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ChatGPT, OpenAI) 이미지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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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아기시술(IVF) 과정에서 수정 여부를 확인할 때 의료진이 가장 먼저 보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전핵’이다. 정상적으로 수정된 난자에서는 일반적으로 엄마와 아빠에게서 각각 하나씩 온 두 개의 전핵, 이른바 ‘2PN’이 관찰된다.

반면 전핵이 하나만 보이는 ‘1PN 배아’는 사정이 달랐다. 정상적인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이식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가 이런 오래된 관행에 물음표를 던졌다. 1PN 배아라고 해서 무조건 비정상으로 판단해 버리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연구진은 무려 1만3203개의 1PN 배아와 1만730개의 시험관아기시술 주기를 분석했다. 지금까지 1PN 배아를 다룬 연구 가운데 상당히 큰 규모다.

 

1PN 배반포 96.9% 부모 양쪽 유전물질 확인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일반적인 체외수정, 즉 정자와 난자가 스스로 수정하도록 하는 IVF 방식에서 만들어진 1PN 배반포 가운데 유전학적 분석이 이뤄진 배아를 살펴본 결과 96.9%에서 엄마와 아빠 양쪽의 유전물질이 모두 확인됐다.

겉으로는 전핵이 하나만 보였지만 실제로는 양쪽 부모의 유전물질을 정상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배아가 상당수였다는 뜻이다.

난자 안에 정자 한 개를 직접 주입하는 세포질내정자주입술, 이른바 ICSI에서 만들어진 1PN 배아에서도 65.9%가 부모 양쪽의 유전물질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더 중요한 결과는 그다음이다.

염색체가 정상이고, 동시에 엄마와 아빠 양쪽에서 유래한 유전물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1PN 배반포를 실제 이식했을 때 기존의 정상적인 2PN 배반포와 임신율과 생아출산율, 신생아 결과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수정 확인 당시 전핵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배아의 최종적인 발달 가능성까지 단정해서는 안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결과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IVF를 받는 모든 환자에게 여러 개의 좋은 배아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약 6개 시술 주기 가운데 1개꼴로 사용할 수 있는 정상 2PN 배아가 없어 1PN 배아가 사실상 유일한 배아 선택지가 되는 상황이 확인됐다.

젊고 난소 기능이 좋은 환자라면 여러 개의 난자와 배아 가운데 좋은 배아를 골라낼 수 있다. 하지만 40대 고령 환자나 난소 예비력이 크게 떨어진 저반응 환자에게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난자를 한 번 채취해 한두 개밖에 얻지 못하는 환자에게 배아 하나는 단순한 숫자 ‘1’이 아니다. 다시 수개월의 주사를 맞고, 또다시 채취를 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다.

그런 환자에게 어렵게 얻은 난자가 수정된 뒤 1PN으로 판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이 최선인지 이번 연구는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1PN 배아는 모두 이식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냐

 

다만 이번 결과를 “앞으로 1PN 배아는 모두 이식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연구에서 좋은 임신과 출산 결과를 보인 배아는 단순히 1PN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식한 것이 아니다. 배반포 단계까지 발달한 뒤 유전학적 검사를 통해 염색체가 정상이고 엄마와 아빠 양쪽의 유전물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1PN 배아가 대상이었다.

1PN 가운데는 실제 비정상 수정 배아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정 방식과 배아 발달 과정, 유전학적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비정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제외했던 배아 가운데 일부에는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배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난자와 배아 하나하나가 절박한 고령·저반응 환자에게는 의미가 작지 않다.

시험관아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배아를 보는 기준도 단순히 ‘전핵이 하나냐 둘이냐’를 넘어 실제 염색체 상태와 부모 유전물질의 구성까지 확인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한때는 버리는 것이 당연했던 1PN 배아.

이번 대규모 연구는 그 배아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정말 버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