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원인도 있고, 후천적인 원인도 있습니다. 다만, 상당수가 선천적인 원인이라고 합니다. 즉 Y염색체 미세결손(or 미세결실)으로 인해 희소정자증이 되는 것이지요. Y염색체 미세결손은 부계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Y염색체 중 일부가 결손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Y염색체는 인간과 포유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두 개의 성결정 염색체 중 하나(XY, XX)로, 약 5백만 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Y염색체에는 SRY(sex-determining region on the Y)라는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SRY 유전자가 없을 경우 뮬러관이 제대로 퇴화가 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정자 생산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뮬러관은 인간과 포유동물의 초기 발생 과정(잉태될 무렵)에서 생기는 한 쌍의 관으로 수컷(혹은 남성)은 퇴화하고, 암컷(혹은 여성)은 발달하여 자궁과 난소 등을 만듭니다. 한마디로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뮬러관이 퇴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또한 Y염색체에서 AZF(azoospermia factor) 유전자가 없거나 결손이 되어도 정자가 생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SPY(testis-specific protein) 유전자도 정자 생성에 관여하는데, 이것이 없을 경우 정소(精巢·고환)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TSPY 유전자는 특히 중요한데, 놀랍게도 남성마다 TSPY 유전자 숫자가 최대 39개나 차이가 난답니다. 다시 말해서 TSPY 유전자 개수나 위치가 정자 생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밖에 정자를 만들 수 있는 핵심 유전자는 AZFa, AZFb, AZFc 입니다. 여기서 AZFc 유전자가 결실되면 희소정자증이긴 해도 정자 생산은 되지만 AZFb, AZFc 유전자가 결손이 되면 무정자증이 될 수 있습니다.
희소정자증은 정자의 수가 적은 경우를 의미하며, 평균치인 정액 1㎖당 정자 1,500만 마리 미만일 때입니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10%, 심한 희소정자증 남성의 약 3~5%, 정자부족증 환자의 5~10%에서 Y염색체 미세결손이 보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희소정자증이거나 무정자증으로 판명이 나면 Y염색체 미세결손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난임 전문의들은 정자 검사에서 정자 수가 정액 1㎖당 500만 마리 이하면 염색체 검사를 권합니다.
Y염색체 미세결손으로 인한 희소정자증일 경우 아내가 자연임신에 성공해도 결국 유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 잉태된 아기가 남자아이라면 Y염색체 미세결손은 반드시 유전됩니다.
최근 비뇨기과학회에서는 Y염색체 미세결손이 단순히 유전이 아니라 후천적 환경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예측성 연구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실례로 Y염색체 미세결손인 남성 중에는 비흡연자보다 흡연자한테서 더 많습니다.
독일 자르란트대학 의과대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나친 흡연은 정자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프로타민을 감소시키고 산화스트레스를 통해 정자의 DNA마저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생식기능 저하를 초래한다고 합니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같이 하는 남성 그룹은 정액의 양과 정자의 밀집도, 활성 정자의 비율이 낮아진다는 임상 결과도 있습니다.
정자의 수와 활동성은 자연임신과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1회 사정에서 3억 마리의 정자가 배출이 된다고 해도 난자와 수정하기 위해 나팔관까지 가는데 성공하는 정자는 고작 100마리에 불과합니다. 그 중에서 1마리라도 수정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그마저도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배란 최적기에 성생활을 해도 자연임신 성공률이 10~15%에 불과한 이유입니다.
인공수정 시술도 정자 자궁내 주입술이므로 자연임신 성공률과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건강하게 살아있는 정자만을 엄선해서 자궁경부 안쪽까지 투입하므로 정자가 (난자가 기다리는) 나팔관까지 헤엄쳐서 가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배란 최적기(초음파를 통해 정확한 날짜)에 시술(정자 주입술)이 이뤄지므로 ‘절묘한 타이밍’을 놓치는 부부에게는 그만큼 도움이 된답니다.
<정액 검사상 정상 기준>
정자의 양 1.5ml 이상
정자 농도 1,500만 마리/㎖ 이상
정상 정자 모양 비율 4% 이상
살아있는 정자 비율 58% 이상
움직이는 정자 비율 40% 이상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