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숫자는 임신율이다. 어느 병원은 60%, 어느 병원은 50%, 어느 병원은 40%라고 말한다. 인터넷 카페와 병원 홈페이지에도 임신율 수치가 빠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임신율이 높은 병원이 더 잘하는 병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만큼은 이 숫자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숨기고 있을 수 있다.
임신율은 객관적인 통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환자 구성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숫자다. 32세 환자와 43세 환자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고, 첫 시술을 받는 환자와 이미 여러 차례 착상 실패를 경험한 환자를 같은 집단으로 묶을 수도 없다. 같은 의사가 같은 기술로 치료하더라도 어떤 환자를 진료하느냐에 따라 임신율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난임 분야에서는 오히려 역설적인 현상까지 나타난다. 경험이 많고 유명한 의사일수록 더 어려운 환자들이 몰린다. 여러 병원을 거쳐 마지막 희망을 찾아온 환자, 반복 착상 실패 환자, 반복 유산 환자, 난소기능이 크게 저하된 환자, 40대 중후반 환자들이 집중된다.
이런 환자 비율이 높아질수록 병원의 평균 임신율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만약 임신율만으로 병원을 평가한다면 가장 어려운 환자를 기피하는 병원이 가장 좋은 병원으로 평가받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생식의학계에서는 단순 임신율보다 누적출생률에 더 주목하고 있다. 누적출생률은 한 번의 이식 결과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아이를 출산했는지를 추적하는 지표다. 한 번의 채취와 한 번의 이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채취와 이식, 그리고 반복적인 치료 과정을 모두 포함해 계산한다. 환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인 “결국 아이를 안을 수 있는가”에 가장 가까운 답을 주는 숫자다.
실제로 세계 주요 연구들은 시험관아기 치료의 본질이 단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누적확률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국과 미국의 대규모 연구에서는 치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누적출생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시도에서 임신하지 못했던 많은 환자들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이식 끝에 결국 출산에 성공했다. 한 번의 실패만으로 치료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한 번의 실패는 통계가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첫 번째 실패 후 크게 좌절하는 환자가 많다. 두 번째 실패 후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책하고, 세 번째 실패 후에는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한다.
그러나 통계가 말하는 메시지는 다르다. 첫 번째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과정일 수 있으며, 두 번째 실패 역시 최종 결과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험관아기 치료는 원래 여러 번의 기회를 통해 확률을 쌓아가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첫 번째 이식으로 출산하는 경우보다 두 번째나 세 번째 이식에서 임신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동결배아가 여러 개 확보된 경우라면 첫 번째 이식 실패가 곧 치료 실패를 의미하는 경우는 드물다. 배아를 하나씩 옮기며 가장 적절한 착상 시점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치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여전히 임신율이라는 숫자에 매달린다. 병원은 임신율을 홍보하고, 환자는 임신율을 묻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임신율 순위를 비교한다. 정작 중요한 질문은 사라져 있다. “이 병원의 임신율은 몇 퍼센트입니까?”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조건의 환자들은 평균 몇 번의 이식 끝에 출산에 성공했습니까?”가 되어야 한다.
난임 치료는 100m 달리기가 아니다. 오히려 마라톤에 가깝다. 출발선에서 넘어졌다고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듯 첫 번째 이식 실패가 곧 부모가 될 기회를 잃었다는 의미도 아니다. IVF의 가장 큰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번의 성공률은 환자를 실망시킬 수 있지만 누적 확률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상당수의 아이들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도전 끝에 세상에 태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IVF의 진짜 숫자는 임신율이 아니다. 진짜 숫자는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고,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결국 부모가 되었는가에 있다.
한 번의 실패는 통계가 될 수 없다. 시험관아기의 역사는 단일 성공률의 역사가 아니라 누적확률의 역사이며, 그 안에는 수많은 실패 끝에 찾아온 생명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