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난자 채취가 끝나면 난임의사가 흡인한 난포액은 곧바로 배양실로 넘어간다. 배아연구원은 현미경으로 난포액을 살피며 난자를 찾아낸다. 난자를 모두 찾았다고 판단하면 남은 난포액은 더 이상 치료에 사용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IVF의 익숙한 과정이다.
그런데 정말 난자를 ‘모두’ 찾은 것일까.
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된 FIND-Chip 연구는 이 당연한 전제에 의문을 던졌다. 이미 숙련된 배아연구원이 한 차례 확인을 끝낸 난포액을 미세유체 장치로 다시 뒤졌더니 절반이 넘는 환자에게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난자가 추가로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4개 IVF센터에서 난자 채취를 받은 환자 582명의 잔여 난포액을 FIND-Chip으로 검사했다. FIND-Chip은 시험관아기(IVF) 난자채취 과정에서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난자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미세유체칩)으로 쉽게 말하면 ‘난포액 속 난자 자동검색기’에 가깝다. 난포액을 장치 안으로 흘려보내 크기와 유체 흐름의 차이를 이용해 난자와 혈액, 세포, 조직 등을 분리한 뒤 난자를 한곳에 모아주는 장치인 셈.
결과는 예상보다 컸다. 전체 582명 가운데 316명, 54.3%에서 기존 검사 때 발견하지 못했던 난자가 최소 한 개 이상 나왔다. 추가로 확인된 난자는 모두 583개였다. 환자 두 명 중 한 명꼴로 ‘다 찾았다’고 판단했던 난포액에서 난자가 다시 발견된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발견된 난자가 단순한 미성숙 난자나 손상된 난자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추가 난자의 41.2%는 수정에 사용할 수 있는 MII 단계의 성숙난자였다. MI 단계가 9.1%, GV 단계 미성숙 난자가 36.3%였고, 13.4%는 변형되거나 손상돼 ICSI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즉 FIND-Chip이 찾아낸 난자를 모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는 실제 수정과 배아 생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난자였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1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일반적인 방식으로 난자를 먼저 찾은 뒤 남은 난포액을 FIND-Chip으로 다시 검사했다.
19명 가운데 11명에게서 모두 23개의 난자가 추가로 나왔다. 이 가운데 12개는 성숙난자로 확인돼 실제 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에 사용됐다. FIND-Chip으로 찾아낸 난자의 수정률은 66.7%로, 기존 방식으로 찾은 난자의 70.3%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정적인 장면은 그다음이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FIND-Chip으로 찾아낸 난자가 배아까지 발달했다. 한 환자는 기존 방식으로 확보한 배아 6개 외에 FIND-Chip에서 찾아낸 난자로 3개의 동결배아를 추가로 얻었다. 기존 방식으로 얻은 배아를 먼저 이식했지만 임신에 실패한 뒤, FIND-Chip에서 찾아낸 난자로 만든 배아를 다시 이식했다.
이번에는 임신이 됐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난포액과 함께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는 난자 하나가 수정되고 배아가 되고 결국 한 아이의 출생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난자를 많이 얻는 환자보다 ‘한 알’이 절박한 환자에게 있다.
기존 방식으로 난자를 0~5개밖에 확보하지 못한 환자군에서도 35%에서 추가 난자가 발견됐다. 한 환자는 기존 검사에서 난자 3개를 찾았지만 FIND-Chip을 이용하자 5개가 더 나왔다. 난자 6~11개를 얻은 환자군에서는 51.5%에서 추가 난자가 확인됐다.
난자 20개를 채취한 환자에게 한 개가 더 생기는 것과 난자 1~3개밖에 나오지 않는 환자에게 한 개가 더 생기는 것은 임상적 무게가 다르다.
난소예비력이 낮거나 고령으로 난자 확보 자체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난자 한 개가 수정 기회 한 번이고, 배아 하나가 이식 기회 한 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 채취를 다시 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한 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숙련된 배아연구원이 왜 난자를 놓칠 수 있을까.
채취된 난포액은 투명한 액체가 아니다. 혈액과 혈전, 난포벽 조직, 세포와 각종 찌꺼기가 뒤섞인다. 난자를 둘러싼 난구세포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배아연구원은 이런 난포액을 일일이 관찰하며 난자를 찾아내야 한다.
FIND-Chip은 사람이 난자의 모양을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난자와 주변 조직의 물리적 차이를 이용해 자동으로 분리한다. 연구에서는 난자가 적게 나온 환자의 난포액을 배아연구원이 한 번 더 확인하는 병원에서도 FIND-Chip을 사용했을 때 추가 난자가 발견됐다.
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기존 IVF 과정에서 난자가 대량으로 버려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582명 연구에서 모든 환자의 난포액을 전량 검사한 것은 아니었고, FIND-Chip으로 찾아낸 난자를 실제 치료에 이용한 임상시험은 19명에 불과하다. FIND-Chip 난자에서 출산까지 확인된 사례도 현재 논문에서는 한 건이다. 추가로 찾아낸 난자가 실제 누적 임신율이나 출산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는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연구의 이해상충 역시 짚어야 한다. 논문 저자 상당수는 FIND-Chip을 개발한 미국 AutoIVF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 회사 직원이다.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돼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IVF 현장에 던진 질문은 작지 않다.
지금까지 난자 채취의 경쟁은 주로 난소에서 시작됐다. 어떤 과배란 약을 쓸 것인지, 용량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 언제 트리거 주사를 놓고 몇 시간 뒤 난자를 채취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목표는 언제나 같았다. 난자 한 개라도 더 얻는 것이었다.
FIND-Chip 연구는 그 질문을 배양실 안으로 옮겨놓았다.
“난소에서 난자를 더 만드는 것에 앞서, 이미 채취한 난자를 우리는 정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는가.”
난자가 한두 개밖에 나오지 않아 채취 날마다 숫자를 기다리는 난임 환자에게는 결코 작은 질문이 아니다. FIND-Chip이 앞으로 IVF의 표준 장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난자를 더 만들어내는 기술만이 아니라 이미 얻은 난자 하나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찾아내는 기술 역시 IVF 성공률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