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래요?”
언제 들어도 반갑고 정겨운 말이다. 묻는 이가 이성이라면 관심의 시작이자 만남으로의 첫걸음이 될 것이요, 동성이라면 메마른 일상 속에 훈훈한 정을 나누는 일이 될 것이다.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전통적인 소통의 방식을 좋아하는 기성세대들은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이 곧 관계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커피는 우리의 의식주에 거대한 영향을 주는 후식 및 음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성인 1인당 연간 367잔(커피 소비량)을 기록,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라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가히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필자만 해도 하루에 텀블러 두 개에 가득 담긴 카페라떼를 마신다. 이것을 먹지 않고 하루를 지낸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다. 병원 건물 1층에 커피숍이 있는데 아침 출근 시 카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퍼지는 커피 향을 맡으면서 “나도 빨리 진료실에 가서 커피를 마셔야지”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처럼 커피는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의학 칼럼을 쓰면서 대부분의 임무는 어떤 시술이나 검사 및 약재가 의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고 그 기전이나 부작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트렌드를 알기 위해 최근 논문도 찾아보면서 원고를 고심해서 쓰다 보면 독자를 향해 ‘하지 마라’는 얘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꼰대의 전형적인 표현 방식으로 전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커피에 대한 얘기만큼은 그 반대의 시각에서 글을 써 보고자 한다. 나 또한 하루에 텀블러 2개의 커피를 마시면서 환자들에게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위선이 아닐까? 옛날 초등학교 앞 달고나 가게에서 2개의 달고나를 먹은 금수저 초등학생이 흙수저 친구들에게 “달고나를 먹으면 이가 썩는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커피의 문제는 카페인(caffeine)이다. 카페인은 각성제로 졸음을 없애고 집중을 하는데 좋은 이점이 있으나 혈관 수축을 일으켜 골반으로 가는 혈류의 양을 줄일 수가 있다.
커피와 임신․출산에 미치는 영향부터 짚어보겠다.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를 짚어보면, 하루 300mg 이상 카페인을 섭취하면 임신율이 떨어질 수 있다. 하루 700mg 마시면 임신율이 30~40% 감소한다. 임신부의 경우 하루 300mg 이상 섭취한 여성이 100mg 섭취한 여성에 비해 유산율이 1.2배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를 참고해서 하루 섭취 카페인 총량을 계산해서 조절하면 된다. 물론 임신을 기다리는 여성, 난임 치료를 받는 여성들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론을 내리자면 커피 양이 하루 300mg 이하이면 별문제가 없다. 그 이상이 되면 혈류의 양이 많이 줄어들 수가 있다. 이렇게 하루 4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여성은 흡연, 콜라, 알코올 등의 섭취가 같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해진다.
또한 카페인 섭취 증가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흐름을 방해하며 배란에 장애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착상이 안 되어 난임이 될 수 있고, 카페인의 다량의 지속적인 섭취는 유산율이 증가하고 태아의 발육이 느려져서 조산과 사산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임신을 기다린다면 이제부터라도 하루 2잔 이하로 커피를 즐기자. 하루 카페인 200mg 이하로 지낼 수 있으면 더 좋다. 난임 전문의는 수정란 이식 후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자궁내막으로 가는 혈류의 양이다. 혈액이 부족할까 봐서 빈혈이 있으면 철분을 복용시키고, 악성 빈혈 시에는 수혈도 한다. 혈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비아그라까지 복용시킨다. 혈관 내에서 혈액이 뭉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저용량 아스피린을 쓰거나 헤파린을 사용한다.
이처럼 임신을 위해 혈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의사의 노력과 카페인은 서로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난임 여성에게 커피를 끊으라는 얘기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과유불급’ 아쉬운 마음을 갖고 커피를 절제하기를 바랄 뿐이다. 대위소희(大爲小犧)'라는 말이 있듯이 자식을 만나는 천륜지대사를 떠올리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 그까짓 커피 즈음이야 기꺼이 줄이면 어때, 라며 실천하면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이토록 커피를 즐길까.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부터 커피 마시기가 시작되었다니 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개인의 신체 크기와 카페인에 대한 내성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커피 카페인 뇌에서 도파민(쾌감호르몬) 생성을 자극해 기분을 한결 나아지도록 도와서 순간적으로 에너지가 충전되고 피로감이 해소되어서 활력을 돋군다. 한마디로 중추신경계와 신진대사를 자극해서 피로감을 줄이고 정신을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 밖에도 항산화 효과와 항염 효과도 있고 두통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두통약에 소량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다.
요즘은 커피를 치료 음료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카페인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낮추고, 심장질환, 뇌졸중,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지만 과유불급이다. 세상의 모든 음식과 음료는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신체에 긍정적 효능과 부작용을 동시에 끼칠 수 있다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카페인이 두통을 완화하기도, 유발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성은 생리 기간에 달달한 커피를 즐긴다. 배란 이후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당이 떨어지면 세로토닌(행복호르몬) 분비가 저하되어서다. 달콤함을 맛보면 프로게르테론과 세로토닌 수치가 순간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커피 예찬론자였다. “커피는 천 번의 키스보다 멋지고, 술보다 달콤하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1980~1990년대 커피숍에 가면 ‘커피는 악마같이 검지만 천사처럼 순수하고 지옥처럼 뜨겁지만 키스처럼 달콤하다’는 글귀가 쓰여진 곳이 많았다. 그만큼 커피 사랑이 뜨겁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 한 방울조차 맛있다던 루즈벨트의 말처럼 커피는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의 음료다.
하바드 의대 예방의학교실의 J.E샤바로 교수는 콜롬비아 태생이어선지 유명 원산지 커피를 먹으면서 자랐다. ‘커피가 생식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야’라는 논문을 내면서 끝말에 지금도 하루 6잔의 커피를 마신다며 커피 예찬론을 펼치는 것에 공감이 간다.
마지막으로 요즘 젊은이들이 커피를 달게, 많이, 마시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성인 1일 평균 당류 섭취량(50g)이 있는데, 달달한 커피를 하루에 서너 잔씩 마신다면 기준치를 한참 넘기게 되는 것이다. 달달한 커피가 아니더라도 단 음료를 과잉 섭취하다 보면 비만, 대사 질환, 고혈압 등 성인병에 노출이 될 뿐 아니라 임신이 잘 안 되는 몸으로 바뀔 수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1만8천 명의 간호사와 연구원들이 30년 동안 임신방해요인과 난임의 원인 대해 조사하고 역추적한 결과를 담은 <불임극복식이요법>이라는 책에는 임신을 하는데 곤란을 겪고 있고 배란장애가 있을 경우에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휘핑크림 등 단 음식을 당분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제된 탄수화물(과자, 인스턴트식품, 빵류,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과일)처럼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식품을 특히 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많은 양의 단 음식을 먹으면 체내 인슐린 수치가 높아져서 급기야 체내 에스트로겐 수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성호르몬의 불균형은 자연임신을 방해하고 배란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배란불균형을 겪고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이라면 더더욱 커피를 너무 달게 마시지 않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