자채취 후 MII 단계까지 성숙한 난자를 골라 수정시키는데, GV나 MI 단계에 머문 미성숙 난자는 발달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채취된 난자의 약 10%가 GV 단계로 관찰된다.

연구 대상은 아무 환자나 아니었다. 39세 미만이면서 PGT-A를 시행한 여성 가운데, 채취된 MII 성숙난자가 6개 이하이고 예상했던 것보다 성숙률이 낮으면서 GV 난자가 적어도 4개 이상 나온 여성 47명만을 골랐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간의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상당히 까다롭게 선별된 환자들이다.

이들에게서 나온 GV 난자는 모두 266개였다. 연구진은 이 난자들을 타임랩스 배양기에서 최대 24시간 더 기다렸다.

그리고 난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체 266개 가운데 127개가 24시간 안에 MII 단계까지 성숙했다.

전체 난자를 기준으로 하면 47.7%이며 환자별 평균 성숙률은 53.7%였다. 이 ‘구제 성숙’을 통해 환자 한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성숙난자는 평균 4.4개에서 7.1개로 늘었다. 연구진이 계산한 환자별 MII 난자 수의 평균 상대적 증가는 75%였다.

쉽게 말하면 채취 당일만 보고 “성숙난자가 4개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환자에게 하룻밤 뒤 2~3개의 성숙난자가 더 생긴 셈이다.

물론 늦게 성숙한 난자가 처음부터 잘 익어 나온 난자와 완전히 같았던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채취된 MII 난자의 수정률은 71.4%, 하루 더 배양해 성숙시킨 난자의 수정률은 66.1%로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수정 이후 배반포까지 살아남는 힘에서는 차이가 컸다. 정상 MII 난자의 배반포 형성률은 49.0%였던 반면 구제 성숙난자는 20.2%에 그쳤다. 즉 늦게 익은 난자는 수정은 꽤 잘됐지만 배반포까지 가는 과정에서 많이 탈락했다.

그런데 여기서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어렵게 배반포까지 살아남은 난자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PGT-A 검사를 시행한 결과 정상적으로 성숙했던 난자에서 만들어진 배반포 72개 가운데 정상염색체 배아는 37개, 51.4%였다. 반면 구제 성숙난자에서 만들어진 배반포는 17개 가운데 13개, 76.5%가 정상염색체였다.

표본이 작아 전체 비교에서 통계적으로 확실한 우월성을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늦게 성숙한 난자로 만든 배아라서 염색체가 더 나쁠 것”이라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생긴 ‘한 번의 기회’였다.

구제 성숙난자에서 정상염색체 배아를 얻은 환자는 13명이었고, 네 번의 주기에서는 원래 성숙해 있던 난자에서는 정상배아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지만 구제한 GV 난자에서 정상배아가 나왔다.

GV 난자를 살리지 않았다면 그 주기의 이식 가능 배아가 ‘0개’였을 환자들이다. 구제 난자까지 포함하면서 정상염색체 배아를 한 개 이상 확보한 환자 수는 26명에서 30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기까지 태어났다.

구제 성숙난자에서 만들어진 정상염색체 배아를 이식한 10건 가운데 4건이 출산으로 이어졌다. 전체 환자 가운데 적어도 한 번 출산에 성공한 여성도 구제 난자를 제외했을 때 15명이었지만 이를 포함하면 18명으로 늘었다.

연구진은 이를 누적 생아출산 환자 수의 20% 상대적 증가로 계산했다. 태어난 아기들의 임신기간과 출생체중에서도 기존 MII 난자에서 만들어진 배아와 뚜렷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출산 사례 자체가 매우 적어 안전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 연구가 “앞으로 미성숙 난자는 모두 하루 더 키우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 대상은 47명에 불과했고 한 개의 사립 난임센터에서 시행한 후향적 연구다.

더욱이 39세 미만이면서 예상 밖으로 성숙난자가 적게 나온 특수한 환자만 포함됐다. 연구진 역시 구제 IVM을 모든 IVF 환자에게 일상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숙난자가 매우 적고 미성숙 GV 난자가 여러 개 나온 저예후 환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추가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래도 난임 환자에게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작지 않다.

난자채취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개’의 무게를 안다. 난자 한 개가 수정란 한 개가 되고, 수정란 하나가 배반포가 되고, 그 배반포 하나가 정상염색체 배아가 될 수 있다. 특히 채취 난자가 몇 개 되지 않는 여성에게 미성숙 난자 한두 개는 단순한 실험실 숫자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채취하는 순간 충분히 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IVF의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던 난자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 난자에게 24시간의 시간을 더 주었다.

모두가 살아난 것은 아니다. 배반포까지 가는 힘도 분명 떨어졌다. 그러나 그 가운데 일부는 성숙했고, 수정됐고, 배반포가 됐으며 정상염색체 배아가 됐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결국 아기가 됐다.

난자채취 당일의 ‘미성숙’이라는 판정이 모든 난자의 마지막 문장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