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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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치료를 오래 받아온 여성에게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은 거의 결승선처럼 느껴진다.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시키고, 배아를 키우고, 이식한 뒤 피검사 수치를 기다리는 긴 시간을 견딘 끝에 얻은 임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궁내막증이나 선근증이 있는 여성이라면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8월호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진은 시험관아기시술(IVF)이나 난자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 여성 607명을 추적했다. 이 가운데 144명은 자궁내막증 또는 선근증이 있었고, 463명은 두 질환이 없었다.

가장 먼저 차이가 벌어진 것은 조산이었다. 자궁내막증 또는 선근증이 있는 여성의 조산율은 18.9%로, 두 질환이 없는 여성의 11.4%보다 높았다. 단순히 계산하면 약 7.5%포인트 차이다.

나이와 체질량지수(BMI)를 보정한 뒤에도 조산 위험은 1.63배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34주부터 36주 6일 사이에 출산하는 ‘후기 조산’에서 차이가 두드러졌으며, 보정 상대위험은 2.56배였다. 반면 그보다 이른 조산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태반이었다. 전치태반은 자궁내막증·선근증이 있는 여성에서 9.0%, 그렇지 않은 여성에서는 1.5%였다. 보정한 위험으로 보면 5.82배였다. 출산 전 출혈 역시 11.8% 대 6.5%로 질환이 있는 쪽에서 많았다.

전치태반은 태반이 자궁 아래쪽에 자리 잡으면서 자궁경부를 일부 또는 전부 가리는 상태다. 임신 후반 출혈이나 제왕절개 가능성과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중 태반 위치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도 차이가 컸다. 자궁내막증 또는 선근증이 있는 여성에서는 13.2%, 없는 여성에서는 6.7%였다. 연구진이 나이와 BMI를 보정한 뒤 계산한 상대위험은 2.26배였다. 임신 중 골반통 때문에 진료를 받은 경우도 각각 16.7%와 8.6%로 차이를 보였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연구진은 자궁내막증과 선근증에서 나타나는 만성 염증, 비정상적인 자궁 수축, 자궁근층과 자궁내막 경계 부위의 변화 등이 조산이나 태반 형성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태반이 자궁에 자리 잡는 과정과 혈관이 재구성되는 과정이 달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이런 기전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선근증이나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이 IVF로 임신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숫자를 거꾸로 보면 자궁내막증·선근증이 있는 여성도 10명 중 8명 이상은 37주 이후에 출산했다. 제왕절개나 임신성 당뇨병, 태반조기박리, 산후출혈 위험은 이번 연구에서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의 한계도 분명하다. 이번 연구는 공공 지원 IVF·ICSI를 받은 25~39세 비흡연 여성을 대상으로 했고 BMI 30 이상인 여성도 제외했다. 따라서 40세 이상 고령 임신이나 비만 여성에게 같은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자궁내막증과 선근증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분석했으며, 실제 연구 집단에서는 단독 자궁내막증 환자의 비중이 더 컸다. 연구진 스스로도 선근증만 있는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다른 집단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질환별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자궁내막증이나 선근증이 있는 난임 여성에게 임신 성공은 치료의 끝이라기보다 관리의 다음 단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난임병원에서 어렵게 ‘임신 성공’ 판정을 받은 뒤 산부인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관심의 대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아기가 잘 크는지만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혈압은 안정적인지, 태반은 어디에 자리 잡았는지, 출혈 징후는 없는지, 조산 위험은 없는지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연구진 역시 자궁내막증·선근증이 있는 IVF·ICSI 임신 여성에게 고혈압성 질환을 조기에 확인하고 태반 합병증을 더 면밀히 관찰하는 맞춤형 산전관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냈다.

어렵게 착상에 성공했다고 모든 고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선근증과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에게는 ‘어떻게 임신할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안전하게 출산까지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