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를 준비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듣는 영양제 중 하나가 바로 코큐텐(코엔자임Q10)이다. 병원 대기실에서도, 난임 카페에서도, 체외수정(IVF)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가방 속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그렇다면 코큐텐은 정말 난자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코큐텐은 난자의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와 관련이 있는 영양소다. 다만 “먹으면 임신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생식의학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노화된 난자에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작은 발전소가 있다. 세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이다. 난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인체 세포 중 가장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세포 중 하나가 난자다. 수정이 일어나고 배아가 분열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미토콘드리아 기능도 함께 떨어진다는 점이다.
30대 후반 이후 난자의 질이 감소하는 원인 중 하나로 미토콘드리아 노화가 지목되고 있다. 에너지 생산 능력이 감소하면 염색체 분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배아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코큐텐이다.
배아를 만드는 힘, 난자 속 발전소에 달렸다
코큐텐은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에너지 생산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물질이다. 쉽게 말하면 세포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또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동물실험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든 쥐에게 코큐텐을 투여했더니 난자의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배란 능력이 개선됐다는 연구들이 보고됐다.
이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도 이어졌고, 난소기능저하(DOR) 여성이나 고령 난임 여성에서 난포 수 증가, 채취 난자 수 증가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발표됐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아직까지 코큐텐이 임신율이나 출산율을 확실히 높인다고 결론 내릴 정도의 강력한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큰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 규모가 작고 대상 환자군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생식의학계 입장은 비교적 신중하다. 코큐텐은 난자 에너지 대사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고, 안전성도 비교적 높아 보조적으로 사용해볼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난자의 노화를 되돌리거나 임신을 보장하는 치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난임 전문의들이 코큐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난자를 새로 만드는 방법은 아직 없지만, 남아 있는 난자가 가진 에너지 생산 능력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난소기능저하나 고령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서는 ‘난자의 양’보다 ‘난자의 질’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코큐텐은 기적의 약도 아니고 단순한 건강보조식품으로 치부하기에도 아쉬운 존재다. 생식의학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난자의 핵이 아니라 난자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난임 연구의 흐름이 호르몬 중심에서 세포 에너지 대사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코큐텐 역시 앞으로 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 난임 전문의는 “난자는 결국 에너지로 움직이는 세포”라며 “미토콘드리아 건강이 난자 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영양제 하나에 과도한 기대를 걸기보다는 체중 관리, 운동, 수면, 금연 등 전반적인 건강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큐텐 열풍의 본질은 영양제 자체에 있지 않다. 난임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과거가 호르몬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세포 에너지의 시대다.
연구자들은 난소를 자극해 난자를 많이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난자 속 미토콘드리아가 얼마나 건강하게 에너지를 생산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난임 치료의 무게중심이 ‘개수’에서 ‘질’로, 다시 ‘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