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을 받는 난임 부부에게 가장 흔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추가로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을까요?”다. 한 번의 실패가 주는 좌절이 큰 만큼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시도해보겠다는 부부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심리를 바탕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IVF 보조시술(add-ons)’이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시술 상당수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팀은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는 IVF 보조 시술의 효과를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랜싯 지역보건-여성건강(The Lancet Regional Health–Women's Health)’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과 호주, 유럽 등에서 발표된 IVF 보조시술 관련 연구 157편을 검토한 뒤 연구 설계가 미흡하거나 신뢰도가 낮은 72편을 제외하고 85편만을 선별해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개별 연구가 아니라 여러 연구를 종합해 객관성을 높인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결과는 예상보다 냉정했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널리 시행되는 대부분의 IVF 보조시술은 임신과 출산 성공률을 높인다는 충분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분석 대상에는 침술,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 자궁내막수용성검사(ERA), 인트라리피드 주입, 난소 혈소판풍부혈장(PRP) 주입, 자궁내 PRP 주입, 착상전 유전자검사(PGT)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들 시술에 대해 “연구 결과가 부족하거나 질이 낮아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반대로 일부 시술은 제한적인 가능성을 보였다.
배아 이식 전 자궁내막을 자극하는 자궁내막 스크래칭과 배아를 자궁에 이식할 때 사용하는 특수 배양액인 엠브리오글루는 임신과 출산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리적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PICSI)은 유산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약한 근거가 제시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 역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VF는 의료기술이 크게 발전했음에도 한 번의 시술로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평균 30~40% 수준에 머문다. 특히 여성 연령이 높거나 반복 착상 실패를 경험한 경우 성공률은 더욱 낮아진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작은 가능성이라도 붙잡기 위해 각종 보조시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에서는 IVF 환자의 70% 이상이 하나 이상의 보조시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시술은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효과가 불확실한 보조시술을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춘 뒤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가 비용과 기대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근거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에 대해 스페인 생식의학 전문가들도 “엄격한 기준으로 기존 연구를 재평가한 신뢰도 높은 분석”이라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보조시술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연구”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IVF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가 시술의 개수’가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원인에 맞는 맞춤형 치료라고 강조한다. 나이와 난소기능, 배아의 질, 반복 착상 실패 여부 등 기본적인 원인을 먼저 정확히 분석한 뒤 필요한 경우에만 보조시술을 선택하는 것이 현재까지 가장 근거 중심적인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무엇이든 더 하면 성공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충분히 검증된 치료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IVF 성공으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길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