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세계 최저 출생률로 인해 ‘난자·정자 동결보관’ 기술이 인구절벽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항암치료 전 난자·정자 냉동보관에 대한 연구논문 발표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19일, 부산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난임 전문의료기관인 세화병원(병원장 이상찬) 주최로 열린 ‘2003 세화아카데미 과학과 인문학의 교류: 소통(희망)’ 행사가 그것이다. ‘항암치료 전 난자·정자 냉동보관과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보관’ 등을 주제로 3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아카데미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 의사와 대학교수, 간호사, 지역 의료계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성우 서울대병원(산부인과)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한해 25만 명의 암 신환이 발생하고 있고, 이들 중에 젊은 암이 30%를 넘고 있다”고 현황을 분석했다. 그는 “젊은 암의 경우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를 동결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2013년부터 난자동결이 시작되었지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것은 최근 2~3년간이다. 우리나라 암 치료 기술이 발전해 암 생존율이 증가하는 데다 만혼의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암 진단 때 출산을 완료하지 못한 환자분들의 비율이 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청소년, 미혼, 가임기 여성의 암 생존자(특히 유방암, 혈액암 생존자)에게서 난자동결을 포함한 가임력 보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젊은 유방암 환자(40세 이전 발병)는 유방암 환자의 7~10%에 달하고, 최근 들어서는 만혼(晩婚)의 추세로 인해 가임력 보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난자 동결보존을 원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항암치료 후 임신을 계획할 때는 환자의 나이, 항암치료 종료 후 기간, 암 재발 가능성, 보조요법의 시행 여부, 남은 난소기능 등을 재평가하고 이를 고려해 동결된 난자를 이용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동결 보존된 난자의 해동할 경우 생식력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항암치료 전에 난자를 동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결된 난자를 어느 환경에서 언제 해동해(녹여서) 사용하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해동 난자의 생존율은 36세 미만일 경우 95%, 36세 이상이면 85%에 달한다. 임상경험 결과 20개 난자 동결시 최소 출생율은 90%(34세), 75%(37세), 37%(42세)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난자동결을 위해서는 약 2주간의 난소 자극(과배란 주사) 기간이 필요하므로, 가임기 여성과 초경 이후 여아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가능한 빨리 가임력 보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젊은 암 환자일수록 고환조직 직접적인 손상 가능성 커

 

정자냉동에 대한 논문도 소개되었다. 부산대병원 이현주(산부인과) 교수는 정자 냉동보관과 관련해 “남성 암 환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암 치료 중 남성 불임(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린 환자일수록 고환조직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항암제 사용이 무정자증이나 정자 형성 저하, 염색체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임상경험을 설명했다.

일반 여성의 난자동결 관련 임상 논문도 소개되었다. 연간 2천여 건의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시행하고 있는 세화병원의 조무성 진료부원장과 김재명 난임의학연구소장은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보관에 대해 “(과거보다) 동결 기술과 동결보호제가 크게 발달했다. 하지만 동결된 난자들을 녹여서 사용하는 것은 정자에 비해 위험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재명 소장은 “(미래 시점에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젊은 나이에 많은 난자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는 35세 이전에 8~10개의 난자를 냉동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수정란 냉동보관의 경우 보관기간이 5년으로 돼 있지만, 동결 난자의 보관 기간은 아직 법적으로 제정된 것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근 난자동결에 있어서 ‘급속 난자 냉동기술’이 시행되고 있다. 액체 질소를 사용해 -210℃로 온도를 급속히 낮춰 동결시키는 초급속 냉동 방법이다. 급속 냉동 시 난자 속 수분들이 얼음 결정 없이 젤리처럼 굳어져 세포 내 동결 상해가 일어나지 않고, 해동 후에도 난자의 질이 유지될 수 있다.

여성은 태어날 때 양쪽 난소에 200만~300만 개의 난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생리 시작 시점에서 20~30만 개로 줄어든다. 초경을 시작으로 폐경까지 35~40년간 임신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달 수십 개의 난포가 자라고 이 중에서 1개의 난자가 배란된다. 동결보존을 원한다면 난소 기능 저하가 시작되어 가임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35~37세 이전에 난자채취가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아카데미를 주최한 이상찬 세화병원장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세화아카데미를 3년 만에 다시 열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면서 “임신 과정은 자연의 현상이고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IVF 의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난자 정자 냉동보관 기술 또한 뒷받침되어 미혼여성과 임신을 포기하지 않는 젊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세화아카데미에서 산부인과, 비뇨기과, 종양학전문 선생님들이 참석해서 관련 분야 임상 동향과 연구결과를 널리 소개해주셔서 기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사말을 하는 이상찬 세화병원장.
인사말을 하는 이상찬 세화병원장.