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을 즐기는 여성이 늘고 있다. 술을 사랑하는 ‘애주가(愛酒家)’를 넘어 술을 물처럼 마시는 자칭 주당(酒黨)이라고 말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끊었다”는 남성들은 늘고 있는데 “반주(飯酒)를 즐긴다”는 여성은 많아지고 있다니…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술 문화 트렌트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술 외식업체들의 매출은 줄었지만 주류의 가정판매율이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알코올 도수 10도 이하의 저도수 술들이 특히 여성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너도나도 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술을, 매일 조금씩 즐긴다는 데 있다. 집에서 편안히 마시는 술 한 잔이 일상 속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조금씩 마시기에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저마다의 이유로 술을 마신다. 맞벌이 부부 비율의 60%, 독신 여성의 90% 이상이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도 그만큼 늘었을 것이다. 최근 혼인율 감소와 고령 미혼 독신 여성과 맞벌이 주말부부가 많아지면서 퇴근 후에 혼자 저녁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시는 혼술(나홀로 술 한 잔)이 대수롭지 않게 된 것이다. 직장 일이라는 것이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음식과 술은 자신을 달래주는 친구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걱정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홈술과 혼술은 평소의 주량보다 더 마시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신 후 음주는 더 큰 문제
상상이 된다. 혼자서 먹는 밥상에서 술 한잔까지 곁이면서 TV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는 마치 자신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빠져드는 것 같을 것이다. 요즘 드라마를 틀면 남성보다 여성들의 활약(심지어 액션신에서도) 놀랍고 경이롭다. 술 먹는 장면에서도 남성의 주량을 여성이 이긴다. 회식에 참석한 여주인공이 만취 상태가 되고 필림이 끊겨서 남자 주인공의 넓은 어깨에 업혀서 집으로 오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온다. 드라마뿐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에서도 여성의 혼술 장면이 예사롭게 나온다. 식사도 안주도 없이 온술(오로지 술만)로 들이키기도 한다.
말이 나왔으니 설명을 하자면, 공복에 마시는 온술은 취함이 빨리 온다. 온술이 들어가면 식도의 하부에서부터 흡수가 되는 것을 느끼고, 위와 장에서 빠르게 흡수가 된다. 알코올의 도수가 높을수록 다량의 알코올이 흡수가 되는 것이다. 흡수된 알코올은 핏줄을 타고 간으로 가서 일부는 대사(代謝)가 되지만 많은 양이 심장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이 알코올이 뇌에 가서 기분을 좋게 하고 조금 들뜨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알코올의 농도가 높아지고 길어지면 행동이 무뎌지고 말이 어눌해진다. 음주 운전이 차 사고로 연결되는 것이 바로 이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더라도 여성에게 술은, 특히 잦은 술(반주는 더더욱)은 건강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생식력 저하에 크게 기여한다. 여성이 술을 자주 마시면 음주 초기에 머리가 잠시 시원해진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신체에는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사실 알코올이 신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알코올이 위와 장에서 빠르게 흡수되듯 세포로 스며드는 것도 빠르게 진행이 된다. 이렇게 스며든 알콜은 효소에 의해 알데히드(아세트 알데하이드)라는 독소가 생기게 되는데 이 알데히드가 세포의 산화를 유발하게 된다. 세포의 산화는 곧 세포의 노화와 직결이 된다. 알데히드는 세포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핵을 공격하고, 핵 안에 있는 유전물질인 2중 나선 구조인 DNA를 산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핵에서 세포질에 내리는 단백질 합성과 같은 명령과 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생식력에는 노란등이 켜진다. 난소의 난자(난포 속의)도 알코올의 침습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즉 난자가 성숙, 배란 및 정자와 만나 수정이 되기까지 전 과정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명령을 하는 유전자의 기본인 DNA에 손상이 가면 이러한 전 과정의 작동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부실한 난자로 어떻게 예쁘고 건강한 아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음주의 양과 기간이 지나치게 되면 난자의 수명이 이 되고 난소 기능이 저하가 되며 결국 생식 능력의 저하가 일어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비만 여성의 음주가 평균 체중의 여성보다 훨씬 더 생식력 저하를 부른다. 간혹 조금 마시는 음주 여성에게는 배란 이상이 오는 경우가 30% 증가, 비만 음주자에게는 배란 이상이 60%로 증가했다. 즉 비만이나 과체중에 의해 배란 장애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 얘기가 된다. 나아가 과체중 이상인 여성이 음주를 즐기면 임신을 위한 몸 만들기에도 차질이 생긴다.
