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ChatGPT, OpenAI) 이미지로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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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험관아기시술(이하 IVF)는 의학의 기적이면서도 동시에 의심의 대상이었다. 자연임신이 아닌 인공적인 수정 과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과연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끊임없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오랫동안 시험관아기와 관련해 가장 민감한 논란 가운데 하나였다.

일부 초기 연구에서 IVF나 미세수정(ICSI)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의 자폐 진단 비율이 다소 높게 나타나자 “시험관아기가 자폐를 증가시킨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던 난임 부부들에게는 임신의 기쁨보다 불안이 먼저 찾아오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이 오랜 통념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IVF 과정 자체가 아니라 그보다 앞선 단계였다. 왜 어떤 부부는 자연임신이 가능했고 어떤 부부는 시험관시술까지 필요했는지를 추적한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자폐 위험 증가의 원인이 IVF 기술 자체가 아니라 난임을 일으킨 기저 질환과 부모의 생물학적 특성에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이다. 여성 난임의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인 PCOS는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요인들이 자녀의 신경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만과 당뇨병, 대사증후군 역시 난임과 자폐 위험 증가에 동시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문제는 시험관 배양기 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IVF가 필요하게 만든 부모의 건강 상태와 생물학적 배경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시험관시술이 아니라 난임 자체”

 

부모의 연령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는 자연임신 부부보다 평균 연령이 높은 경우가 많다. 특히 고령 남성은 정자 생성 과정에서 새로운 유전자 변이가 축적될 가능성이 크고 일부 연구에서는 이것이 자폐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다고 보고한다.

과거 연구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러한 연령 효과와 기저 질환을 충분히 보정하지 못한 채 IVF와 자폐를 직접 연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3년 발표된 대규모 인구기반 연구는 이러한 가설에 더욱 힘을 실었다.

연구진은 자연임신군과 난임이 있지만 치료받지 않은 군, 배란 유도와 인공수정 치료군, IVF 치료군을 비교했다. 그 결과 자연임신군보다 난임군 전체에서 자폐 위험이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난임 부부끼리 비교했을 때는 IVF를 받았다고 해서 위험이 추가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결국 자폐 위험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는 치료 방식이 아니라 난임 자체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잘못된 질문을 던져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는 그동안 “IVF가 자폐를 유발하는가”를 물어왔다. 그러나 진짜 질문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왜 난임이 발생했는가”라는 질문이다.

만약 난임과 자폐가 일부 공통된 생물학적 원인을 공유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 이상 생식의학만의 영역이 아니다. 비만과 당뇨병, 환경호르몬 노출, 대사질환 증가, 고령 출산, 정자 건강 악화 등 현대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함께 들여다봐야 할 대상이 된다.

물론 아직 모든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유형의 ICSI나 중증 남성 불임 사례에서 자폐 위험 증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추적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과학은 아직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사회가 의심해 온 범인이 ‘진짜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험관아기는 자폐의 원인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단서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난임은 증가하고 있고 자폐 진단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두 현상을 별개의 문제로 바라봤지만 최근 연구들은 두 현상이 같은 뿌리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IVF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시술의 안전성 논란이 아니라 현대인의 생식 건강과 미래 세대의 건강을 함께 바라보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