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난임 치료의 가장 깊은 현장으로 들어왔다.
지금까지 배아를 평가하고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보조 기술로 여겨졌던 AI가 이제는 사람 눈으로 찾지 못한 정자를 직접 찾아내 수정과 임신까지 이끌어내면서 시험관아기시술(IVF)의 판을 바꾸기 시작했다. 난임 치료의 핵심이 ‘좋은 배아를 고르는 기술’에서 ‘보이지 않는 생식세포를 찾아내는 기술’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난임센터 연구진은 최근 AI 기반 정자 탐색 시스템인 STAR를 이용해 중증 남성 불임 환자의 정자를 찾아내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TAR는 정자를 추적하고 회수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일반 현미경 검사에서 정자가 보이지 않는 극심한 남성 불임 환자의 검체를 고속으로 분석해 생존 정자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이번 사례가 충격을 준 이유는 단순히 AI를 IVF에 활용했다는 점 때문이 아니다. 기존 검사에서 “정자가 없다”고 판단됐던 남성에게서 AI가 극소수의 생존 정자를 찾아냈고, 그 정자를 이용한 미세수정으로 실제 임신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과 숙련된 배아연구원의 경험에 의존해온 정자 탐색 과정에 기계 시각과 알고리즘이 본격적으로 개입한 첫 상징적 사건이다.
STAR의 강점은 압도적인 탐색 속도와 반복 능력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한 시간에 최대 8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하며 움직임과 형태를 기준으로 살아 있는 정자를 추적한다.
배아연구원이 며칠 동안 현미경을 들여다봐도 찾기 어려운 정자를 AI는 수십 분 안에 포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난임 치료 현장에서 시간과 노동, 경험에 묶여 있던 정자 탐색의 한계가 기술로 돌파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환자군은 클라인펠터증후군, 비폐쇄성 무정자증, 극심한 희소정자증처럼 정자 수가 극도로 적은 남성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고환 조직을 채취해도 정자를 찾지 못하면 공여 정자나 입양 외에는 선택지가 제한됐다. 그러나 AI가 인간이 놓친 미세한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일부 환자에게는 친자 임신의 문이 다시 열릴 수 있다.
이번 성과는 1990년대 ICSI가 남성 불임 치료의 판을 바꾼 사건과 비교된다. ICSI가 정자 하나를 난자 안으로 직접 주입해 수정의 장벽을 낮췄다면, AI 정자 탐색 기술은 그 ‘하나의 정자’를 찾는 과정 자체를 혁신한다. IVF의 병목이 수정 기술에서 세포 탐색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AI가 난임 치료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정자를 찾았다고 곧바로 출산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나이, 난자 질, 배아 염색체 상태, 자궁내막 환경, 착상 능력 등 임신 성공을 결정하는 변수는 여전히 많다.
AI가 정자를 발견해도 그 정자가 유전적으로 건강한지, 배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지, 임신이 출산까지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의 의미는 작지 않다. 난임 치료에서 “없다”는 말은 때로 “아직 찾지 못했다”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IVF는 의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눈과 손이 닿지 못했던 영역을 넓히는 도구다. IVF가 생명을 만드는 기술이었다면, AI IVF는 보이지 않던 생명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기술인 셈이다.
난임 치료의 다음 경쟁은 더 많은 배아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누가 더 정밀하게, 더 빠르게, 더 놓치지 않고 생명의 단서를 찾아내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