임신 후 음주야말로 더 큰 문제가 된다. 착상이 되어 임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음주는 태아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가 있다. 적은 양의 알코올로도 태아 알코올 증후군이 올 수가 있다. 즉 태아의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소뇌증, 심장기형, 척추기형, 두개안면 기형 등이 번번히 일어나고 정신적으로는 주의 산만, 행동장애, 충동적 행동, 지각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술 많이 마시는 데에는 장사가 없다. 남성 역시도 애주가(혹은 주당)면 생식력이 저하된다. 정자는 머리와 중간부(미토콘드리아라는 연료통)와 꼬리가 전부다. 정자에게 머리는 DNA의 전체로 단 하나의 원형질 막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일반 세포의 DNA는 원형질막-세포질-핵막의 세 개의 방어막이 있는 반면, 정자는 DNA가 얇은 막 하나로 싸여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수년 전, 대학생 지원자(임상연구에 참여)에게 술을 먹게 해서 흥분한 혈중농도가 되었을 때 정액 검사를 한 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자의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알코올이 정자의 DNA의 산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술 많이 마시는 남성의 정자는 배란된 난자까지 도달하기도 어렵고, 도달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난자와 수정이 되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잦은 음주로 인해 여성도 성욕이 감소되고, 남성은 발기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술고래가 정력까지 좋기란 좀처럼 힘들다고 보면 된다.
착한 술은 없다
필자에게 와서 시험관 시술을 받는 부부가 질문을 한다. “난자를 채취해야 하는 전날에 회사의 중요한 모임에서 술을 한 잔 마셔도 되는지…” 의사인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술은 독인데 어떻게 예쁘고 귀여운 아기를 갖고 싶어 하면서 독을 먹을 생각을 하십니까?”라고. 포도주가 좋다느니, 한국인의 몸에는 막걸리가 맞을 거라느니, 모두 다 근거가 없다. 운동이나 노동 후에 흠뻑 땀을 흘린 후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순간적으로 상쾌함을 줄 수 있겠지만,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술 관한 한 모든 기대는 착각이다. 어떠한 음료수라도 알콜이 들어갔다면 더 이상 음료수가 아니다.
지구상에 착한 술은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술 마시면 세포에서 활성산소의 부하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한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술과 담배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담뱃갑에 암 사진을 붙여서 흡연 경고를 하는 금연 정책처럼 술에도 경고사진과 문구를 부착해보는 것도 해볼만 하다. 알코올 속에 있는 발암물질이 점막이나 인체 조직에 쉽게 침투할 수 있고, 간이 알코올 분해를 위해 만드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인 건 맞는 말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술은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세포 산화를 막을 수 있는 음주 철칙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첫째, 혼술과 온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술을 먹을 때 안주를 같이 먹으라는 것이다. 항산화식품 혹은 항산화제의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포화지방이나 트랜스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녹황색 채소, 밝은색 과일 및 야채, 콩 종류, 견과류 및 생선이나 쇠고기, 육류(셀레늄), 우유, 버터, 계란(비타민A) 등이 항산화 작용을 수행해 준다. 따라서 술을 마셔야 한다면, 맛있고 칼로리가 낮은 푸짐한 안주를 권한다.
왠만하면 술은 될 수 있으면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 단순하고도 막연한 목표의식으로는 금주(禁酒)에 성공할 수 없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 더 좋은, 술보다 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과 상황, 취미가 생기면 금주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애주가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난임 진료 38년간 진료경험으로 설(說)을 풀자면, ‘토끼 같은 자식’도 금주(禁酒)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 늦은 나이에 IVF로 힘들게 자식을 낳은 고령부부들은 자식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기꺼이 금주에 성공하는 편이다. 모쪼록 올해에는 전국 가가호호(家家戶戶)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퍼져서 금주에 성공하는 엄마 아빠들이 점점 늘어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